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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록으로 기억하기 <작은 빛>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20. 2. 26.




기록으로 기억하기  〈작은 빛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2월 23일(일) 오후 2

참석 조민재 감독배우 곽진무, 이민지

진행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유진 님의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노동시장으로 뛰어들어 가족과 감정적으로 단절된 채 살아가는 진무는 뇌수술을 앞두고 의사로부터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가 캠코더를 들고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주무시는 어머니의 모습, 춤을 추는 형의 모습, 때로 자신의 모습도. 카메라가 기록하는 기억의 꼬리에는 아버지에 대한 형상이 남아있다. 조각나 있던 가족들의 기억이 맞춰지고 죽은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되살아난다. 기록을 통해 짙어지는 기억은 진무로 하여금 마음에 깊이 박힌 뿌리를 뽑아내도록 이끈다.





김일권 대표(이하 김일권): 안녕하세요. 오늘 자리 참석해주신 조민재 감독님, 그리고 곽진무, 이민지 배우님 인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민재 감독(이하 조민재): 안녕하세요. 〈작은 빛〉 연출한 조민재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GV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곽진무 배우(이하 곽진무): 안녕하세요. 〈작은 빛〉에서 막내아들 역을 맡은 곽진무라고 합니다.


이민지 배우(이하 이민지): 네, 안녕하세요. 저는 〈작은 빛〉에서 뭘 한 건 없고, 관객 중 한 명인 이민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일권: 저희가 극장 상영을 마무리하며 굿바이 작은 빛〉’ GV를 하려던 차에 이민지 배우님께서 SNS에 훌륭한 소감을 올리신 것을 보고 섭외해서 같이 인디토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조민재 감독님께 〈작은 빛〉을 어떻게 연출하게 되셨는지 여쭤 봐야 할 것 같아요.


조민재: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어떻게 잘 쉴까 하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갔고 간 김에 8년 만에 아버지 산소를 보았거든요. 그 때 아, 내가 아버지를 왜 이렇게 미워했을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고민을 글로 적기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영화입니다.


김일권: 진무 배우님께서는 시나리오를 받으셨을 때 어떤 마음으로 보셨는지.


곽진무: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이렇게 깊은 글이 나올 수 있나 싶었어요. 감독님한테 물었더니 자전적인 글이다 보니까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그걸 바탕으로 썼다고 하더라고요. 고맙게도 저와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작업하게 되었고요. 그런 시나리오를 받으면 저 같은 경우는 광기 같은 게 생겨요. 화면에 나오지 않았지만 공장 장면에서 위험한 상황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말리는데 불구하고 찍어보겠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크게 부상당할 수 있다고 겁을 줬는데 그래도 저는 찍고 싶더라고요.


김일권이민지 배우님은 영화 어떻게 보셨고 어느 지점이 좋았는지 궁금합니다.


이민지: 같은 회사에 있는,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하는 우지현 배우가 이 영화가 너무 좋다고 추천을 하셨어요. 저는 어떻게 보면 작품 준비 중이고 어떻게 보면 백수인 상태였는데 우연히 집 근처 영화관에 맞는 시간대가 있더라고요. 영화 볼 때 전단지에 있는 글을 잘 안보고 이미지만 보는 편인데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가족이 다 같이 있어요. 영화는 너무 독특하고 홈 비디오 느낌도 나고 재밌더라고요. 그러다가 포스터 속에 있는 장면은 언제 나오는 거지, 설마 안 나오는 건가, 이러면서 보다가(웃음) 제일 마지막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깊은 감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최근에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영화이기도 했고, 주는 메시지도 너무 좋아서 추천해준 배우에게 너무 감사했죠.





김일권: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저 사람들 배우 맞아? 실제 친척 아니야?’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민지: 제가 감히 뭐라고 이야기를 할 짬은 안 되는데, 너무 자연스럽고 대사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말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시나리오가 궁금해졌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가족이 다같이 모이는 장면이 엔딩에 가서야 나오잖아요. 진무 배우님이 각자 따로따로 만나서 얘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진짜 가족처럼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배우 분들이 사전에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하거나 가족처럼 지내왔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곽진무: 실제로 저 같은 경우는 가장 먼저 준비를 시작했고 다른 배우분들과 7개월 정도 만나면서 얘기를 많이 했죠.


