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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이장〉 인디토크: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여성연대로서의 ‘자매애’를 엿보다

by indiespace_한솔 2020. 4. 24.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여성연대로서의 '자매애'를 엿보다

 〈이장〉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4월 4(토오후 2

참석 배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진행 강유가람 감독(이태원〉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 님의 글입니다. 




202044, 정승오 감독의 이장인디토크가 강유가람 감독의 진행으로 이장의 네 자매 혜영역의 장리우 배우, ‘금옥역의 이선희 배우, ‘금희역의 공민정 배우, ‘혜연역의 윤금선아 배우와 함께 진행됐다. 영화 속 네 배우가 보여준 현실감 넘치는 자매 연기만큼이나 인디토크에서 보여준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배우로서 진지하게 영화와 연기에 대해 답하면서도, 각자의 캐릭터에 몰입하여 마치 영화의 네 자매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첫째부터 넷째까지 서로를 향해 던지는 애정 어린 농담들이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오며 가며 이어졌다. 영화 속에서 서로의 빈 곳을 채우듯이, 영화 밖 현실에서도 네 배우는 끈끈한, 말 그대로의 자매애를 보여주었다.





리우 배우(이하 장리우): 안녕하세요, 이장에서 첫째 딸 혜영 역을 맡은 장리우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선희 배우(이하 이선희): 둘째 금옥 역할을 맡은 배우 이선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민정 배우(이하 공민정): 안녕하세요. 셋째 금희 역할 맡은 공민정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즐거운 시간 됐으면 좋겠습니다.


윤금선아 배우(이하 윤금선아): 안녕하세요. 넷째 혜연 역의 윤금선아입니다.

 

강유가람 감독(이하 강유가람): 저는 원래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드는 사람이라서 극영화 배우님들과 GV를 하니 떨리기도 하는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웃음이장이라는 영화는 가부장제에 종언을 고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굉장히 불합리했던 지점들을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짚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배우 분들을 모시고 진행하게 된 만큼, 먼저 이장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셨는지에 대해서도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장리우: 지금 버전 말고 이전 버전을 먼저 받았어요. 그 때에도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제의 모습은 똑같았어요. 그걸 보면서 제가 대학을 가고 제 삶을 살면서 잊었던 저희 가족이 다시 생각이 났고요. 시나리오 속 가족과 저희 가족이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저의 아버지, 동생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면서 이걸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첫째 역이 나한테 오겠구나.’ 싶었어요.(웃음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선희: 감독님 뵙고 2시간 만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었거든요. 배우로서 역할을 볼 때는 그랬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찍기 전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좀 더 가족 이야기가 더 와 닿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빠른 출연 결정을 한 건 저도 간만이었어요. 너무 양질의 시나리오여서요.

 

공민정: 감독님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말씀 안 해주시고 시나리오부터 주셨는데 봤을 때 셋째 아니면 넷째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여쭤보니 셋째라고 하셔서 역시 그렇구나, 하는 마음이었어요.

 

윤금선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혜연 역으로 봐주세요.’라고 하셔서 대사를 해보면서 읽었는데요. 대사 자체도 재밌고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워서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강유가람: 네 자매가 극을 이끌어 가잖아요. 현실의 친자매들을 보는 듯해서 어떻게 이렇게 연기합이 좋을까 감탄했는데요. 시나리오에 있는 부분을 표현할 때 각자 연기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그리고 원래 배우분들끼리 알던 사이셔서 이렇게 합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현장에서 리허설을 많이 하셨는지, 이런 것들도 궁금합니다. 대화하는 씬들이 호흡이 너무 좋더라고요.

