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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 - 노동, 연대, 가능성과 좌절 - 의 끝에는
〈문경〉과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영화 〈문경〉 속 문경은 직장 내 스트레스로 번아웃을 겪는다. 문경의 후배 초월은 뛰어난 기획력과 성과를 가졌지만, 정규직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경은 초월을 지켜주고 싶어 하나 그러지 못한다. 초월의 고향은 공교롭게도 그와 같은 이름의 '문경'이다. 문경은 문경으로 떠난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속 정은은 7년간 회사에 헌신한다. 어느 날 정은의 책상은 벽을 바라보게 되고, 회사는 권고사직을 제안한다. 정은은 번번이 거절하지만, 회사는 계속해서 그를 옥죈다. 정은은 지방 하청업체에 1년간의 관리직 근무를 지시받는다. 정은은 자리를 되찾기 위해 회사를 나선다.
문경은 첫 만행을 시작한 비구니 가은과 강아지 길순, 그리고 강아지를 잃어버린 유랑할매를 만난다. 정은은 자신을 거부하는 하청 회사 직원들 사이 부유하는 막내를 만난다. 문경은 가은과 유랑할매와 얘기하며 연대의 가능성을 목격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초월과 문경의 상황에 적용한다. 정은은 막내의 이야기를 듣는다. 본인의 이야기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반추한다. 정은은 막내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경과 정은은 모두 사회구조적 한계, 그중에서도 노동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의 문제를 마주친다. 머무르던 공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세계를 확장한다. 둘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만나며 거대한 구조 속 무력한 개인의 고독감을 해소한다. 각자 다르게 형성된 상황적 조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결말에 도달한 사람들을 통해 위로받는다.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듯, 선을 긋는 듯. 그렇게 서로의 갈등에 다시 생각할 기회를 부여받고 해결책을 찾아 떠날 힘을 부여받는다. 그것이 반등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든, 비극적 결말을 재료 삼아 다시 불타오르는 것이든. 문경과 정은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또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작품 보러 가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이태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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