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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한국이 싫어서〉: 구름이 된 걱정 사이를 해치고 (꿈에서 걸려 온 전화 / 김뜻돌)

by indiespace_가람 2024. 9. 9.

〈한국이 싫어서〉리뷰: 구름이 된 걱정 사이를 해치고 (꿈에서 걸려 온 전화 / 김뜻돌)

*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내가 한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청소년기 때부터 한국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해보았을 것이다. 청년들은 도대체 왜 한국을 싫어할까? 학벌 경쟁과 선행학습은 한글을 떼기 전의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으로 내몰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회 내 부조리와 빈부격차는 우리를 불안과 불만으로 채워갔다. 작은 말들도 꼬아 듣게 되기 일쑤였고, 마음은 점점 우중충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 계나도 말이다.

 계나는 변변치 않은 가정에서 20대의 끝자락까지 자라왔다. 소위 말하는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고 나름 괜찮은 금융회사 취업에도 성공했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왕복 4시간의 출퇴근길과 정반대의 집안에서 살아온 남자 친구가 마음에 멍을 들게 했다. 완전한 ‘번아웃(Burnout·탈진증후군)’상태. 자신의 위태함을 인지한 그는 차가운 조국을 떠나 따뜻한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계나의 이민행은 회피가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영화에 첫 장면에서 계나는 비행 수화물 무게를 맞추기 위해 가장 먼저 고추장을 빼버린다. 아마 계나의 짐 중 가장 한국적인 것이지 않을까. 그만큼 그는 뉴질랜드행에서 한국에 대한 미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도착한 뉴질랜드에서도 마냥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기는 힘들었다. 어학원 첫날 만난 엉뚱하고 무례한 남자, 사람이 넘쳐나는 라멘 가게에서의 파트 타임 생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인종차별을 하는 외국인...... 그래도 떠나온 조국보다는 낫다 싶은 계나는 우는 날 보다는 웃는 날이 많아지지만, 별생각 없이 친구를 찍었던 영상을 계기로 이런저런 문제에 걸리게 되어 추방의 위기에 맞는다. 굳세고 즐거운 삶을 이제야 영위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계나 에게는 과거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과 태도들이 강조된다. 도시의 고층빌딩 숲처럼 꽉 막힌 마음보다는 뉴질랜드의 낮처럼 따스한 온정이 돋보인다. 그의 전 남자 친구에게 가시를 세우지 않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준다. 내일을 무서워하기보다는 그 순간 자체를 즐기게 된다. 절망과 또 다른 방황을 안고 돌아왔음에도 계나는 분명히 전처럼 삶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 보였다. 언제든지 다시 뉴질랜드의 파도를 타러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일까? 미묘하게 단단해진 그의 눈에서 내리쬐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어디에 두어도 이제는 넘어지지 않을 수 있겠구나, 나 또한 확신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계나의 한국 생활과 뉴질랜드 생활의 시퀀스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진행된다. 이러한 편집에서 자연히 관객은 그 둘을 비교하며 보게 된다. 푸른 빛과 철컥거리는 지하철의 소음, 그리고 연이어 보여지는 창백한 계나는 계나에게 있어서 한국이 얼마나 춥고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특히, 한국에서의 씬은 대부분 겨울에 촬영함으로써 그 차가운 삶의 모습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이에 반해, 뉴질랜드에서의 씬은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늘 노란 햇빛이 사람들을 비추고, 번쩍이는 조명과 웃음과 함께하는 술자리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한껏 미소 짓고 있는 계나를 보여준다. 타임라인은 다소 복잡하다 느낄 수 있지만, 관객은 한국과 뉴질랜드의 삶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주제를 쉬이 녹여가며 관객은 계나의 입장에 이입할 수 있게 된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며, ‘미나’의 역할로 출연한 김뜻돌의 〈꿈에서 걸려 온 전화〉가 재생되었다. 〈꿈에서 걸려 온 전화〉는 현실에 갇혀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꿈속의 또 다른 자아 김뜻돌이 자신에게 직접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다. 비록 꿈에서 깨고 나면 다시 고통이 시작될지라도 꿈에서만큼은 ‘비가 오는 날에도 항상 항상’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얼음장 같은 현실에 그저 지쳐 하고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계나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뉴질랜드행을 택한다. 이것이 계나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꿈같던 뉴질랜드 생활에서 깨어나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영화는 이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곳에서 발을 구르는 계나의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구름이 된 걱정 사이를 해치고 / 네 이마에 쪽 입을 맞췄어
어지러운 단어가 많아서 / 그중에 누가 진짜 너인지
비가 오는 날에도 항상 항상
너무 슬픈 날에도 항상 항상
몰래 춤을 출 때도 항상 항상
네가 잠든 사이에도 항상 항상


꿈에서 걸려 온 전화 / 김뜻돌

 



걱정이 많고 어지러워도, 비가 오고 너무 슬퍼도, 계나는 이젠 늘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강건히 선택해 나갈 눈이 생겼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에 계나는 열심히 손전등을 비춰갈 것이다. 그리고 탐색할 것이다. 그의 행복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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