 

장리우: 각자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생각하고 했겠지만, 촬영할 때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차 씬은 리허설을 거의 못했지만 중요한 씬들은 많이 했고요. 촬영기간 동안 저희가 실제로 같이 차를 타고 다녔어요. 영화에 나오는 차 말고 아침마다 출발할 때 제 차도 타고 이선희 배우 차도 타고, 그런 식으로 저희 형제, 자매들이 차를 같이 타고 다녔어요. 그래서 영화상에 나오는 차 씬을 찍을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선희: 감독님이 진짜로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처음에 만났을 때 저희를 한 방에 몰아넣고 빨리 친해지라고, 빨리 말 놓으라고 그러셨어요. 조금은 강압적인 지점도 있었어요.(웃음그런데 진짜로 빨리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됐고, 그 덕을 본 것 같아요. 역할을 할 때 어려운 점은, 다른 배우들도 각자 그런 부분이 있었겠지만, 저는 그냥 내내 억울했어요. 얼마나 억울한지 아니, 이런 대접을 받고 사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금옥이를 위에서도 찍어 누르고 아래에서도 밀어 올리니까요. ‘진짜 둘째가 이렇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리우: 아니, 저는 내내 참았습니다.(웃음)

 

이선희: 첫째는 참았고, 저는 억울하고. 또 넌(셋째) 뭐야.

 

공민정: 전 평화주의자.

 

이선희: 아이 무슨...(웃음금옥이를 연기하면서 계속 억울한 감정이 들었는데, 이 감정을 설득 당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금옥이라는 옷을 입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있고, 또 역할을 만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었어요. 보기엔 웃긴 장면이겠지만, 자기들끼리는 계속 분위기도 안 좋고 기분이 안 좋잖아요. 이런 역할과 만나면서 받는 약간의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역할을 만드는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강유가람: 공민정 배우님이 금희 역할을 평화주의자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주변을 완충해주는 느낌이 들면서도 사실 센 발언을 할 때는 가장 센 발언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차 안에서 금옥에게 기생충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되게 깜짝 놀랐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어떤 감정이셨는지 공민정 배우님께 궁금합니다. 제가 실제로 제 여동생이랑 싸울 때 서로의 아픔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싸웠던 게 기억나서요.

 

공민정: 금희는 기본적으로 중재자의 입장에 있고, 무슨 사건이나 상황이 펼쳐치면 심각한 분위기를 싫어해서 장난으로 무마하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은 언니, 동생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무마하려고 하는 친구인데요. 자신의 영역 안의 것들을 건드리면 날카롭게 곤두서서 어떻게든 내가 받은 상처만큼 긁어내려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해서 이 사람을 골랐고, 그 사람이랑 잘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이런 사실을 금옥 언니가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 결혼은 돈이지.’라고 하니까 금희는 누가 몰라? 나도 알지만 내가 이 사람 사랑했고 돈보다 이걸 선택한 건데!’라고 생각한 거죠.

 

이선희: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관객 웃음)

 

공민정: (웃음) 내가 선택을 했는데 그에 대해서 요즘 세상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요즘 누가 돈을 모으고 있어.’ 이런 말을 내던지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생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근데 금희는 화난 건 아니에요. 금희는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것, 예를 들어 가치관 같은 것을 건드리면 화가 나더라도, 또 눈치가 빨라서 오히려 눈치가 없는 행동을 하면서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강유가람: 금희가 뭔가 상황을 무마하려할 때 너무 사랑스럽다가도 그런 말을 할 때는 또 표정이 확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고, 윤활유 같은 역할을 잘 해주신 것 같아요. 윤금선아 배우님이 연기한 혜연 역은 탈코’(탈코르셋)한 페미니스트로 보이는데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학교에서 반성폭력 운동을 하는 학생입니다. 사실 혜연이 큰아버지에게 대들 때 굉장히 통쾌하기도 했지만, 친척들을 만났을 때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그런 장면과 반대로 영화 후반부에서 아버지 유골을 화장한 후에는 울기도 하는데요. 혜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감정의 파고가 크고 맺힌 게 많은 느낌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연기할 때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윤금선아: 혜연이는 말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화가 나는 인물이에요. 대화를 하면서 계속 화가 증폭되는 그런 인물이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셨어요. 정말 시나리오의 대사대로 서로 주고받으니 화가 점점 증폭되더라고요. 그래서 혜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대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강유가람: 이제 관객 분들의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오픈채팅을 통해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고 있어요. 지금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데요배우 분들이 보시기에 영화에서 가부장제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장리우: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막내아들 승락 없이 큰집에 가자 큰아버지가 장남 없이 어떻게 묘를 파냐라고 하는 장면에서 다 표현되는 것 같아요. 남자가 있어야만 집안 중대사를 하는 그런 것들.

