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과 위기를 오가는 한 젊은이의 문제적 선택 〈성혜의 나라〉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2월 2일(일) 오후 2시
참석 정형석 감독|배우 송지인, 강두
진행 김영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현준 님의 글입니다.
현 시국에서 마주한 젊은 세대들의 가장 큰 비극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처지에 기인할 것이다. 성혜의 대기업 인턴 이력은 되려 족쇄로 작용하며 그녀를 일용직 세상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비단 주인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성혜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서로의 처지를 비관한 채 꿈과 희망이 하나도 없는 넋두리를 허심탄회하게 내뱉는다. 더불어 그들이 모이게 된 주된 이유, 한 달 동안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한 친구의 고독사는 그 자체로 오늘 날 젊은 세대가 처한 벼랑 끝 위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영화는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고통을 성혜라는 인물로 의인화시킨 듯,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그녀이 일상을 잔인하리만치 생생한 핸드헬드 기법으로 담아낸다. 그 어디에도 위안 받을 곳 없던 그녀에게 찾아온 뜻밖의 사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선택 하나를 안겨준다. 과연 그녀의 눈앞에 도래한 선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선택은 과연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어떤 변화를 안겨줄 것인가?
2월 2일 일요일에 진행된 〈성혜의 나라〉 인디토크는 성혜라는 인물의 선택이 세대에 따라 위안과 위기를 오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 시간이었다. 세대 별로 전혀 다르게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녀의 선택은 어떤 의미로든 간에 이전과 다른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충격을 전 세대들에게 안겨준다. 영화 〈성혜의 나라〉는 그야말로, 문제적 선택에 관한 작품이다.
김영진 평론가(이하 김영진): 진행을 맡은 김영진 평론가입니다. 반갑습니다. 제 옆에는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계시고요. 각자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형석 감독(이하 정형석): 안녕하세요, 정형석 감독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을 삼가라는 지침이 있는 상황에 이렇게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지인 배우(이하 송지인): 안녕하세요, 성혜 역할을 맡은 송지인입니다. 시국이 흉흉한 가운데 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강두 배우(이하 강두): 승환 역할을 맡은 강두입니다. 많이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진: 영화 잘 보셨습니까? 이 영화는 2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고요, 제가 그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 일을 하고 있었다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개봉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감회가 어떤 지 여쭤보겠습니다.
정형석: 개봉까지 2년이 넘게 걸렸는데, 어렵게 극장에 걸려서 다행이고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텀블벅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후원을 받아 개봉하게 되어 더 기쁘고 좋습니다. 주변에 영화를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영진: 배우분들께도 여쭤볼게요. 송지인 배우께는 이 영화가 첫 주연작인데 벅차오르는 감정을 말씀해주시죠.
송지인: 너무나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고요. 몇 번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이 영화가 영화제에 갈수 있을까 생각했었고, 또 영화제 가도 상을 탈 수 있을까 생각도 했어요. 그렇지만 대상도 받고 개봉까지 하게 돼서 정말 감개무량 합니다.
김영진: 찍을 때는 어떠셨어요? 왠지 고난의 행군이었을 것 같은데.
송지인: 2017년 12월에 찍었는데 정말 추운 겨울이었어요. 7회차 정도로 찍어서 다들 힘들었던 여정이었지만, 잘 만들어서 어떻게든 전주국제영화제 출품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현장에 임했어요. 그래서 초청 됐을 때 정말 기뻤어요.
김영진: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에요.(웃음) 영화 찍으면서 전주국제영화제 출품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송지인: 처음 저한테 감독님이 출연 제의를 하셨을 때,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이 목표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속으로 웃었거든요. “감독님 꿈 깨세요, 저랑 어떻게 가요.”라고요.(웃음) 다른 훌륭한 배우들 놔두고 저랑 찍으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저는 속는 셈 치고 영화에 참여하게 됐어요.
김영진: 강두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강두: 적은 예산, 적은 회차라는 여러 열악한 상황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영화를 완성해서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하면 감사하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당시 프로그래머였던 김영진 평론가님 계시니까 대상 받았을 때가 떠오릅니다. 저희가 이상한 괴성을 지르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있어서 정말 좋았고 이렇게 개봉까지 하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극장에서 GV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감개무량합니다.
