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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어려운 마음, 달리 나오는 대답
〈보이 인 더 풀〉 그리고 〈늦더위〉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사람은 평생에 걸쳐 성장한다. 그 성장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은 신기하게도 어떤 시기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자라난다. 어렴풋이 우리는 중고등학생 시절과 청년 시절을 떠올린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동시에 늘 가지고 있었던 불안함과 조급함을 기억해 낸다. 이제 좀 알 것 같으면 멀리 떠나가고 마는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는지 우리는 안다. 이 기억으로 만들어진 〈보이 인 더 풀〉의 석영과 우주는 그렇게 내 맘에서 헤엄쳤다.
특별해지고 싶지만 평범한 석영, 평범해지고 싶지만 특별한 우주. 각자의 입장이 무엇이든 서로가 편했던 둘은 수영 안에서 우정과 경쟁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물갈퀴라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우주는 수영선수로 자라나지만, 점점 희미해지는 물갈퀴와 느껴지는 한계에 혼란스러워한다. 유일하게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석영에게 돌아오지만, 우주의 특별함을 사랑함과 동시에 시기했던 그는 마음에서 비껴간 대답만 한다. 너는 여전히 잘하고,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고 말해주지 못한다. 아슬아슬한 우주와 석영. 그저 출렁이는 수영장의 물만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늦더위〉의 동주는 본인에게 비껴간 대답을 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잘 읽지 못하는 동주는 스스로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나’를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며 걷지만, 그마저도 성치 않다. 그에게 다른 길도 있음을 알려주는 이도 존재하지만, 동주는 흐린 눈으로 부정한다. 석영이 우주에게 미묘한 마음을 느낀다면, 동주는 남보다는 나에게 그러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에게 어긋난 마음을 말하는 사람, 상대에게 어긋난 마음을 말하는 사람을 보며 두 영화를 겹쳐본다. 또, 나의 모습을 올려 보기도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완벽히 만족할 수 없다. 늘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도 없다. 한 구석에는 항상 약간의 불안과 비교, 질투가 놓여있을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삶이다. 그 모난 구석이 우리를 앞으로 달려 나가게 한다. 결국 석영은 우주와의 다름을 인정하고 삶의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갔고, 우주 또한 새로운 물갈퀴를 발에 달고 다른 물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영화는 우리가 무엇이든 완벽히 할 수 없기에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며 손을 건네준다. 원치 않는 짠한 장면들이 눈을 스쳐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손을 잡아본다. 안되면 다른 거 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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