 

공민정: 큰아빠가 하는 말 전부 다 아니에요?(웃음)



강유가람: 아버지를 화장할 때 혜연이가 유독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배우님은 어떤 해석으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 질문은 조금 전에 이야기 나눈 것 같은데요. 추가적으로 감독님의 가이드가 있었다면 어떤 식이었는지 질문 주셨어요.

 

윤금선아: 갈빗대를 던지며 대사를 하는 버전도 있었고 그냥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버전도 해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두 가지 버전으로 찍었어요.


 

강유가람: 저도 이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어떤 분께서 질문해주셨네요. 이장 보상금을 어떻게 나누게 될지 배우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장리우: GV 때마다 되게 많이 나온 얘기인데, 일단 여기 계시지는 않지만 감독님은 아마도 윤화에게 다 줬을 것 같다고 대답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안 갖고 동생들에게 나눠줄 것 같지만 셋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공민정: 아니, 저는 (관객 일동 웃음) 윤화에게 가야 할 돈은 승락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장 비용을 왜 윤화에게?’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윤화한테 돈을 줘야하지만 그건 승락이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봤고요. 저는 결혼을 하니까 결혼자금으로 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한테 줬을 것 같았고, 언니들이 돈을 주면 그게 너무 고마워서 다시 그대로 돌려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다시 저에게 돈을 또 돌려준 언니들이 있어서 결국 300만원의 돈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마음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거든요.


이선희: 저는 사실 돈이 필요 없는 캐릭터니까 금희를 주자고 했을 것 같고요. 근데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건, 금희도 받기는 했지만 받으니 기분이 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동민이도 좀 살펴주고 윤화도 좀 살펴주고 하지 않을까. 그동안 질서가 없던 이 남매들에게 갑자기 질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 영화 속 사건으로 모두가 조금씩 진화해서 서로 조금씩 노력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윤금선아: 윤화한테 가야죠. 오백으로도 부족합니다. 금희 언니 결혼은 언니의 개인적인 일이고, 지금 가장 급한 사람은 윤화죠. 승락이가 당장에 오백이 없잖아요.

 

공민정: 대출 받든, 지가 알아서 해야지.

 

윤금선아: 결혼은! 결혼도 알아서 해야지.

 

이선희: 얘들아, 촬영 끝났다고.(웃음)

 




강유가람: 현장에서도 굉장히 의견이 분분했을 것 같은 질문이네요.(웃음저는 n분의 1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각자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각자 맡은 역할에 몰입하셔서 그 입장으로 말씀해주시네요. 다음 질문으로 ‘포스터와 영화 중간에 낮달이 보이는데, 이 낮달이 상징하는 의미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혹시 해석하신 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리우: 낮달에 대한 질문은 처음인 것 같아요. 감독님과 이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장에서 낮달이 나오는 건... 제가 달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장을 찍으면서 낮달을 되게 많이 봤어요. 아마도 낮달의 의미가 아버지와 연결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달을 보면 항상 아버지 욕을 하거든요.(웃음근데 낮에 보는 달은 좀 더 그리운 느낌인 것 같습니다.

 


강유가람: 내용상으로는 12일인데, 실제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질문 주셨습니다.

 

장리우: 한 이십 몇 회차 찍었던 것 같아요. 거의 한 달.

 

강유가람: 한 달이면 서로 굉장히 친밀하게, 가까이 지내셨을 것 같은데요. 혹시 촬영할 때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이선희 배우님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장리우: 에피소드는 이선희 배우님 전문이니까 이야기 해주세요.(웃음)

 

이선희: 에피소드 전문 이선희입니다.(웃음) 다른 GV에서도 자꾸 에피소드를 저한테 물어보셔서...

