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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귀신들〉: 사람과 AI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존재들

by indiespace_가람 2025. 4. 23.

〈귀신들〉리뷰: 사람과 AI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존재들

*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귀신’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공포가 느껴질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포스터 속 영화 제목의 ‘ㅅㅣ’가 AI라는 글자로 쓰여 있는 것처럼,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현실인 듯 아닌 듯, 귀신처럼 슬며시 다가오는 인공지능으로부터 공포가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삶에 AI는 깊숙이 침투해 있다. 기존에 인간이 했던 일들을 인공지능은 너무나도 손쉽게 처리해 낼 수 있다. 우리의 정신과 신체가 보다 편해 짐과 동시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이며, 사회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인가?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귀신들〉은 켜켜이 쌓여있는 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우리에게 주어질 미래를 그려 본다.

 

영화 〈귀신들〉 스틸컷


 영화는 총 5개의 에피소드(보이스피싱, 모기지(금융 거래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사용할 때 그 부동산에 설정되는 저당권 또는 그 저당권을 나타내는 증서), 노이즈캔슬링, 페어링, 업데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에피소드는 각 스토리 마다 AI와 사람, 그리고 AI 간의 관계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AI들을 우리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우리 삶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CHAT-GPT와 같은 인터넷 속의 존재가 아닌 ‘사람’의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AI의 유형에 따라서는 마치 감정을 지닌 것과 같이 행동하기도 하고, 본인의 뒤를 이을 AI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만다. 

 

영화 〈귀신들〉 스틸컷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 “보이스피싱”에서는 더욱 혼돈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기계의 힘을 빌려 움직이고 말하는 엄마와 너무나도 멀끔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밥을 달라는 아들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에피소드는 그저 평범한 모자 관계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아들이 엄마에게 1억이라는 돈을 요청할 때부터 반전된다. 소주제를 미리 본 관객들은 이미 이 상황이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엄마는 이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거절 끝에 결국 아들의 모습을 한 피싱 AI, 범수에게 돈을 건네주고 만다. 추후 범수가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한 내막이 드러나며 관객은 뿌옇게 보였던 범수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 아들의 죽음 이후 반복되는 그날의 하루를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도 눈에 겹친다. 자의인 듯 아닌 듯 기억을 반추해 가며 살아가는 엄마와 피싱임을 인지하고도 아들의 모습을 한 AI에게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던 모습이 마음을 긁는다. 

 

영화 〈귀신들〉 스틸컷

 

 또, 마지막 에피소드 “업데이트”에서는 AI에게 스스로의 존재에 있어서의 혼돈을 주기도 한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위기찬은 본인과 꼭 닮은 ‘위기찬 AI’에게 본인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려 만남을 가진다. 그 둘은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문제는 서로가 바라보는 지점의 차이에서부터 발생한다. 작가 위기찬은 본인이 세상에서 잊히는 것이 두려웠고 ‘위기찬 AI’는 그가 위기찬의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못하여 소설을 완성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결론적으로는 두 개체 모두 AI였음이 밝혀지고 결국엔 그 뒤를 잇는 업데이트 된 ‘위기찬 AI’가 소설을 출판하며 끝이 난다. 어떠한 오류로 인해 기존의 ‘위기찬 AI’가 스스로를 진짜 인간 위기찬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이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AI는 후세대 AI에게 그 사실을 인지 받는 순간까지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만약 발전의 끝을 달려가는 미래에서, AI에게도 존재론적 무게가 생긴다면 인간은 그를 어떻게 대해 주어야 할까. 무엇이 맞는 선택인 것일까. 


 영화는 미래는 이미 생성되었다고 말하며 현 사회의 문제에 AI에 관한 논제들을 중첩시켜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현실의 공포를 넘어서는 더 커다란 고민 앞에 놓여져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뿐만이 아니라 AI의 입장까지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귀신들〉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벽을 허문다. 사람의 존재에 있어서도, 과연 어디까지가 사람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혼란스러운 그 경계 지대 안에서 나는 답을 찾지 못한 채 서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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