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을 재현하는 방식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2: 일장춘몽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0월 12일(토)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김무영, 오재형, 이재임 감독

진행 이완민 감독 (〈누에치던 방〉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 님의 글입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정기 상영회 발견과 주목이 지난 10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기획전으로 진행됐다. 그 중 섹션 2. 일장춘몽을 통해서 김무영 감독의 랜드 위드아웃 피플, 오재형 감독의 모스크바 닭도리탕, 이재임 감독의 강릉여인숙세 작품을 함께 상영했다. 세 작품은 모두 낯선 공간에서 떠도는 이방인의 감각 또는 그들이 남긴 흔적에 주목하고 있다. 랜드 위드아웃 피플은 미국 엘에이에 사는 서류미비자 수창과 그의 아내 지은이 어느 날 살던 아파트를 잃을 상황에 처하며 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재연의 방식으로 연출했고, 모스크바 닭도리탕은 몽롱한 내레이션과 여행지에서의 이질적인 이미지들, 화려한 프레임의 조합이 기이한 감정을 전해주며, 강릉여인숙은 폐광된 이후의 태백에서 감독이 느꼈던 어떤 감정에서 시작하여, 50년이 된 할머니의 여인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개인들의 기억, 옛 시절의 아카이빙 이미지 등으로 공간의 기억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느껴졌다. 이완민 감독의 진행과 함께 세 작품의 감독들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완민 감독(이하 이완민): 랜드 위드아웃 피플, 모스크바 닭도리탕, 강릉여인숙세 편의 영화 어떠셨는지요. 인디다큐페스티발 그리고 인디스페이스가 준비한 이번 발견과 주목 기획전에서 세 작품은 일장춘몽이라는 타이틀 하에 함께 상영하게 되었는데요. 김무영, 오재형, 이재임 감독님들 모시고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완민이라고 합니다.

 

김무영 감독(이하 김무영): 랜드 위드아웃 피플연출한 김무영입니다.

 

오재형 감독(이하 오재형): 반갑습니다. 모스크바 닭도리탕만든 오재형입니다

 

이재임 감독(이하 이재임): 강릉여인숙연출한 이재임입니다.

 