 

공민정: 지금 만들지 마시고요.(웃음)

 

이선희: 차에서 찍는 장면들은 장리우 배우가 실제로 운전하는 장면도 있고 견인차에 올려서 가는 장면도 꽤 많았어요. 근데 견인차 위가 엄청 좁거든요. 그래서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차문이 안 열려서 창문으로 빠져나가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큰엄마네 갔을 때 멋있게 혜영이 차를 딱 세우는데, 거기가 급경사 언덕이에요. 그래서 차가 좀 밀려서 놀랬던 적도 있습니다.

 

강유가람: 조금 더 있을 것 같지만 뭔가 아끼시는 느낌이 드네요.(웃음)


이선희: 아, 다른 GV에서도 말씀드렸는데요. 저희가 강화도 회담이라고 부르는 일이 있어요. 영화에서 제가 독을 깨뜨리는 장면이 있잖아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그 역할이 혜연이었어요. 그랬는데 촬영 전날에, 심지어 그 다음날 아침 7시 콜인데 그 이야기에 갑자기 불이 붙은 거예요. ‘혜연이가 여기서 이걸 또 집어던지면 너무 미워 보이지 않을까? 너무 끝까지 가는 거 아닌가? 다른 의외의 인물 없을까?’ 하면서 배우들과 감독님까지 숙소에서 동틀 때까지 이야기해서 촬영 직전에 역을 바꿨어요. 금희는 평화주의자여서 안 할 것 같고, 장녀도 안할 것 같고, 저 밖에 없구나.(웃음금옥이가 응어리를 풀 장면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금옥이로 급 변경된 장면이었습니다.

 




강유가람: 금옥이가 계속 기가 눌려있는 캐릭터여서, 그 장면이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또 다음 질문으로 각자 맡은 캐릭터가 자신과 잘 맞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올라왔네요.

 

윤금선아: 저는 혜연처럼 그렇게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런 부분은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한데요, 개인적으로 가족들한테는 소리를 좀 내는 편이고, 오히려 밖에서는 사람들한테 소리를 잘 못 지르는 편이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공민정: 저도 닮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데요. 근데 보통 제 정서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친한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과 있으면 장난치고 싶어 하는 면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이선희: 저는 오빠가 한 명 있긴 한데 늦둥이여서 거의 외동딸 느낌으로 컸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금옥이의 처지가 되게 불합리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저는 제 역할을 입을 때 배우 이선희인간 이선희가 제 안에서 계속 충돌했던 것 같아요. 보시면 제 대사들이 거의 다 부정적이어서 조금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또 제가 살아온 삶과 많이 달랐고요. 그럼에도 교집합은 하나 찾았죠. 금옥이가 상처도 많은 애인데 내내 텐션을 올리잖아요. 저도 일상에서 우울할 때 기분을 더 밝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면을 저와의 교집합으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장리우: 혜영이 장녀라는 점에서 저와 비슷하긴 한데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는 혜영이랑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부당한 것을 넷째처럼 먼저 말하는 편이라서요. 이장에서 혜영은 뭔가를 계속 참고 있는 것 같잖아요. 그게 자신의 삶과 책임져야 하는 아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애가 없고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왜 나를 혜영으로 했느냐. 그랬더니 감독님이 혜영이시잖아요.’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술을 먹는 자리에서 감독님이 이렇게 참고 있는 모습이 혜영이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웃음왜냐면 제가 그날 술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술 마시는 친구들을 보며 참고 있었거든요. 그 모습이 혜영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장리우란 사람한테서 꺼냈던 그런 면이 혜영과 부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유가람: 혜영이가 동민이에게 비타민이라고 하며 먹이던 신경안정제를 후반부에는 먹이지 않았는데요. 동민이에게 어떤 변화를 감지해서 혜영은 먹이지 않았을지 배우님의 의견이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장리우: 되게 티가 나잖아요. 그 장면을 찍으면서도 좀 묘했어요. 약을 꺼내려다가 안 주는 모습을 굉장히 티가 나는 액션으로 찍었는데 아마 혜영은 오늘만큼은 안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요? 사실은 동민이에게 그 약이 필요 없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엄마, 혹은 동민이에게 애정을 주는 존재가 필요했던 건데 그걸 혜영이 못하니까 약으로 대체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아들과의 새로운 시작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하루는 엄마와 단둘이 아닌 많은 가족과 함께함으로써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혜영이가 약에 의존하기 싫었던 거겠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강유가람: 다음 질문으로, 금희가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아버지의 메시지를 금희는 왜 다른 이들과 공유하지 않았을까요

