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리뷰: 여정의 방향
*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물에서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은 물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육상 척추동물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뭍에 올라온 그들의 후손이 된다. 물이 있어야 생명이 존재할 수 있고, 우리의 근원 역시 물에 있다. 그러나 인간이 물속에서 생활할 수 없다는 사실은 물을 어둡고, 깊고, 축축한 부정적 장소로 그리도록 만들었다. 세이렌과 아틀란티스를 비롯해 수생인간을 다룬 수많은 전설 역시 그러한 인간의 불가능성과 연결된다. 물과 육지를 넘나드는 이들은 주로 ‘괴물’이나 ‘돌연변이’로 불리며 인간에 의해 탄압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박세영 감독의 〈지느러미〉는 물과 육지를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통일 한국, 모종의 이유로 지느러미와 물갈퀴를 가진 ‘오메가’라는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정부는 특별 부서를 만들어 제한구역에서 이들을 관리하고 바다 폐기물 수거를 강제한다. 어느 날, 동료의 죽음 이후 오메가 한 명이 제한구역 바깥으로 탈출하고, 특별 부서의 신참 공무원 ‘수진’은 그를 뒤쫓는다. 오메가는 실내낚시터에서 일하는 ‘미아’를 만나 그가 탈출한 까닭을 털어놓는다. 물을 떠나 육지로 올라온 이의 사연은 무엇일까?

실내낚시터를 거쳐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미아가 일하는 실내낚시터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조용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밝은 빛과 왁자지껄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장소의 컬러 그레이딩 역시 어두컴컴한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 속에서 바다는 이미 오염되었고, 실내낚시터는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바다낚시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되살리고자 하는 이들이 찾는 곳이다. 손님들은 모두 집에서 낚싯대를 들고 와서, 작은 양식장에 풀어놓은 물고기를 잡는다. 광어처럼 과거에 흔했던 고기조차 이제는 구경도 어렵다.
실내낚시터의 흥미로운 특징은 육지에서도 물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의 장소라는 것이다. 물과 육지의 중간지대에서 일하는 미아는 영화 초반부에 오메가로 밝혀진다. 미아가 특별 이벤트로 시선을 끌자, 손님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홀린 듯이 빠져든다. 정부는 오메가의 소리가 인간에게 치명적이라며 관리하는 이들에게 귀마개를 장비로 지급하기도 한다.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한다는 세이렌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타자를 억압하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억압의 대상이 입을 여는 행위이다. 두 오메가는 물과 육지가 만나는 장소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대화한다. 죽은 동료는 미아의 아버지였고,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의 지느러미를 그녀에게 전달해 달라는 것이 그의 유언이었다고.

육지로?
〈지느러미〉에 등장하는 통일 한국의 선전물은 단번에 북한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경계를 허물고 하나 된 땅은 오염된 바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방벽을 쌓아 올렸다. 이렇게 다시 한번 물과 육지의 경계가 형성되었고, 주인공 오메가는 그것을 넘는 존재로 그려진다. 자연스럽게 영화에서 강조되는 감각은 경계와 틈이다. 문틈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 역시 그 일부다. 이때 문틈은 경계의 균열인 동시에 시청각의 제한된 통로가 된다. 인물들은 언제라도 닫힐 수 있는 그 틈을, 두려움에 떨면서도 견고하게 응시한다.
죽은 미아의 아버지는 자신의 지느러미가 땅에 묻히길 바랐다. 인간들은 오메가가 죽으면 방사선 노출을 우려해 특수한 비닐로 감싼 후 물에 던진다. 육지에 살다 추방된 이는 신체의 일부라도 육지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그의 동료는 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경계를 넘는다. 결국 영화는 지느러미를 통해 물에서 육지로 돌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런데 여정의 방향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물로 향하는 여정이 마무리되고, 핏빛으로 물든 바다를 뒤로한 채 영화의 영문 제목이 스크린에 올라온다. FIN(지느러미), FINALE(끝)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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