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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그 여름날의 거짓말〉: 더 이상 도망치지 않도록

by indiespace_가람 2024. 9. 10.

〈그 여름날의 거짓말〉리뷰: 더 이상 도망치지 않도록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미성숙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누군가에겐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진다. 준비되지 않은 채 몰아치는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이리저리 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곳에 서 있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나쁜 것일까? 거짓말의 목적은 보호 또는 욕망 추구다. 다영의 거짓말은 도망침에서 온다. 미성숙의 절정 역시 거기 있다. 그때 마주치는 혼란과 불안들이 지울 수 없는 흔적들을 남긴다. 어느 순간 그것들은 우리를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는다. 징계를 받고 반성문을 쓰게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미성숙을 드디어 마주한다.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 스틸컷


영화 이곳저곳에는 다영과 병훈의 미성숙함이 파편처럼 흩뿌려진다.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선택, 서로의 사랑을 얻기 위해 한 선택, 순간의 선택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 이들은 자신의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달리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 입는다. 심지어 주변까지도 휘말린다. 휘말린다, 는 표현은 어쩌면 너무 면죄부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메라는 타인을 배제한 채 병훈과 다영만을 집요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너희 둘만의 사랑싸움에 왜 우리가 희생되어야 하냐는 지석의 외침이 기만적이면서도 영화를 아우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 스틸컷


때로 어떤 장면들은 단순히 고등학생들의 풋사랑으로 치부하기에 너무 무겁다. 특히나 다영은 자신의 미숙함을 정말이지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인물이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성관계, 임신, 낙태까지. 부당할 정도로 상처를 정면으로 통과하는 다영을 그래서 응원하게 된다. 그의 불안한 몸짓들이 결국에는 무사히 성숙으로 이어지기를. 

이쯤에서 담임 선생과 반성문이라는 장치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들의 미숙함은 반드시 계도해야 하는 대상일까? 얼핏 윤리적 판단처럼 보이는 반성문과 담임선생의 형사와 같은 추궁은 무엇을 위한 설정일까? 집요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다영의 방학을 낱낱이 들추어내는 선생의 모습은 나까지 불편하게 했다. 오프더레코드라는 말은 거짓으로 흐려지고 다영과 병훈은 반성문을 쓰기 위해 마주 보고 앉아야 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이 둘의 도망침을 붙잡아두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너도 여름방학 숙제를 했냐는 다영의 물음은 너도 이 모든 것을 마주하고 돌이켜봤냐는 질문이며 그들은 강제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행하게 되었다.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 스틸컷


성장통이라기엔 무겁고 그러나 파국적이라고 이름하고 싶진 않은 이 이야기를 나는 마주하기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의 힘은 생각보다 약했고 어른들도 거짓말을 했으며 어른들도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몰랐다. 그래서 다영은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조금은 잔인했던 자신의 성장기도 성숙한 나의 일부가 되어 있겠지. 많이 울더라도 조금씩 돌아보며 나아갈 다영의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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