김영진: 이 영화는 대상을 타기는 했지만, 그에 반해 관심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 질기게 계속 나가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뒷얘기를 드리자면 백 몇 십 편의 출품작들 중 크로스체크를 하는데 이 작품이 최종 본선에 안 올라와 있길래 이야기를 나눈 뒤 초청작에 올렸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출품된 상태로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까지 한 건데요. 당시 외국인 심사위원이 강하게 밀었던 작품이라 국제적으로도 집중 받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왜냐면 굉장히 많은 독립영화들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자주 다루거든요. 이 영화는 초반 15분 동안 빨려 들어갔어요. 왜 그런가 하니, 다른 극영화와 달리 시간과 공간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주된 호흡을 밀고 나가는 게 놀라웠어요. 굉장히 현대적인 터치가 눈에 보였고요. 예를 들어 하나도 도움 안 되는 의사와 만나고 난 후 주인공의 각박한 노동의 일상을 진중하게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보며 ‘요즘 영화 중 이렇게 끝까지 영화적으로 호흡을 관철시키는 영화는 흔치 않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 전작인 〈여수 밤바다〉(2016)랑 비교하면 연출 스타일이 대조적이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작과정이 궁금했습니다. 호흡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 과정들을 설명해주시죠.
정형석: 말씀하신 호흡과 관련해서는 사실 어려웠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끌고 가는 게 맞나 저 스스로도 좀 걱정이 됐고, 요즘 관객들에게 먹힐까 싶었습니다. 〈여수 밤바다〉도 그렇고 주변에서 많이 들은 이야기가 편집해라, 길다, 지루하다는 이야기였는데,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제가 흔들릴 법도 했어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가 공연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그런 부분들에 단련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무대에서는 길게 끌고 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무대 작업을 하면서 그런 연출 방식에 확신도 있었고, 이런 방식을 영화에도 적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영화제 이야기를 계속 했는데, 이 영화는 애초에 상업성을 지향한 것이 아니라 죽이 되든 밥이 되는 일단 하자는 식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독립영화는 감독이 중심이 되어 작업하는데, 이럴 때라도 감독 마음대로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겠냐고 스스로 다짐했던 게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러닝타임이 이렇게 길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큰 사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118분 가량의 러닝타임인데요. 3, 4시간짜리 영화도 있는데 뭐 어떠냐고 생각했습니다. 촬영이 7회차라서 테이크를 여러 번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모든 장면을 한두 번 만에 촬영을 끝내야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3일씩 모여서 사전에 리허설처럼 두 달 정도 맹연습했습니다.
김영진: 배우 분들께 물어보겠습니다. 성혜가 이동을 많이 하잖아요. 그게 반복되면서 하나의 모티브를 형성하더라고요. 오토바이 시동이 안 걸리는 거, 자전거 타는 거, 걷는 거까지.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행동의 단일을 이루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설정과 관련해 듣고 싶고, 더불어 밑단이 짧은 바지를 입고 다닌 건 본인의 설정이었나요?
송지인: 영화 속 의상은 다 제 옷이에요. 따로 의상팀이 없어서 제가 가진 옷 가운데 성혜랑 어울리는 걸 찾아봤어요. 지금은 입지 않는 오래된 옷들을 가지고 갔는데 감독님께서 오케이 사인을 내리셨어요. 낡은 옷이라 그런 것 같아요.(웃음) 바지는 촬영을 앞두고 너무 추우니까 기모 바지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실수로 짧은 게 왔어요. 그런데 그 모습이 성혜로서 너무 완벽하다고 하셨어요. 운동화도 매쉬 소재라 엄청 시렸는데 그것도 인물과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다행이었고요. 신문 보급소 촬영하기로 한 날 그 가게가 문을 닫아서 급하게 다른 보급소를 현장에서 찾아 촬영했는데, 거기 있던 오토바이가 제가 배운 것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끌고 가는 식으로 현장에서 수정했습니다. 현장이 열악했던 게 오히려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 보시면 제가 끙끙 앓는 소리도 내는데, 이게 사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였어요.(웃음)
정형석: 1,2회차 때 찍은 영상을 봤는데 움직일 때마다 “에이, 씨!” 소리가 계속 나와가지고(웃음), 다시 찍으면서 좀 참으라고 이야기했어요.
