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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문경〉 인디토크 기록: 문경을 지나

by indiespace_가람 2024. 9. 20.

문경을 지나

〈문경〉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9월 6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신동일 감독, 류아벨, 조재경, 강아지 복순 배우
진행 김홍성 아나운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기록입니다.


저마다의 삶을 안은 인물들이 문경에서 조우한다. 서로 다른 궤적을 살아온 ‘문경’과 ‘가은’이지만,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문경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짧은 여정 동안 문경과 가은의 삶은 잠시 겹쳤다 다시 멀어진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동행은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만남의 끝, 손을 흔드는 두 사람의 얼굴 위로 햇빛이 깃든다. 그렇게 문경은 각자의 고민을 풀어놓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다시금 나아갈 추진력을 얻는 공간이 된다.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고 문경의 풍경을 따라 살며시 발걸음을 옮겨본다. 

 


김홍성 아나운서(이하 김홍성): 감독님과 배우님 각자 소개 부탁드려요.


신동일 감독(이하 신동일): 〈문경〉 연출한 신동일입니다. 반갑습니다. 


류아벨 배우(이하 류아벨): 〈문경〉에서 ‘문경’역을 맡은 류아벨입니다. 


조재경 배우(이하 조재경): 비구니 스님 ‘가은’역을 맡은 조재경입니다. 


채서안 배우(이하 채서안): 안녕하세요. ‘초월’역을 맡은 배우 채서안입니다. 

김홍성: 촬영을 여름에 하신 것 같은데, 힘든 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촬영하며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는지, 지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는데요. 초월과 강아지 ‘길순’이가 함께 걷는 장면입니다. 초월을 쳐다보는 길순의 눈빛이 기억에 남네요.

김홍성: 저도 영화의 엔딩에서 초월과 ‘길순’이 마주 보는 장면에서 소름이 끼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감독님이 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 제일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문경이 툇마루에 나와 기타를 치명서 죽은 동생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카메라가 왼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요. 원래는 샷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현장에서 변경된 씬입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찍어야 해서, 긴박한 상황에서 촬영했는데, 영화를 보니 잘 나온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 〈문경〉 스틸컷

 

김홍성: 레일을 깔아 찍으셨을 것 같은데, 순서와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찍어야 하는 장면인 만큼 배우분들, 감독님의 고생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류아벨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서울에서의 ‘문경’과 문경에 내려온 이후의 ‘문경’을 표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류아벨: 문경의 변화는 제가 배우로서 맞추고 싶었던 부분인데요. 문경이 서울에서 위장 장애로 고생하고 실내에서 오래 지내는 인물인 만큼, 피곤하고 하얗게 질린 이미지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문경에 내려와서는 ‘문경’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싶어서 일부로 많이 돌아다니고 밖에서 햇빛을 보며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문경이 툇마루에 앉아 기타를 치는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문경이 오래전에 기타를 쳤던 사람이라는 설정이 있는 만큼, 기타를 치는 모습이 어색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촬영장에서 기타 연습을 틈틈이 했습니다. 

김홍성: 조재경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비구니 스님 역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셨던 부분이 있을까요?

조재경: 일단 외적으로는 머리를 깎았습니다. (웃음) 또, 스님들을 찾아가 많이 배우려고,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습득하고자 노력했는데요. 영화 속에 반야심경을 외는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했어요. 근데, 아무리 해도 느낌이 잘 안 살아서 스님들께 여쭤봤더니 노래의 톤은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스님들과 함께 톤을 잡고 저만의 개성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김홍성: 채서안 배우님은 영화 속에서 상처받은 인물을 그리셨는데, 힘든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채서안: 크게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리딩 때부터 감독님과 작가님이 초월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계신다고 느꼈고 실제로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작가님이 가지고 계셨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과거 작가님의 모습이 투영된 지점도 있을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지만, 초월의 힘듦에 공감하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문경〉 스틸컷

 

김홍성: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각자의 슬픔과 고통을 안고 있는데요. 〈문경〉은 상처를 가진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상처를 딛고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질문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관객: 저는 전주영화제에서 첫 관람을 했는데요. 그때, GV에서 류아벨 배우님이 48:48초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오셨어요. 48분 48초가 그 당시 감독님의 베스트 씬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오늘 상영한 〈문경〉에서 48:48에 해당하는, 베스트 씬은 어디였는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전주영화제 버전에 비해 개봉 버전이 조금 더 짧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경과 가은, 강아지 길순이가 함께 숲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장면입니다. 

