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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냉장고 속의 아빠〉 정인혁 감독 인터뷰: 연대하고 치유받는 우리들의 이야기

by indiespace_한솔 2020. 7. 29.


 연대하고 치유받는 우리들의 이야기

 〈냉장고 속의 아빠〉 정인혁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유진 님의 글입니다.



 

 

 

지난 해 많은 영화제를 통해 관객을 만난 정인혁 감독의 <냉장고 속의 아빠>가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0'을 통해 다시 한번 찾아왔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공포와 환상 테마로 풀어놓은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영화다. <안녕, 곰씨>(2017)<틴더 시대 사랑>(2019)에서도 퀴어와 여성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보여준 정인혁 감독을 상영이 끝난 직후 만나보았다.

 



많은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 <냉장고 속의 아빠>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레즈비언 영화들로 가득 채운 이번 썸머프라이드시네마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게 된 소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상영할 기회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한 작품이 다시 상영된 게 반갑고, GV까지 하게 되어서 좋아요. 무엇보다 이번 썸머프라이드시네마는 모두 여성 퀴어영화로 이뤄져 있어서 좋은데, 여기서 제 작품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냉장고 속의 여자라는 클리셰를 비튼 제목에서부터 미디어에서 여성이 다뤄지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셨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그런데도 한 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직관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목 자체도 그렇죠. 뻔한 호러 장르적 클리셰를 가지고 만든 영화인데, 대신 여성이 대상화된 지점들을 빼고, 살인마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없애고, 밸런스를 맞추면서 만들고 싶었어요.


 

동시에, 이 영화 속 아빠는 스테레오 타입의 냉장고 속의 여자가 당하는 수난을 겪는 대체 버전이라기 보단 고전적인 공포영화 속 존재 같기도 합니다. 제목을 보고 예상한 것과 달리 성별이 반전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아버지로의 전형적인 형상을 강조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존재가 환영적인 방식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저는 오히려 정말 무섭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어떤 식으로 아빠라는 귀신, 또는 저주를 만들어나가신 건지 궁금합니다. ‘를 드러내는 수단적인 존재일까요?

 

어떤 지점에서는 전형성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아빠를 추상적인 저주의 소재로 사용하긴 했지만, 실제로 고통받는 분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고난과 수난을 헤쳐가는 서사에서는 다른 방식을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구조적으로는 클리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역이 절대 매력적이면 안 된다는 법칙만은 유지하려고 했어요. 여성의 이야기를 더 중점적으로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집 곳곳에 붉은 끈으로 천장에 매달아 놓은 종과 물체들이 모빌처럼 보입니다. 어린아이의 방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특한 느낌을 주는데요. 어떤 효과를 얻으려 이러한 배경을 꾸미게 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배경을 설정한 뒤 배우들과 스텝들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확실히 공포영화라면 이미지를 각인시킬 만한, 일상과는 다른, 아이코닉한 면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이 캐릭터가 사는 환경, 공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요. 거울과 모빌은 그것들을 통해 누군가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게 되니까 이 인물이라면 어디서 아버지가 움직이는지 알 수 있는 장치들을 달아놓고 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비주얼적으로 좋기도 하더라고요.

 


가 준 선물이 이후 결정적으로 아버지를 죽이는 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 홀로 서서 아버지를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지점에서 반전이었습니다. 마치 <델마와 루이스> 같은 두 여성의 버디물처럼 탈바꿈하는 지점이고요. ‘의 유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라는 이름이 오그라들면서 직관적인 이름이잖아요. 몇 십 년 간 쌓아온 것들이 있는데 한 순간에 영감이나 깨달음을 받았다고 해서 어떤 문제를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어떤 것들을 해결할 때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 영화도 둘이서 힘을 합치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대'를 등장시켰어요. 변화의 불씨를 일으키는 인물이 저 개인적으로 필요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죽음을 종소리와 파편적인 장면을 통해 환상적으로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저주받은 아이로 상정된 아이의 유년기와 아버지의 죽음의 환상적인 처리가 연결되어 굿과 같은 제의 의식으로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이 느껴졌어요. 이 장면을 연출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아버지의 죽음 장면은 폭력적인 표현 수위보다 웃을지, 웃지 않을지에 대한 경계를 더 중요하게 고민했어요. 결국 가 선물로 준 딜도가 머리에 박혀서 죽는다는, 웃을 수 없지만 웃기기도 한, 그런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이 장면을 제의의식처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대, 한 대 아빠를 치면서 이건 과거의 것, 이건 현재의 것, 그런 식으로 하나씩 업보를  돌려주는 구조로 만들었거든요.

