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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상과 몫
〈리셋〉 그리고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11년,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났다. 그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아무도 도울 수 없었는지 알지 못한다. 〈리셋〉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모름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명한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끝내 구조되지 못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인터뷰가 유독 머릿속에 남았다. 타임머신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말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아이가 배에 타지 않게 만드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며, 그저 배 안의 아이에게 ‘어서 나오라’는 말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정법의 세계에서조차 최대한 현실적이고 최소한인 소망이었다. 영화의 제목인 〈리셋〉이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꾸거나 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고통스러운 복기처럼 느껴졌다.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인터뷰도 유독 기억에 남는다. 사회적 참사들을 포함하여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고, 남겨진 사람들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남겨진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고 애도하는 일이,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일상의 일부가 된다. 농담과 웃음이 애도와 함께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남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모습과 감정만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영화 속에서 ‘남겨진 이들’일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전과 이후가 결코 같을 수 없는 사회적 참사 이후에 아픔과 슬픔, 고통과 그리움은 늘 일상 사이에 맴도는지 모른다. 그래서 ‘몫’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구도 홀로 슬퍼하거나 무너지지 않기 위한, 우리 모두의 몫에 대해. 그 몫이 결코 같은 무게일 수는 없겠지만, ‘여럿이 나누어 가지는 각자의 부분’을 잊지 않고 품으며 살아가는 서로를, 일상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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