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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보이 인 더 풀〉: 푸르던 여름을 견뎌낸 청춘에게

by indiespace_가람 2025. 5. 23.

〈보이 인 더 풀〉리뷰: 푸르던 여름을 견뎌낸 청춘에게

*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사방이 푸르른 여름, 부단히도 피어나려는 청춘들이 있다. 내 속을 헤집어 찾은 조그마한 특별함에 젖어 꿈꾸다가도 굳이 찾지 않아도 또렷한 친구의 특별함에 쉽게도 좌절하던 우리가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무엇도 되지 못했다는 불안을 동시에 쥔 청춘은 부지런히 이 여름을 견뎌낸다.

 그리고 영화 〈보이 인 더 풀〉의 석영과 우주 또한 마찬가지다. 울지 말라면 괜히 눈물이 삐죽 나오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던 시절. 엄마의 키는 따라잡아도 마음은 따라잡기 어려워 심술부리던 그때 석영과 우주는 만났다. 어린 시절의 쉽게도 허물어지는 마음은 우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인 물갈퀴를 고백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고백은 석영에게 경쟁이 아닌, 함께 헤엄치고 꿈꾸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석영이 수영을 포기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07년 달빛이 일렁이는 수영장에서 둘이 보낸 여름은 2013년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는 여름으로 이어진다. 유망주가 된 우주는 물갈퀴가 옅어지며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유일하게 비밀을 알고 있는 석영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들의 재회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물갈퀴와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진 석영의 꿈은 텁텁하게 남아 함께 꿈꾸던 그 자리에 가 있는 우주의 말이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는 도무지 그가 원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영화 〈보이 인 더 풀〉 스틸컷


 영화 〈보이 인 더 풀〉은 틈새에 피어나는 성장에 대해 말한다. 꿈과 재능, 성공과 실패, 질투와 사랑, 2007년의 여름과 2013년의 여름, 석영과 우주. 그 사이엔 무수한 실수가 있고 그 모든 것은 결국 성장의 발판이 된다. 그렇게 성장한 우주는 물갈퀴 없이도 계속 물속을 헤엄치기를 선택하고 석영은 자신의 물갈퀴를 알아보는 재능을 끌어안고 그 시절 우주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또 다른 아이에게 해주며 모든 실패담은 결국 나를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헤엄을 멈춘다고 해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물장구를 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물 위를 표류하거나 허우적대거나 옆에서 그저 바라보기를 택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물속을 완전히 떠나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무수한 선택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이 수영장에 오래 남아있는지가 아닌, 그 시절 보았던 일렁이는 물결을 시작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 〈보이 인 더 풀〉 스틸컷


 청춘의 꿈은 청춘 자신만큼이나 연약해서 쉽게 부서지고 흔들리겠지만 그래서 더욱 애틋한 존재이다. 그 모든 부서짐과 흔들림 위에 또 다른 이야기가 쌓이고 이것은 성장으로 읽힌다. 석영과 우주가 꿈과 현실 사이,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부딪히고 무너지며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우리와도 닮아있다. 영화는 무엇이라도 되고자 부딪히며 걸었던 모든 길은 결국 ‘나’ 자신으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일러준다. 석영과 우주의 모습은 그저 청춘의 한 장면이 아닌 변화하고 흘러가며 여름을 보내는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이다.

 어느덧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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