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에게〉 한줄평
김윤정 | 이 편지의 끝이, 끝이 아니길 기도하며
정성혜 | 이토록 죽음과 탄생이 가까이 공존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다큐멘터리
오윤주 |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보여준 사랑의 힘
송은지 | 사마의 대답을 듣고 싶다
김혜림 | 카메라는 울분 속에서도 가족을 보고, 웃음을 본다
김정은 | 사랑하는 시리아의 미래에게
〈사마에게〉 리뷰: 사랑하는 시리아의 미래에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2011년 3월, 시리아 남부에 있는 한 학교 담에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혁명 구호를 적은 학생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시리아 정부는 폭력을 수반한 과잉 대응으로 일관하였고, 이에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렇듯 시리아 내전은 민주화를 향하는 그들의 미래가 되어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으로부터 출발했다.
격동의 시기 속 알레포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와드는 낙관적인 분위기의 시위 초기부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무차별적인 폭격이 거세지는 전쟁의 참상과 알레포의 사람들을 카메라를 들어 기록한다. 그간 대부분 타자의 입장에서 포착한 난민의 이미지를 보아왔지만, 관객은 <사마에게>를 통해 당사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내밀한 일상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일상은 고통과 비극에 울부짖는 모습만이 아닌, 웃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는 삶의 면면이 공존한다. 그리고 죽음의 기운이 익숙한 도시에서 경이로운 탄생의 순간도 함께한다. 태어난 사마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들과 사별하는 아픔을 떠올리지만, 생과 사의 경계에 서있던 아기의 울음이 터져 나오는 기적을 느끼기도 한다.
알레포를 지키는 이들의 희망 어린 행보가 무색하게도, 하늘에서 내려본 알레포의 상황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악화되어만 간다. 좁혀지는 포위망과 계속되는 폭격 속에서 일상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납득할 수 없는 희생이 늘어간다.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이들의 얼굴에도 근심과 불안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언론에 소식을 전하고 알레포를 담은 영상의 조회수가 높아졌지만, 외부로부터 유의미한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와드의 카메라는 알레포의 투쟁과 함께 계속되었다. 생존에 있어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절박한 현장에서 어쩌면 촬영보다 우선시되는 무언가를 붙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드는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참혹한 비극의 이미지로 남게 될 순간들 마저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목격자가 된 관객들은 극장 밖을 나서면 알레포의 참상과는 무관한 듯한 세상을 다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무릅쓰고 만들어진 창작물을 만난 이상, 당시의 알레포를 보고 듣고도 외면했던 이들처럼 또 다른 방관자로 남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를 관람한다는 경험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고찰하게 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궁지에 내몰린 와드와 그의 일행은 결국 삶의 터전이 되었던 알레포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알레포에서의 세월이 담긴 카메라는 와드에게 다음의 길을 열어주었다. 함께 투쟁하고 사랑했던 이들에 대한 존경과 애도를, 알레포를 둘러싼 세상에게 전하는 부탁을, 영문도 모르는 채 알레포에서 위태로운 삶을 시작한 사마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담아 미래에게 보내는 영화-편지를 완성한다. 사마를 업고 폐허가 된 알레포를 걷는 영화 속 와드의 마지막 모습에서, 영화는 막을 내리더라도 시리아를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올곧고 단단한 다짐을 읽을 수 있었다. 시리아의 미래로부터 도착할 자유와 평화의 답장을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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