 


푸른색 조명과 붉은색 조명의 사용에 시선이 갔습니다. 아이가 잠을 자는 공간이자 피신하는 장소인 화장실은 붉은색 조명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싸우고, 유년의 모빌이 걸린 장소인 거실은 푸른색 조명으로 처리했습니다. 통념적으로는 붉은색으로 위험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에서는 안전한 공간으로 상정되는 화장실을 붉은색 조명으로, 또 위험한 공간으로 상정되는 거실을 푸른색 조명으로 처리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명은 촬영 감독과 상의해서 강렬한 원색으로 가기로 했어요. 확실히 욕실이 에게 안전한 공간이긴 해도 욕실에서 잔다는 게 일상적인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테지만 주인공에게는 그 공간이 편하거든요. 일반적인 생각과 캐릭터의 생각이 어긋나는 지점이죠. 그래서 오히려 일반적인 인식에서 벗어난 색 배치를 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걸레라는 소품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걸레는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특별히 걸레를 사용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를 구상할 때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에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화장실에 대걸레가 세워져 있는 걸 보는데 순간 그게 가면의 모습 같았어요. 공포영화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킬 만한 소품이 필요했고, 이걸 가면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걸레라는 소품을 발전시키게 됐어요더불어 걸레라는 말도 퀴어라는 단어처럼 역설적인 표현으로 쓰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소수자/피해자를 낮게 표현하는 욕설이지만 그에 응할 필요 없고,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영화를 여는 장면과 닫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또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을 연기한 두 배우가 서로 굉장히 닮아서 놀라웠습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아이의 모습을 배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주 자체가 어린 시절 시작된 것이잖아요. 항상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이었어요. 그렇지만 저주를 마주하고 해결하기 전의 어린 아이와 이후의 어린 아이는 조금 다르죠. 그런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저주에서 벗어났으면서도 여전히 욕조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통해 어떤 부분은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분명 달라진 점은 있지만 어떤 트라우마는 평생 남잖아요.

 


주연배우들의 캐스팅이 인상적입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몽환적인 데에 비해 두 배우가 대사를 이어갈 때는 매우 현실적인 느낌이에요. 권량금 배우와 임채은 배우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 편하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든 스태프들이 아는 사람, 동기, 후배들로 이뤄져있어요. 배우 오디션 볼 때도 사회적인 문제,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서 어린 역할의 배우를 뽑는 것도 어려웠어요. 대부분의 아동 배우들이 화장도 많이 하고, 어른스럽게 보이려고만 하더라고요. 최대한 그런 느낌이 덜한 친구를 뽑았어요. 그리고 대사의 현실적 느낌은 저를 반영한 거에요. 많은 영화들에서 나누는 대화는 너무 다 진지하고 주제의식을 반영하잖아요. 그렇지만 사실 우리는 어색한 상황에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니까요. 그런 정신 없는 대화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영화는 두 여성 인물이 성소수자임에도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폭력적인 시선을 내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습니다. 여성 인물을 퀴어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퀴어라는 것에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당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그런 질문을 없애고 싶었어요. 그래도 현실적으로 답을 해보자면, 이 여성이 이성애자라면 남성이 새벽 2시에 찾아와야 하는데 그건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아닐 것 같고, 그렇다고 두 사람이 친구라고 하기에도 그렇고요. 제가 더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이유와 개연성은 필요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넓히고 싶었어요.

 




최근 감독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얼마 전 <틴더 시대 사랑>이 미쟝센단편영화제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고, 프랑스 배급사와 배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어요. 지난 작업을 본격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지금의 소감도 들어보고 싶어요.

 

프랑스 배급사와 계약이 되어서 잘 됐다며 기뻐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개최를 않더라고요. 아쉬웠어요. 그래도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여기저기서 영화 잘 봤다는 이야기 듣는 것도 좋고요. <틴더 시대 사랑>도 퀴어 영화인데, 퀴어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말하면서도 굳이 퀴어라는 걸 설명하지 않으려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틴더 시대 사랑>의 예고편을 보니 <냉장고 속의 아빠>에 이어 미스테리, 미신, 독특하고 기괴한 테마가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한 소재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퀴어라는 정체성과 맞닿아 전개가 됩니다. 이런 정인혁 감독님 고유의 테마는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공포 영화를 좋아해서 이런 테마를 사용하면서 여성과 소수자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도 모르게 나오는 방식 중 하나여서 분석적인 설명은 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제가 잘 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어떤 소재를 가져와서 과장되게 만들면서도 주제와 어우러지도록 하는 게 저는 재밌기도 하고요. 어떤 걸 만들든 전형적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이런 테마로 향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또 <냉장고 속의 아빠>를 접하게 될 관객분들, 그리고 감독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영화 두 편을 연달아 찍어서 일단 지금은 푹 쉬고 있었어요. 이제 다시 작업을 시작해 보려고 하거든요.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썸머프라이드시네마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관객분들 만날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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