김일권: 원래 시나리오에도 대사가 이렇게 대화하듯이 쓰여 있었나요?


곽진무: 저로서는 조금 왜곡되어있는 기억인데요. 처음 시나리오가 지금 영화랑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꾸려지면서 재구성 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랜 시간 같이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반영됐다고요. 저는 인식을 잘 못하고 이 부분은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셔서 알았어요.


조민재오래 만나게 되니까 배우들이 말하는 투나 행동, 성격을 영화 안에 많이 넣고 싶어서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리딩을 하면 그걸 촬영해서 집에 와서 보면서 그 사람이 쓰는 언어들을 시나리오에 넣는 방식으로 담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혼자 대사를 썼다기 보다 배우님들이 잘 연결해주신 것 같아요.


김일권이 영화가 가진 특징 중 하나가 사실 기승전결, 커다란 사고 내지는 파국, 치닫고 해결되고 또 다른 정국을 맞는 이야기가 아니란 건데요.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결과적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조민재: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나왔냐면요… 왜 그랬을까요.(웃음) 제가 생각하는 영화적인 것은 인과성이 뚜렷한 서사를 밀고 나가는 것 보다 사건들이 일어나고 모아서 보았을 때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인 것 같아요. 삶을 살아가고 작은 사건들이 쌓이면서 가만히 고민해볼 때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이러니가 쌓이는 것들, 그런 것들을 수집해서 보다 보면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 같고 이게 제 창작 원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일권사실은 배우들도 정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면 연기할 때 수월하거나 캐릭터를 잡을 때 편했을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식으로 이 영화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나요?


곽진무: 아무래도 저의 삶이 영화와 닮은 부분이 있었어요, 아버지에 대해서. 그렇다고 해서 그 유사성이 인물을 표현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감독과의 소통에 있어서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정말 가족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였는데 감독님이 연기 디렉팅할 때 지시한 부분이라든지, 감독님 입장에서 제어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 배우님께서도 각본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데 어느 부분에 참여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곽진무: 제가 시나리오 과정에 참여하진 않았어요. 감독님께서 저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도움 받은 지점이 있다고 해요. 저는 글 한 톨도 쓰지 않았는데 고맙게도 올려주셨습니다.


조민재: 연기에 대해 제가 딱히 한 것은 없어요. 워낙 배우님들 경력이 대단하시고 연기하는 모습을 제가 알고 있어서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렉팅이라면 디렉팅인데, 저는 배우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모습을 변형시켜서 난 이만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은 원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온전히 제 영화로 들어왔으면 했고, 그렇다면 공간만 열어주고 통제할 이유가 없죠. 이 영화에서 제가 아쉬운 부분이라면, 제가 적극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불이 깜빡이는 장면은 순전히 형식적인 결정이 들어가서 배우들을 통제해야 하는 순간들이에요. 제가 카메라 뒤에서 그 모습을 봤을 때 좀 아쉽기도 했는데, 이건 제가 앞으로 가지고 가야하는 짐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을 통제하면서도 어떻게 생명력이 죽지 않게 영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해요.



관객: 가족들이 진무가 아프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이 어느 지점인가요? 어머니가 울고 나서 부터인지 아니면 이미 다 알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어느 지점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조민재: 매표소에서 알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짰고요. 그 부분이 제가 세운 절정 부분이에요. 그 이전에 얘기가 나왔고 버스터미널까지 연결된 거죠.



관객모자가 함께 영상을 보는 장면 등을 원테이크로 촬영을 했는데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관객이 이런 느낌을 받도록 의도하신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민재굳이 컷을 나누지 않은 것은 캠코더 때문이에요. 어떤 순간의 공간을 열어줄 때에 이걸 작게 쪼개면 한 공간에서도 정서가 계속 갈라지거든요. 한 뭉텅이의 상황이 있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그 공간을 이루는 정서들이 잘리는 거예요. 그 상황을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건 카메라거든요. 하나의 카메라는 제가 들고 있고 하나의 카메라는 영화 속 진무, 진무 형이 들고 있는 거예요. 두 카메라의 간극이 어떻게 벌어지고 가까워지는지에 대한 컨트롤이 제가 이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이었기 때문에, 원테이크가 부담스럽긴 해도 저한테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하는 작업 형식 중 하나였어요.





