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되는 삶과 살아내는 현실 사이에서
인디즈 유송이
하루가 너무 길었다. 회기에서 영등포로 넘어가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일정을 마치니 폐막식 시간이었다. 분명 폐막식 앞 타임의 작품들도 보리라 생각하고 출발했건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혼자 방문한 터라 평소보다 많은 인원의 객석을 보고 괜스레 쭈뼛대며 맨 끝 열의 자리에 앉았다.

작품 상영 이전에 자원봉사자 소개 순서가 있었다. 한 분이 반짝다큐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영화제에서 안전함을 느꼈다는 게 처음엔 조금 낯선 표현처럼 들렸는데, 곱씹어보니 오히려 그게 제일 정확한 말 같다. 나도 그 자리에서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를 판단 받지 않아도 되는 느낌, 그냥 있어도 되는 느낌, 내가 나로 존재해도 그 누구도 예민하게 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요즘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돌아간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하게 잠든다. 그 흐름 안에서는 뭔가를 느끼거나 생각할 틈이 거의 없다. 반짝다큐페스티벌이 정말 오랜만에 그 틈을 만들어줬다.



〈사랑스런 나의 마돈나〉, 〈다섯 발자국〉, 〈작별의 공동체〉를 보며 다시금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해 봤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으레 그렇듯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떠나고 싶을 것이다. 나의 주변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앞서 말한 세 편의 영화를 떠올릴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 나의 가치관이 존중받는 삶 그리고 더 확장되어 내 주변, 나를 이루는 공동체가 사람다움으로 이끌고 이끌어지는 삶이리라.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은 모두 상영되고 있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조금 눈물이 났던 것도 언젠가는 젊은 날의 하루로 치부할 날이 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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