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순간들을 모아
인디즈 김예송
‘기록을 멈추지 않는 자와, 그 기록을 함께 지켜보는 자’가 모인 자리, 제4회 반짝다큐페스티발(이하 반다페)에 다녀왔다. 개막 시각에 다다라, 급하게 도착한 나는 상영관 문을 열자, 긴장과 설렘 같은 갖가지 감정이 가득한 현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들은 알까? 반다페의 반짝임은 그들의 숨과 눈빛, 이야기에서 온다는 것을. 흩어졌던 이야기가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와 우리를 한데 모은다. 모두가 함께 누리기를 환영하는 스크린과 진실되게 목도하는 무수한 마음은 잔잔하게 요동치는 윤슬을 연상케 했다.

올해 반다페는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포착, 성찰, 연대’의 키워드로 모인 총 26편의 작품이 관객을 만났고, ‘RE-DOCU: 우리 다큐로 다시 만나’라는 슬로건 아래 영화와 우리의 만남을 반겼다. ‘다큐로 다시 만나’자는 인사는 ‘다시’ 우리의 일상과 현재를 살피고 기억해 내자는 울림으로 와 닿는다.
본격적인 영화제 개막 전, 반다페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보석 활동가를 향한 추모로 시작되었다. LGBTQ+ 농인이었던 그는 수어 통역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연결하고 경계를 허무는 보석 같은 존재였다. 성소수자이자, 장애인인 다양한 정체성을 가졌던 그는 수많은 차별과 혐오와 싸우며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지켜오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영화제는 그가 해온 발자취를 기억하는 묵념을 진행했다.
이어 반다페는 올해 영화제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반다페는 작년 2025년 12월 11일부터 26일까지 출품을 받았고, 약 152편의 작품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출품된 작품들을 돌아보며 상영작 경향을 설명한 그들은 동시대 다큐의 언어로 접속한 여러 이야기를 설명했다. 사적 다큐멘터리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동시에 이와 정반대로 인간의 시각을 탈피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권과 관련한 의제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관한 이야기들, 동시에 다큐멘터리-영화로 이어지는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진 물질성에 관한 이야기들도 샘솟고 있다고 전했다.

그와 함께하는 이야기로 〈잠자리 구하기〉 홍다예 감독이 제작한 트레일러에 대한 소개로 이어졌다. 올해 반다페 트레일러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이 보낸 사진에서 시작한다. 홍콩에서는 보안법으로 인해 검열받지 못한 상영작들이 세상에 빛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독립 영화 제작자들은 이를 자체적인 상영 공간을 만들어 탈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상영 시설의 노후화와 여러 문제로 문을 닫게 되었고 홍다예 감독은 마지막 그들의 공간을 사진으로 남겨달라고 전했다고 한다. 한국의 영화도 교류 상영을 진행했을 만큼, 동시에 경제/정치적인 이유로 언제나 상영 기회와 상영 시설에 대한 고민을 가진 우리의 영화와 비슷한 고민을 공유 중인 세계가 트레일러 속에 담겼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 세상을 담고 기록하는 공간과 사람들. 반다페가 더욱 반짝이는 이유다.

개막작 영화는 3편으로 차례대로 〈이기적인 조선동〉(황나라), 〈날개의 충돌〉(방준식), 〈連; 잇닿을 연〉(조유나) 상영되었다. 〈이기적인 조선동〉은 한 중증 장애인 조선동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서 곁의 사람들과 함께 투쟁하고 본인의 욕구를 실현하는 다큐였다. 장애인 거주 시설 ‘꽃동네’에서 탈시설하여, 김포 주민으로서 살아왔던 그는 무작정 ‘종로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서울에 들이닥친다. 이기적인 태도로 모두가 혀를 내두르기 이전, 왜 그는 이기적이면 안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피어오른다. 조선동은 서울에서 살기 위해 24시간 활동 지원을 받아야만 하며, 노들 야학의 식구들과 함께 투쟁한다. 〈날개의 충돌〉은 새만큼 신공항의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무안 공항에서 벌어진 참사를 기억하며 새만금 공항이 가져올지도 모를 비극을 반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새와 사람이 함께 공명하는, 하늘에서 모두의 생명이 존중받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막작을 소개하던 생태 연구가 오동필은 2026년 5월에 예정된 두 번째 재판을 언급하며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連; 잇닿을 연〉은 부당해고 농성 투쟁을 하는 현장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그동안 목격되지 못했던 연대의 동력을 따라가는 다큐다. 함께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상을 뒤따르다 보면 어느새 철탑 위에서 투쟁을 이어가는 존재와 만나게 된다. 스스로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연대의 감각이 무엇인지, 사회와 개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목격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 반다페는 가장 독보적인 배리어프리 환경을 조성해 냈다. 수어와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경험은 모두에게 너른 품을 제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느껴졌다. 순간의 반짝임을 찾아내는 영화제, 짧은 반짝임 속에서도 유의미를 발견하는 영화제, 일상을 사는 우리 이야기를 듣기 위해 탐구하고 실천하는 영화제. 물론 많은 이들이 여전히 반다페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고 있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만나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마음들에서 미래가 마냥 암울하지만은 않을 거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반다페, 2027년에 우리 다큐로 ‘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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