관객밥 먹는 장면들이 너무 리얼했습니다. 소품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곽진무: 대부분의 소품은 조민재 감독님이 다 직접 준비하셨습니다.


이민지: 그럼 촬영 전에 요리를 하셨나요?


조민재아뇨. 대부분 즉석조리식품이나 배달음식이에요. 음식이 어떻게 공간마다 변할지를 고민하면서 찍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관객: 각본에 없는 즉흥적인 연기가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마지막에 진무가 아버지의 카메라로 무엇을 찍었을지, 감독님은 어떻게 설정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조민재: 일단 뒤의 질문부터 답하면, 진무가 찍은 게 아니라 아버지의 플래시예요. 플래시백이 어디로 들어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딱 그 위치에 아버지의 빛이 날아오는 것처럼 들어가는 걸로 설정을 했죠. 진무가 사진을 찍었다기 보다 아버지의 빛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연기는, 카메라 돌아가기 전에 계속 리허설을 했어요.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까, 이런 고민들을 했고요. 배우님들이 우리가 완전히 즉흥적으로 만들어냈어요.이런 얘기를 하셔서 시나리오를 다시 보니까 정말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호흡들이 있거든요. 호선이가 반찬을 먹는데 옷깃에 반찬이 묻으니까 진무 형이 팔을 들어주는 그런 것들은 제가 설정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 상투적인 호흡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정보전달을 위한 표현이 있고 순간의 정서를 위한 표현들이 있는데 저희는 정보전달 보다는 좀 더 정서 쪽의 표현들을 많이 찾아나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김일권: 현장에서 즉흥연기를 자주 하거나 즐기는 배우들도 많고 정확한 디렉팅을 원하는 배우도 있는데 두 분은 더 선호하는 방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곽진무: 즉흥 연기를 즐기지는 않고요. 아까 감독님이 얘기한 것처럼 감각을 최대한 열어놓고 그 순간에 계산한 행동을 하는 건데 그 행동에 있어 제 호흡을 발휘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이야기가 잘 전달되면 편집에서 살아남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리듬감 등에 맞지 않아서 편집되는 경우가 있어서 되도록이면 애드리브를 안 하려고 생각합니다.


이민지: 상황마다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즉흥연기라고 했을 때 말을 만드는 건 못해요. 아무래도 행동에 있어서는 상대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현장의 주변 환경을 보고 만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대사를 만들거나 그런 건 못하거든요. 그런 애드리브는 지양하는 편인 것 같고, 행동에 있어서는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텍스트를 따르는 편입니다.





관객: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배우 분들이 캠코더를 각자 드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부분은 배우 분들에게 맡긴 것인지 대략적인 상황을 정해주신 건지 궁금합니다.


조민재: 계속 카메라를 들게 하고 제가 훔쳐봅니다. 이 장면이 잘 나온 것 같으면 슬쩍 다시 얘기하죠. 최대한 스태프들은 밖에서 쉬고 배우들이 촬영했고요. 그렇게 다시 찍을 때도 있고 진짜 즉흥적으로 찍을 때도 많았습니다.


김일권: 담을 넘어 집으로 들어간다든지, 형에게 브레이크 댄스를 추게 한다든지. 일상 같지 않은 일상들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 흔히 특정 장면이 나와야 하는 부분 다음에 아예 다른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굉장히 독특하면서 일상적이지 않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쌓기 위해서 이렇게 구성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조민재일상적이지만 제가 원하는 분위기를 내려고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집을 들어갈 때도 열쇠를 찾아서 들어가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고민했는데, 멈춘 공간에 진무가 파동을 일으키며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담을 한 번 넘어볼까 생각하게 됐고요. 오래된 역사의 가족이 살았던 공간이기 때문에 진무라는 인물이 그 공간으로 훅 점프해서 들어오면서 파동을 일으키는 듯한 형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일상적인 가장 작은 움직임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움직임에 감각을 많이 열어두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저 순간의 호흡, 혹은 움직임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아메리칸 뷰티〉(1999)라는 영화가 있어요. 거기도 캠코더가 나와요. 주인공 남자와 여자가 앉아서 캠코더로 영상을 찍는데 그 안에 비닐봉지가 날아다녀요. 그 장면이 진짜 평범한데, 굉장히 마법 같은 순간이에요. 그 비닐봉투가 허공에 떠다닐 때는 바람과 같은 에너지가 있고 시공간이 뒤섞이면서 날아다니는 것이거든요. 그게 정말 아름답고 느꼈어요.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단지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에너지들이 가득 차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민지정도 형이 춤을 추잖아요. 원래 배우님이 춤을 추시는 분인가요?