 

공민정: 그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가져온 건데, 이런 저런 일이 생겨서 보여줄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분명히 금희가 아버지의 메시지들을 모두에게 보여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차 안에서 보잖아요. 그러고 나서 바로 읽어주든지 보여주든지 해서 차 안에서 얘기했을 것 같아요.

 

강유가람: 그 문자, 사진을 봤다면 다른 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금선아: 아빠 되게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이선희: 저도 좀 화가 났을 것 같아요. 저는 어떠한 입장도 취해보지 못하고 살았잖아요. 아빠에게 대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사랑도 못 받았을 것이고. ‘난 이렇게 겉돌면서 사는 게 좋은데?’ 이렇게 말하면서 사는 사람 치고 실제로 마음이 그런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왜 이걸 말 안 해줬지? 왜 나를 계속 외롭게, 겉돌게 살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을 것 같아요.

 

장리우: 저는 그냥 가만히 봤을 것 같아요.

 




강유가람: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동백꽃 사진이 동민이가 혼자 놀던 폐가와 연결되는 장치인 듯한데, 그럼 그 집이 예전에 아버지가 살던 집일까요? 관리가 안 되어있는 느낌이어서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다음으로 휴게소, 매표소 장면에서 잠깐씩 의문의 남자가 나오는데 그 캐릭터가 의미하는 것이 있는지 질문 주셨어요. 정승오 감독님 이전 단편영화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2016)에 나오셨던 배우시잖아요.

 

장리우: 감독님도 이 질문을 받으시면 좀 애매하게 답변을 하셔서.(웃음물론 아버지를 대변할 수도 있지만, 관객 분들이 생각하시는 대로 생각해주셔도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강유가람: 해석을 열어두는 장치로 두시는 거군요. 저는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동민이와 연결되는 장면도 있어서 약간 환상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장리우: 동민의 아빠일 수도 있고 저희의 아빠일 수도 있고요.


 

강유가람: 이 영화에서 가부장제의 종언을 알리는 부분이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덤을 포클레인으로 파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배우 분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공민정: 종언을 딱 알리는 장면이 있다기보다는, 이 모든 과정이 질문을 던지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전반적인 대사, 예를 들어 꼭 보존해야만 남아있는 거예요? 기억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죠이런 말을 금희가 하기도 하고요. 각 인물들이 한마디씩 메시지를 여러 번 던졌던 것 같아요. 그 모든 과정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유가람: 배경에 대한 질문도 해주셨는데요. 왜 강화도라는 섬이 배경이 됐는지에 대해서 질문해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 나눈 적 있으실까요?

 

이선희: 큰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극적으로 배를 놓치잖아요. 감독님 말씀으로는 사건이 계속 엎친 데 덮치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배까지 놓치는 상황을 연출하신 거라고 설명을 하셨고요. 제 생각에는 섬이라는 게 좀 고립되고 떨어진 느낌이 들잖아요. 이런 느낌도 조금 의도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강유가람: 공민정 배우님께 질문입니다. 82년생 김지영〉(2019)이장모두 가부장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두 영화의 감독님들께서 연기 디렉팅을 하실 때 성별에 따른 차이점이 혹시 있었는지 질문 올려주셨습니다.

 

공민정: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었어요. 두 분 다 너무 좋은 연출가셨고 감독님이셨어요. 공통점은 두 분 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소통이 굉장히 잘됐다는 점이 있고요. 또 현장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하셨다는 점도 공통점이었습니다. 차이점은 딱히 없었어요. 두 현장이 모두 좋았어요. 이것이 감독님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요.

