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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기록이 전해지기까지

by indiespace_가람 2025. 5. 2.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리뷰: 기록이 전해지기까지

*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늦은 저녁은 모두에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 늦은 시간까지 외출해 있었다. 함께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휴대폰을 보더니 ‘비상계엄이래요.’라고 말했고, 누구도 그 말을 바로 믿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일상이 한바탕 흔들리는 경험은 우리의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흔들리기 쉽고 당연하지 않은지 상기시켰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 있건 뉴스를 보기 위해 휴대폰을 가까이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었다.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스틸컷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뉴스타파 기자들의 시선에서 이들이 겪은 압수수색의 과정과 지난한 싸움의 과정을 담았다. ‘압수수색’ 네 글자는 뉴스와 신문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단어지만 그 현장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본 적은 없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압수수색’은 검은 양복을 입은 검사들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의 삶도 들쑤시는 풍경이었다. 한 언론을 향해 권력이 내린 답의 근거가 되어줄 퍼즐 조각을 검사들이 찾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삶은 짜맞춰진다.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에는 압수수색 현장 외에도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이 담겼다. 기자와 PD들은 정치인에게 질문하기 위해 집요하게 따라간다. 하지만 질문에 답이 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정치인들은 얼굴에 은근한 미소를 띠고 취재하지 말라고 답할 뿐이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은근한 미소를 띤 인물들은 답 대신 그럴듯한 미소를 짓는 법이 익숙해 보인다. 뉴스와 신문에서 국민들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단어를 접하고 상황이 바뀌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스틸컷


 역사적으로 기록은 권력에 맞서는 방식이었다. 억압과 통제도 카메라를 들어 찍고, 글을 쓰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기록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배운다. 작년부터 올해의 흐름뿐만이 아니라 기나긴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투쟁과 결의가 기록이 전해지기까지 있었을지, 순간순간들을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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