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소소대담] 2026. 3 봄을 맞이하며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언제나 그렇듯, 추운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봄이 찾아왔다. 만개한 벚꽃에 사람들의 마음은 한층 들뜨기 시작했고, 연인과 친구, 또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을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유독 벚꽃이 아름답게 핀 이번 봄에도, 어김없이 극장을 방문하며 사시사철 영화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나눈 소소한 이야기들, 각자의 추천 영화까지 봄날의 대화를 기록한다.
* 제4회 반짝다큐페스티발에 다녀오고 나서

[개막식]: 반짝이는 순간들을 모아(김예송)
[폐막식]: 상영되는 삶과 살아내는 현실 사이에서(유송이)
청명: 이 정도의 배리어프리 환경이 마련된 영화제를 처음 가본 것 같아요. 배리어프리에 대해 아예 모를 때는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이 둘 다 필요한 이유를 몰랐어요. 찾아보니 스펙트럼도 다양하고, 수어를 모르는 분도 계실 수 있어서 두 개 다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반짝다큐페스티발을 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찾아볼 생각조차 못 했을 것 같아요.
입춘: 배리어프리 환경이 비장애인한테 단점으로 남을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국내 영화제들에서도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환경 속에 관객으로 놓여 있으니 질문이나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을 계속 생각하고 배려하게 되더라고요.
경칩: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만 상영하는 작품도 많다고 생각해요. 상영작들의 색채가 뚜렷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명확하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누구든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자기 다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영화제인 것 같아요.
입춘: 예전 반짝다큐페스티발에 휴먼 다큐 작품이 많았다면, 올해는 전시장에서 상영될법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개막작은 투쟁, 새만금, 환경을 다룬 작품이었고, 폐막작은 퀴어, 이슬람을 받아들인 중년의 한국 여성들,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식을 치러주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였어요. 운영위원회에서 반짝다큐페스티발이 주장하고자 하는 가치를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집약해서 선정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2026년 3월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리뷰]: 과잉의 리듬,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김예송)
[단평]: 아티스트, 아티스틱(박은아)
[뉴스레터]: Q. 🎸 손대면.. 다친다? (2026.3.18)
입춘: 처음 볼 때는 박세영 감독의 인장이 짙은 영화라고만 생각했어요. 과한 클로즈업, 곰팡이들, 렌즈를 다루는 방식 등에서 박세영 감독의 고유한 스타일이 다 담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요. 영화 개봉과 맞물려 발표된 우즈의 정규 앨범을 듣고 나니 우즈의 음악과 박세영의 스타일이 50대 50으로 잘 섞인 괜찮은 기획 영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담겨 있는 서사 역시 두 예술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섞인 것 같고요. 트랙들도 적재적소에 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세영 감독의 영역이 되게 넓잖아요. 패션 필름도 찍고, 광고도 찍고, 뮤직 비디오도 찍으니 이 감독이 앞으로 어떤 작업물을 더 내놓을지가 기대되는 것 같아요.
우수: 저는 우즈를 좋아해서 보러 갔고, 그래서 인물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아요. 기타에 대한 욕심으로 사람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저스틴 H. 민 역할도 이해의 폭을 열어놔서 서사적인 부분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곰팡이 핀 렌즈를 사용해서 찍었다고 하는데, 그런 질감이 영화랑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오, 발렌타인〉
[리뷰]: 자본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문학, 음악, 영화(박은진)
[단평]: 기울어진 우산 밑에서(강신정)
[뉴스레터]: Q. 💥 투쟁하는 문학, 음악, 영화? (2026. 4. 1)
[인디토크]: 세계의 중첩을 확인하기(남홍석)
청명: 저는 뭐든지 사건 이후를 다루는 영화들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전형적으로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사건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그 지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영화 안에서도 느껴진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화면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감독님이 GV에서 하나의 세계가 어떻게 중첩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좋더라고요. 우리가 평범한 것처럼 여기는 세계에도 수많은 레이어들이 있는 거죠. 감독님의 작업이 그것들을 해체해서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여주는 작업이라면, 유의미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곡우: 다른 지역에 사는 두 사람이 고립된 곳에 있는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마무리되는 그 엔딩이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분할된 컷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 영화의 시차

〈노 어더 랜드〉
[리뷰]: 한 겹 너머의 투쟁(강신정)
[단평]: 철거와 시차 사이에서(남홍석)
청명: 〈노 어더 랜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주인공 활동가가 찍은 푸티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영화의 시차를 언급하더라고요. 영화는 찍고 편집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동시대에 있는 일을 바로 담아서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아니잖아요. 영화는 항상 늦게 도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의 충돌이나 아쉬움 같은 감정들, 그 지점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우수: 뉴스는 다 실시간으로 전달이 되는데, 영화는 최소 반년에서 1년의 시간이 딜레이 되잖아요. 그러면 영화는 현재를 다루는 것이 아니게 되지 않느냐는 딜레마가 확실히 생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는 기록 매체기도 하죠. 24년도에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다큐를 많이 봤었어요. 그 작품들이 있고, 〈노 어더 랜드〉가 있고, 또 지금의 상황이 있으니 다 연결이 되는 거 아닐까 싶어요.
* 3월의 인디즈 추천 영화
청명: 〈힌드의 목소리〉 (2025, 카우타르 벤 하니야)
실제 일어난 일을 영화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잖아요. 전작에서도 그렇고, 감독님이 본인만의 철학과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실험 영화의 탈을 쓴 감독 자신의 내밀한 고백. 너무 솔직해서 마음이 갑니다.
경칩: 〈Life in a day〉 (2011, 케빈 맥도널드)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유약하면서도 전적인 너와 나의 연결
춘분: 〈극장의 시간들〉 (2025,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영화가 날 끝없이 밀어내도, 극장에서 영화를 만나고픈 이유
기타를 타고 질주하는 박세영과 우즈의 욕망, 욕심
지나고 나면 괜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게 여름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미화 없이도 어느 시절을 그리워할 줄 아는 영화 같아요. 올봄엔 〈남매의 여름밤〉을 보면서 다가올 여름을 미리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요. 윤단비 감독님이 곧 〈첫 세계〉로 돌아오시니 꽤 적절한 타이밍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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