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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통한 변화
〈콘크리트 녹색섬〉 그리고 〈별나라 배나무〉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과장을 좀 섞어 말하면, 아파트 단지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기가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이면 별다른 약속 없이도 다들 공터에 모이고, 종일 야구나 딱지치기, 숨바꼭질을 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집에 들어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숨바꼭질 도중 단지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우리들의 암묵적 금기사항이었다. 비록 모두가 단지 안의 숨기 좋은 곳을 파악하고 있어 금세 잡혀버리는 일도 잦았지만 말이다. 중학교 때 단지가 훨씬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 이후로, 종종 그 공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었다. 나무 뒤에 숨어 술래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라진 공을 찾아 풀숲을 뒤적거리던 순간을 떠올린다.

〈콘크리트 녹색섬〉은 재건축 계획에 의해 사라질 예정인 강남 한복판의 아파트 단지와 그곳에 수십 년째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주인공이다. 감독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단지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단지를 산책하는 행사를 기획한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도심 속의 무성한 숲을 거닐며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들의 아쉬움 가득한 회고를 기록한다. 감독은 이 특별한 콘크리트 녹색섬을 조금이라도 보존할 방법을 모색한다.
영화는 적극적으로 재건축 반대 투쟁을 벌이거나, 주어진 상황에서 선악 구도를 나누려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곧 사라질 공간을 감각하고 기억하는 일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수한 수목 중 몇 그루 정도는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다. 그러나 그 소망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아파트 단지 내부의 벌목은 꾸준히 진행된다. 끝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최후의 22그루조차 베어지고야 만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감독은 마지막 나무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그 흔적을 알리고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세상은 단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를” 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통해 변화한다. 그러니까 〈콘크리트 녹색섬〉은 우리에게 그 관심의 당위를 설명하는 작품이다. 거목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맥없이 쓰러질 때 가슴이 내려앉았다면, 당신에게도 작은 변화의 손길이 가닿은 것일 테다.

〈별나라 배나무〉 역시 아파트 단지에서 출발한다. 아기 고양이를 구조한 감독은 이 작은 생명체가 아파트까지 오게 된 경로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울타리를 넘어 도착한 땅에는 과거 번성했던 배밭,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온 무수한 존재들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는 도시의 역사를 탐구하며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경계를 허물어 내려 시도한다. 감독 개인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탐구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주제로 확장된다. 또다시 관심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본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영화들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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