김영진: 강두님께 질문 드리자면, 애인한테 순대 주는 첫 장면부터 캐릭터가 꽉 잡힌 게 느껴졌습니다. 압권은 헤어질 때 딱 나가려는 순간, “먹고 가” 한 마디에 다시 돌아와서 고기를 먹던 순간인데요. 화룡점정이었습니다. 확실히 밉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눈치는 없긴 하지만 선의가 있는 캐릭터였는데, 본인은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하셨나요?
강두: 어떻게 보면 승환이라는 캐릭터는 좀만 과해도 너무 밉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대를 먹는 첫 등장을 제일 많이 연습했습니다. 대사나 동선, 순대를 어떻게 먹을지에 관해서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연습했습니다. 모텔씬 같은 경우에도 정말 욕이 나올 법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선을 어디까지 지켜야 할지 고민하며 준비했습니다. 의상도 다 제가 입던 의상이었고, 패딩도 제가 지금은 안 입는 오리털이 쭉쭉 빠지는 패딩이었는데 평소에도 계속 입어가면서 캐릭터에 몰두하려고 준비했습니다. 의상 이야기하는 도중에 감독님이 마이크 드셨는데 좀 두렵네요.(웃음)
정형석: 의상과 관련해서 강두씨의 자세가 좋았던 게, 첫 장면에 입었던 츄리닝을 지겨울 정도로 끝까지 입고 나와줬어요.
김영진: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장면이 다 나왔나요? 아니면 현장에서 우연에 의해 바뀌고 수정된 부분들도 꽤 있었나요?
정형석: 중간에 로케이션이 어긋난 순간이 많았는데요. 오프닝과 엔딩 모두 기획한 장소와 다른 곳에서 촬영했습니다. 촬영지로 기획했던 어린이대공원에서 강아지 때문에 허가가 안 나서 그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농구를 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을 일단 담자는 결정과 함께 현장에서 수정해서 엔딩을 찍게 됐습니다. 신문 보급소 장면도 실제로 일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30분간 우격다짐으로 찍고 그랬죠. 그런 즉흥적인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김영진: 이 영화가 겉으론 심심해 보이지만 텐션이 있고, 그 이유는 반복이 두터운 무언가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성혜가 일하다가 “죽지 마라”라고 승환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정작 본인이 공황장애 발작이 오죠. 그런 식으로 반복과 대조가 층층이 있습니다. 이런 건 현장에서 즉석으로 기획한 건지 궁금했습니다.
정형석: 말씀하신 부분들은 처음부터 의도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성혜의 일상을 담아야 하는데 이 사람의 24시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인물의 나이 때 겪은 경험과 요즘 친구들의 고민들을 시나리오에 녹여서 성혜의 24시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김영진: 배우분들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송지인: 처음에 시나리오 없이 감독님과 만났는데, 그 때 당시엔 5줄짜리 시놉시스가 전부였습니다. 간략하게 ‘성혜는 이런 친구이고 이런 선택을 나중에 할 거다’라는 부분이 정해진 상황이었고요. 짧았지만 캐릭터의 처지와 설정에 마음에 갔습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 친구도 그렇고 요즘 주변에서 많이 겪는 현실이라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래서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강두: 나중에 들어보니 감독님이 제 생각하면서 승환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당연히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나와 유사한 캐릭터를 제대로 어필하는 게 좋은 도전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선택과 관련한 부분은 저도 평소 많이 생각한 부분인데, 예전에 저도 우리 사회가 변해가는 모습을 걱정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김영진: 선택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해보자면, 대중문화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게 ‘약자주의’라 해서 소외계층의 이야기들입니다. 청년이 소외계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영화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위축되고 도덕적 강박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예측 못한 선택을 하며 기성세대의 삶의 규칙을 과감히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음악도 장중하게 깔아서 처음 볼 때 깜짝 놀랐습니다. ‘이 영화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하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엔딩을 보는데, 상당히 문제적이고 어쩌면 도래할지도 모르는 경향을 예측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정형석: 엔딩을 먼저 정한 다음에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청년 이야기를 다루는데 저는 청년세대가 아니기에 제 생각을 말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이유는, 극중에도 비슷하게 나오지만 고독사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면서 안타깝고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는 분들마다 엔딩에 대한 의미나 느낌이 다 다를 것 같은데요. 한 가지는 공통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게 말하면, ‘모든 세대를 향한 협박’이라는 것입니다. 청년세대가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 어떡할 거냐는 것이죠. 딱 성혜가 처한 상황을 상상하시면 돼요. 한참 사회에서 일할 세대가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안한다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엔딩을 던져 놓고서 모두가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나이든 기성세대들에게 이런 부분을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송지인: 저는 성혜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이렇게 어른들은 이 세대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만, 그런 거 다 떠나서 ‘난 지금까지 고생했어, 그래서 쉬고 싶다. 우리 세대가 열심히 해야 되고 사회가 좋아지는 거 다 뒤로한 채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입장이 이해가 됐습니다. 성혜가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는 그 돈을 받아서 뭘 하더라도 진짜 행복할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무슨 호사를 누리든 마음 한편은 분명 불안하고 불행할 테니까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게 성혜에게 어쩌면 위로와 휴식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처음 엔딩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젊은 애가 무슨 그런 선택을 해’라고 생각하다가 영화를 보면서 성혜에게 설득 당했습니다.