조민재저의 형이 춤을 췄고요. 저도 늘 춤을 꿈꿉니다. 그래서 넣은 장면인데 저도 정도 형님 춤을 이전엔 본 적 없고 현장에서 처음 본 거예요. 제가 처음 생각한 건 박남정 댄스라든지, 이런 수준이었는데 너무 움직임이 격하신 거예요.(웃음) 이 정도까지는 안 바랐는데 나중에 촬영감독님이랑 그 장면을 보면서 이게 맞을까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곽진무: 준비과정에서 자꾸 정도형이 춤을 잘 춰야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현장에서 놀랐습니다.





김일권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주는 압도적인 정서적 느낌이 있어요. 산소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특히 빛이 정 가운데에 있는 그 장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조민재: 그 장면은 제가 완전히 가공한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같이 일하던 아저씨가 겪은 일을 메모해 두었다가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그 분이 살면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존재하더라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결국 이 영화도 제가 해결해야 하는 지점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을 때에는 내가 아버지와 마주하는 것까지만 해야겠다. 그 순간까지만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미지를 마주치게 한다든가, 그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계속 그 이상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아저씨가 말해준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행위 자체가 엔딩으로 들어온 거죠. 그 장면에서 진무가 과감하게 파헤치는 것이 제가 영화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고여 있던 것을 파내서 정면으로 바라보고 다시 정리하는. 제가 아버지 사진을 다시 발견한 지점이 이장이라는 행위와 비슷하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아버지의 환영을 정리하고 기록한다는 느낌이 그 장면과 딱 떨어지더라고요. 빛과 어둠은 필름이나 영상에서 중요한 요소고, 그렇기 때문에 빛을 최대한 세밀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그 장면에서도 사전 디자인에 따라 그와 같은 식으로 만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민지산소 장면 전까지는 감정이나 정서가 다 설명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진무가 수술을 받는 계기도 말로 설명하지 않잖아요. 그런 게 오히려 감정적으로 격하게 다가온 장면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크림을 바르는 장면에서 말로 설명하지 못한 감정이 한 번에 확 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산소 장면에서는 유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잖아요. 그 전까지 관객이 서브텍스트를 읽어나가는 영화라고 생각하다가 그 장면에서 굉장히 놀랐거든요. 그것도 감독님이 의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조민재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 당시 체감했던 아버지의 형상, 혹은 기억들의 형상이 그것과 너무 닮아있어서 일단 찍고 나중에 빼자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편집과정에서 그 장면을 넣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나름대로 알리바이를 준 것은, 그로 인해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가게끔 설계를 한 것 같아요. 그 이전까지의 감정을 느끼는 방식은 관계들이 뒤섞이면서 증폭되는 방식이라면, 마지막 장면은 오로지 진무의 환영처럼 보이는, 혹은 꿈같은 순간이고 진무한테 확 집중되어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죠. 영화를 찍고 나서 결국 내가 마주해야 하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곽진무: 주변에서 그 장면 넣지 말라고 권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일권: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께 인사말씀 해주시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민지귀한 주말에 〈작은 빛〉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드라마 하나와 책, 또 독립영화로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곽진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이 아마 마지막 GV일 것 같은데 이민지 배우님, 김일권 대표님 자리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이 영화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어요. 제가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가족 관계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보게 된 영화예요. 관객 분들과 많은 부분 공유하면서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민재: 오늘로 정말 끝이구나 싶네요. 마지막 자리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에 더 좋은 영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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