 




강유가람: 두 영화가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여성캐릭터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본이었기 때문에 연출에도 큰 차이는 없었다고 이야기해주신 것 같고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장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서 개인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텐데 각자 맡은 캐릭터에게 해줄 격려의 말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질문해주셨습니다. 각자의 현실이 또 다르잖아요. 혜영은 육아휴직 후 사직이라는 생계의 압박을 느껴야 되는 상황이고, 금옥은 남편의 불륜으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고, 금희는 곧 결혼하는 남편이 생활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고, 혜연은 학내에서 싸움을 계속 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각자 캐릭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장리우: 혜영도 남편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아직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인정하고 너랑 동민이 둘이니까 동민이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족은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지낼 것 같으니까 지금보다는 얼굴 좀 자주 보자, 힘내라, 혜영아.”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이선희: 금옥이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열심히 사람까지 써서 자료들을 모으고 있긴 한데 과연 증거를 펼쳐 보일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이 여자가. 그렇지만 금옥이 너 혼자 충분히 살 수 있으니 모으지만 말고 까서, 정리하고 제대로 된, 진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사랑 좀 제대로 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리우: 이혼을 권장하는 건가요?(웃음)

 

이선희: 이혼을 권장해요. 불쌍하잖아요.

 

장리우: 사랑 아니고 돈이라며.

 

이선희: 아니, 현실에서는 안할 건데. 사실 영화 속 금옥이 남편이 실제 제 남편이에요. 우정 출연했는데요. 현실에선 이혼 안 하겠지만 금옥이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공민정: 격려라기보다, 금희는 워낙 씩씩한 사람이라서요. 극중에서 제 남자친구가 영화감독이 될 거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의 능력을 믿고 재능을 믿고 자리 잡기 전까지 금희가 좀 더 일하고 열심히 도와줬을 것 같아요. 생활비를 서로 50만원씩 하기로 했지만, 어떤 달은 남편이 30만원만 가지고 와도 내가 70만원 벌면 되니까 그 친구가 자리 잡기까지는... 왜 이렇게 짠하냐.(웃음눈물이 나려고 하네. 우리 감독님 생각나서 그런가. 이게 감독님 본인 이야기거든요. 우리 감독님 잘됐으면 좋겠네요. (일동 웃음)

 

윤금선아: 우리 주변에 혜연이처럼 소리를 내는 친구가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주변에 혜연이 같은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가끔 상상을 해요. 내가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또는 그 친구들에 대해서 고민을 할 때도 있고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제가 조금씩 바뀌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혜연이를 항상 응원하지만 만약 제 여동생이 혜연이 같은 삶을 산다고 한다면 다시 같이 고민해보자. 이렇게 네가 상처 받으면서 해야겠냐고 말할 것 같아요. 혜연이 같은 친구는 꼭 세상에 필요한데 제 여동생이면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아요.

 




강유가람: 투쟁을 한다는 것이 에너지가 많이 소모가 되고 특히나 그런 운동의 특성상 자신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으니까, 언니로서는 굉장히 많이 마음이 쓰이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막바지인데요. 동민이 아버지는 진짜 미국에 있는 건 아닐테고, 이혼한 것인지 사별한 것인지 질문해주셨습니다.

 

장리우: 저 세상에 가신 설정입니다. 그렇지 않은 척 두리뭉실하게 표현을 하죠.

 


강유가람: 장녀이자 엄마로서 혜영이가 늘 참아야하는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고 직장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서 생활고의 압박에 시달릴 것 같은데, 혜영이 어떤 식의 삶을 이어갈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해주셨네요.

 

장리우: 사실 혜영은 그렇게 참는 캐릭터는 아닌데, 그 날은 휴직 후 사직 통보도 겹치고 아이도 생각해야 하고, 모든 것이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장남을 찾아와야 이장을 할 수 있는데 그것도 잘 안되고. 근데 장녀라는 서열 때문에 이걸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서 지쳐있는 상태예요. 한바탕 소동이 끝났으니까 혜영도 정신을 차리고 뭔가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혜영은 애와 단 둘이 살아야 하는데 직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그래도 어쨌든 또 힘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혜영이 처마 밑에서 승락이한테 힘들면 누나들한테 이야기하라는 게 너희들도 나를 좀 도와줘이런 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혜영이도 이제 동생들한테 의지를 좀 하겠죠.