강두: 이 영화 찍은 지 벌써 2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 사이에 세상이 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2년 전만 하더라도 ‘이게 말이 되나’란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생각을 해보니 이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점점 더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점점 성혜와 같은 생각을 하는 청년들의 생각이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은데, 좀 두렵다는 개인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관객: 카메라가 고정되지 않고 시종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데 의도가 궁금합니다.
정형석: 의도적인 부분인데, 모든 게 불안정한 성혜의 삶을 좀 더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그 안에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동시에 제3자가 들여다보는 듯한 연출을 기획했습니다.
관객: 극 중 편의점에 ‘소거’라는 포스터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전부터 걸려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형석: 촬영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포스터도 준비한 건 아니었습니다. 뗄 수도 있지만 볼수록 구도가 괜찮은 거 같아서 그냥 포스터를 부착한 채 촬영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얻어걸리는 상황이 생각보다 괜찮은 경우가 있더라고요.
김영진: 이런 사례들을 듣다 보면 얻어걸리는 운은 항상 잘 준비하는 팀에게만 온다는 생각을 합니다. 엉망인 팀에게는 이런 경우가 없는데.
정형석: 이 영화의 첫 촬영을 남양주에 위치한 병원에서 시작했는데, 제가 2년 전 칸 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에 출연했을 때 그 병원에서 촬영을 했거든요. 그래서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을 다시 찾아가게 된 것이 기분이 좋아서 제작진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요.
강두: 저희는 비웃었거든요.(웃음)
송지인: 무슨 소리 하시는 거냐고 했어요.(웃음)
정형석: 그래서 주변에 항상 그 병원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 병원이 명당이라고요.(웃음)
김영진: 공간 덕을 많이 보셨군요.(웃음) 이제 GV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두 배우님부터 마지막 인사 해주시죠.
강두: 오는 길에 지하철에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봤거든요. 이런 상황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봉 2주차 되는데, 친구, 애인 일가친척 분들과 함께 같이 오셔서 영화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송지인: 찾아보기 쉬운 영화도 아닌데 이렇게 끝까지 자리에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들의 마음을 알아요. 주변에 추천하기 쉬운 영화가 아니거든요.(웃음) 2시간 가까이 제 얼굴이 나와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주변에 영화 추천 많이 부탁드립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형석: 저도 송지인 배우와 같은 마음으로, 이 영화가 그리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다른 재미있는 영화도 있는데 이렇게 힘든 영화를 봐주실까 싶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할 영화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항상 재밌을 수 없고, 이 영화가 사회를 향해 제기하는 것들이 있고 그게 가치가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청년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봐주신 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생겼으면 합니다. 힘들더라도 주변에 추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영진: 오늘 오신 관객분들은 다 극강의 관객들이십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학의 멘트로 마무리를 하시나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볼만해요.(웃음) 앞으로는 너무 겸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극장에서만 걸리는 게 아니라 여러 플랫폼에서도 상영이 될 예정이니 앞으로 많은 분들께 이 작품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겠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감독님 배우분들께 큰 박수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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