관객: 후반부에 유랑이 입은 티셔츠의 문구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Let Me Get Out of the Earth!’라고 적혀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문구는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환경문제에 대한 지구적인 메시지도 있고 골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유랑의 마음도 대변하는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랑이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겨내고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문구로 해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 문경의 꿈속에서 저는 문경의 죽은 동생과 초월의 이미지가 겹치는 장면이 기억나는데, 어떤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문경이 꿈속에서 동생인 줄 알고 끌어안았는데, 컷이 바뀌면서 초월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문경이 가지고 있는 초월에 대한 애착이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생의 죽음과 초월과의 연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영화 〈문경〉 스틸컷

 

관객: 마지막에 스님과 문경이 헤어지면서 나왔던 노래가 나태주 시인의 ‘작은 마음’이었는데, 이 시를 택하신 이유가 있는지 여쭤봅니다. 

신동일: ‘작은 마음’ 같은 경우에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아티스트들의 연합 공연에 갔었는데요. 이태원 근처 수십 개의 클럽이나 바에서 진행된 공연이었어요. 거기서 가수 오열 씨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는데, ‘바로 이 노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빨려들게 만드는 노래라고 생각해 영화의 엔딩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영화 속 길순이가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장인물들이 만나게 되는 매개체가 길순이잖아요. 또 중간중간, 길순의 시점으로 보는 흑백의 화면이 나오기도 하고요. 비인간인 생명체인 길순을,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설정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길순이의 비중이 높아진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제가 인간 사회에 대한 약간의 환멸,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인간이라는 존재를 넘어서는 존재를 영화에 넣고 싶었어요. 길순이가 바라보는 세상이 심플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길순이가 키가 작다 보니 낮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데, 오히려 인간보다 더 폭넓게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길순이를 통해 문경의 아름다운 자연, 인간과 자연의 관계, 나아가 지구적인 시선까지 이야기를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로드무비라는 영화의 특성상 로케이션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는 모두 문경인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한 달 내내 문경에서만 촬영했고 문경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영화 〈문경〉 스틸컷

 

김홍성: 다시 영화 속 이야기로 넘어오자면, 류아벨 배우님이 맡으신 문경이 계약직 직원인 초월에게 따스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어요. 초월을 대하는 문경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류아벨: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문경이 초월에게 공감하고 초월을 더 신경 쓰는 모종의 이유가 있었는데요. 문경은 초월처럼 계속 계약직이었다가 정말 열심히 해서 정직원이 있다는 설정의 디테일이 있었습니다. 

김홍성: 인물 간의 관계와 연대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어서 류아벨 배우님께 이 영화를 어떤 분께 추천하고 싶은지 질문드립니다.

류아벨: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심심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어쩌면 ‘심심하다’는 감정이 ‘외롭다’로 이어지는 첫 번째 징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심한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홍성: 이 영화를 보시면서 심심한 분들이 외로움을 달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경 배우님께도 같은 질문드릴게요.

조재경: 괜찮아지고 싶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너무 복잡하거나 위로받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채서안: 저는 영화를 친한 친구 11명과 함께 봤었는데요. 영화 속 가은이 함께 여행을 갔다 잃은 친구들이 딱 11명이더라고요. 영화를 보며 공감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가은의 마음에 너무 공감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중한 분들과 함께 보시고 마음을 나누기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문경〉 스틸컷

 

김홍성: 감독님께서 준비하고 계신 차기작이 있을까요?

신동일: 이전에 찍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청산, 유수〉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고 이번 〈문경〉은 경상도에서 찍었는데요. 자연스럽게 전라도가 연상되더라고요. 전라도를 배경으로 하는 로드무비를 찍고 싶습니다. 이번에 따스한 힐링 영화를 찍은 만큼 다음에는 차가운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홍성: 시간이 다 되어서 감독님과 배우님의 마지막 한마디 들으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신동일: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뜻깊은 시간이었고 정말 감사합니다.

조재경: 개봉 2주차에 이렇게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함께해주세요.

채서안: 오늘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보시면 다른 느낌으로 즐기실 수 있으니까 많이 봐주세요.

류아벨: 소중한 시간 내주시고 GV까지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분이 하신 말인데, 내가 받은 상처나 나의 단점까지도 그것이 나를 나답게 만든다는 말을 나누고 싶었어요. 단점을 다른 면에서 보면 장점이 될 수 있고 나의 상처가 연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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