 


강유가람: 혜영은 장녀로서 책임감 때문에 억눌려있는 느낌도 있는데요. 운전도 계속 혼자 하고 조수석에 앉는 인물들만 계속 바뀌잖아요. 그래서 혜영의 무게감이 배가 되어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금옥을 연기한 이선희 배우님에게 드리는 질문인데요, 관객분은 남편의 외도 현장 사진을 공유하면서 승락이한테도 보내고 세상 사람들한테 다 보내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 재밌으셨다고 해요. 코믹한 장면이 많았던 것 같은데 각본 그대로인지, 애드립이 있었는지 궁금하시다고 합니다.

 

이선희: 말씀하신 장면은 애드립이고요. 나머지는 거의 다 대본에 있었어요. 연기하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연극할 때는 대본을 어떻게 재밌게 바꾸지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새는 대사에 손 안대고 그대로 하면서 어떻게 더 재밌게 하지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그 장면 빼고는 나머지는 다 그대로. 저희가 전반적으로 애드립이 별로 없어요. 대본을 너무 입에 잘 붙게 써주셔서.

 


강유가람: 혜연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계기 같은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해주셨습니다.

 

윤금선아: 혜연이는 승락이랑 한 살 터울이고,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바로 옆에서 차별을 많이 당한 인물이라 생각해요. 차별 당할 때마다 다음에는 꼭 말해야지, 꼭 화를 낼 거야.’ 이런 다짐들이 쌓여서 혜연이란 인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강유가람: 가족에 대한 영화니까, 가족에 대해 생각이 변화한 부분이 있는지, 혹은 느낀 점이 있는지 질문해주셨습니다.

 

공민정: 장녀고 터울 많이 나는 동생이 있어서 이렇게 여럿이서 사는 기분을 몰랐어요. 왁자지껄하고 다 같이 티격태격 싸워도 같이 있는 이 기분이 외롭지 않아서 좋았어요. 저는 외롭게 자란 편이고 지금도 가족 안에서 외로움을 타는 편인데 어떤 집에 가느냐에 따라 가족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강유가람: 마지막 관객 질문인데요. 이장 전날 밤에 화장이냐 매장이냐 설전이 벌어지는데 어쨌든 화장을 하는 걸로 결정이 되잖아요. 각자 자매들의 생각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금옥이는 아버지 소원인데 다시 매장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고요

 

윤금선아: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공민정: 아예 대사에 있어서요. ‘기억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죠. 꼭 보존해야만 남아있는 건가요?’ 이게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선희: 금옥이는 이 와중에 분위기를 살피잖아요. 욕 먹을까봐. 저는 금옥이가 불쌍해요.(웃음실제로는 화장이 나은 것 같아요. 매장하는 걸 보니까 매장이 더 끔찍하더라고요. 사람을 묻는다는 게 너무 끔찍하고 무섭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리우: 혜영이는 정말 나쁜 딸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 거예요. 화장하든 매장하든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 하면서요. 근데 그 다음날 아빠의 뼈를 보면서 아뿔싸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9년 정도 지났는데, 감독님이 묘를 파내는 장면에서 멍하니 봐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멍하니 보고 있는데 끝나고 나니까 우리 아빠 뼈도 꺼내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고 좀 슬펐어요.

 


강유가람: 이장이라는 영화가 굉장히 울림도 있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는데 애정이 가는 씬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윤금선아: 리허설을 많이 했던, 마당에서 큰아빠와 싸우고 언니들이 말리는 그 장면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같이 연기하고 리허설하고 합을 맞췄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습니다.

 

공민정: 폐가에서 동민이가 놀 때 큰아빠가 같이 갈려?’하고 말하는 장면이, 다른 세대지만 같이 가자는 의미인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이선희: 스태프부터 배우들까지 가장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인데, 처마 밑 장면 찍은 날이 정말 강행군이었어요. 너무 춥고 다들 아프기 일보 직전이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좀 몽롱하기도 했는데요. 그 장면을 찍을 때 감독님이 처마에 앉아있는 모습이 남매들의 어린 시절과 겹쳐보였으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피곤하고 멍한 모습이 디렉션과 잘 맞아떨어져서 영화를 보니 그 분위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장리우: 지금까지 말해주신 장면이 다 좋은데, 저는 인상 깊었던 장면이 화장장에서 큰아버지가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그 옆에서 알 수 없는 가족 같은 남녀가 담배를 피우고 있잖아요. 저는 그 풀샷이 너무 와 닿았어요. 우리도 가족이지만, 또 다른 알 수 없는 뭔가를 가지고 있는 가족이 또 있고, 그들이 같이 보여지는 그 장면이 묘했습니다.

 




강유가람: 마무리할 시간이라서요.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해보시고 싶으신지, 앞으로의 계획을 인사와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리우: 센 역할도 많이 하고 말 없는 역할도 많이 해서, 좀 말도 많고 웃긴 역할을 좀 해보고 싶어요. 제 이미지 때문에 감독님들이 강한 캐릭터로 봐주시는데, 제가 나름 허당기가 있어서 웃긴 캐릭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작품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선희: 웃긴 작품 좀 쉬고 싶어요. (일동 웃음) 전 사실 엄청 진지한 사람이거든요. 감수성도 그렇고... 해본지 너무 오래됐는데 시원하게 멜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하고 싶으면 안 됩니까? 소망인데.(웃음이제 로맨스는 캐릭터 안 가리고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제가 이 작품이랑 진짜 이별을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원래 촬영 끝나고 쫑파티하면 이별이잖아요. 근데 이 작품이 이별이 길어요. 작년에는 영화제를 다녔고, 올해는 또 개봉이 밀리기도 했고. 이제 이별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제가 많이 감동합니다. 특히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GV 때 마스크를 쓰고 앉아계시는 관객 분들을 만나면, 전 진짜 감동 받거든요. 진짜로 아름답게 헤어지는 중이에요. 관객분들도 배우 얼굴 보고 싶으시겠지만, 저희도 관객분들 보고 싶은 건 마찬가지거든요. 마음도 심란한 와중에 저번 주말에 현타를 맞았어요. 용산 멀티플렉스에서 이 영화를 저랑 지인 단둘이 봤어요. 지인이 나한테 프러포즈하려고 영화관 빌렸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상황이 많이 안 좋은데, 저희를 보러 와주신 것에 마음이 따뜻해져서 갑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 이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민정: 언니들, 동생이랑 비구니 역할하고 싶어요. (일동 웃음) 제가 비구니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속세를 떠나기 전 진짜 다양한 삶을 사셨더고요. 전사가 정말 다양하고 그 안에서의 삶도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다 같이 숙박하면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그 과정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비구니 스님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삭발을 하면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을 것 같고 같이 하고 싶은 배우도 많아서. 개인적인 소망이고요.

 

장리우: 진짜 비구니가 되어서 강유가람 감독님께 다큐 찍어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공민정: 아! 근데 저는 다큐 말고 극으로... (일동 웃음) 진짜 비구니 스님이 되기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서, 미련이 너무 많아서 안 될 것 같고요. 선희 언니가 아까 말한 것처럼 너무 감사해요. 그 말밖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자리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음에 또 좋은 자리에서 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곧 '야식남녀'라는 드라마가 시작하는데요.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금선아: 저는 얼마 전에 경계선〉(2018)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연기의 리듬이 너무 재밌고 눈 깜빡이는 속도 이런 것들이 너무 흥미로운 거예요. 그래서 그런 흥미로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유가람: 너무 감사드립니다. 끝내려고 하니까 뭔가 토크가 더 재밌어지는데요, 시간 관계상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요. 함께 해주신 배우님들께 마지막으로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이장입소문도 많이 내주시고 극장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이들 보러 와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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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남 없이 이장, 할 수 있다/없다? 👻

 vol.3 〈이장 (감독 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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