이완민: 이미 느끼셨겠지만, 절대적이고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들이 아니라 상당히 생각이나 감각의 여지가 열려있는 영화입니다. 그런 만큼 관객분들께서 편하게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공통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어쩌면 연출 계기를 묻는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 이런 질문은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서,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여쭤보겠습니다. 감독님들께서 이 작품을 시작하실 즈음에 사로잡혀있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여쭤보고 싶고요. 지금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요소들 중에 최초의 조각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아무래도 한 개인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고립감이랄까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여있을 때 느끼는 고립감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마지막 엔딩도 그렇게 개인의 어떤 상황에 맞춰서 끝내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처음의 조각은 초반부에 등장한 마사코 할머니였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가 저한테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오재형: 제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은 누구나 느낄 법한 가벼운 우울 혹은 무기력이었습니다. 작업하시는 분들은 다 공감할 텐데, 외부적인 일이 없는 시기에 그런 지난한 날들이 지속되면 뭔가 좀 우울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감정을 느꼈고요. 그 때 마침 부모님께서 북유럽 패키지여행을 같이 가자고 해서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패키지여행이라는 게 내내 버스를 타고 잠깐 내려서 식사하고 관광하고 이런 식인데. 어르신들은 한국음식을 꼭 먹어야 하잖아요. 여행에서 처음으로 간 곳이 모스크바였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갔던 지하 식당에 닭도리탕이 준비되어 있는 거예요. 그걸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모스크바 닭도리탕이렇게 써서 올렸는데 그게 최초의 조각이 됐고요. 그걸 보고 사람들은 너 지금 어디야, 장난 치지마이런 식으로 반응하여서 제가 계속 헬싱키 제육볶음이런 식으로 먹었던 음식 사진을 올렸어요. 사람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 하는 게 재밌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를 만들 생각은 그 당시에 없었고, 그 패키지여행에서 저만의 재미를 찾고자 모스크바 닭도리탕이라는 놀이를 시작한 게 어떻게 하다 보니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재임: 영화를 찍은 계기 이전에, 영화를 찍으면서 계속 느꼈던 감정을 떠올려보면 없어질 것 같다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도 없어질 것 같고, 공간도 없어질 것 같고. 이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그 기억들이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되고 또 어떤 식으로 남을까, 이런 아쉬운 또는 아까운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처음에 이 영화를 어떻게 연출을 해볼까 고민할 때, 제가 선전영화 찾아보는 걸 좋아해서 옛날 뉴스 클립들, 흑백뉴스 클립들을 취미삼아 찾아보는데 거기서 태백의 선전영화 혹은 선전뉴스들을 보게 됐어요. 강릉여인숙에도 나오는 사택 앞에서 풀 뜯는 소녀와 같은 이미지를 보고 태백에서 자랐던 저 혹은 할머니, 엄마, 가족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이미지를 활용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완민최초의 조각들에 대해서, 또 사로잡혀있던 감정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연출 계기를 묻는 질문을 달리 여쭤본 것은 각 영화가 각자의 방식으로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인데요. 구체적으로 한 영화씩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랜드 위드아웃 피플의 김무영 감독님께,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감각했던 혹은 충격을 받았던, 영화로부터 뛰쳐나온다고 느껴졌던 순간들은, 다른 분들도 많이들 느끼셨겠지만 슬레이트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또 슬레이트보다는 좀 덜 명확하게 지나가지만 붐마이크가 교회씬에서 등장하고요. 그리고 인물이 프레임 아웃한 후에 카메라가 교회를 향해 팬하는 샷도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숨기기 위해서 인물 동선을 따라가거나 하는데, 자의적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데서 오는 충격을 받았어요. 이 세 가지 요소들에 있어서 재밌는 점은 이들이 다른 것들과 공존한다는 것이었어요. 음이 소거된 상태의 수창과 수창의 아내 지은의 뒷모습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샷들이 각각 존재하는 데요. 이 뒷모습을 통해서는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고 극 안에 몰입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는데,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요소를 통해서는 여기로부터 오히려 벗어나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을 교과서적으로 얘기하자면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한편으로는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이 가지는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양자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고 느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작업을 하셨는지,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글쎄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어떤 하나의 주제를 리서치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고요. 그렇기 때문에 한 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는 사람들이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의 정서를 보여주고도 싶었고, 다양한 생각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관객의 몰입을 최대한 방해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연이란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완민: 모스크바 닭도리탕의 오재형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프레임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림의 프레임이 보이지 않도록, 즉 그림이 화면 안에 가득 차도록 찍는 지점이 있는 반면에 인위적인 액자를 씌우는 장면이 공존하는데, 이 두 가지가 배치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차이점이 있다면, 액자가 씌워진 부분에서는 내레이션이 들리지 않아요. 그 외의 순간들은 끊임없이 내레이션이 등장을 하고요. 이건 제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 내겐 그게 없었다. 짐승 시체 같은 것그리고 화염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 때의 감정이 가장 강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정신분석을 하는 건 아니지만(웃음), 전체적으로 영화 속 마음의 목소리는 지금 내가 갖지 못한 무언가, 뭔가 잘못된 무언가를 바로잡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액자 안에 담겨진 풍경들이고. 여행에 몰입하지 못하고 그런 전쟁 같은 상태에 오히려 몰입하고 있는 상태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웃음) 당연히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요. 다만 제가 궁금한 것은 그런 프레임을 그렇게 구성하는, 그림 안에 그림을 화면 가득 담는 것에 있어서 감독님의 기준, 원칙이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오재형: 우선 해석이 재미있네요.(웃음) 영화를 만들고 나서 몇 분이 글을 써주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은 이 영화는 수직과 수평의 이미지에 대한 영화라는 평을 해주셔서 재밌기도 했어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재밌는데요. 내레이션은 어느 날 자다가 꿈을 꾸고 일어났는데 꿈이 너무 생생하고 재밌어서 녹음을 했어요.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옆에 핸드폰이 있어서 바로 녹음을 했고 그게 저 내레이션이에요. 사실 아무 뜻이 없어요.(웃음) 의미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도 몰라요. 그냥 제가 잠에 취해서 중얼거린 내레이션을 저기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삽입한 것이고요. 푸티지를 찍을 때 원칙은, 보통 여행가서 사람들이 찍는 이미지의 핵심은 장소성이잖아요. ‘나는 다른 곳에 와있다는 사실을 찍는 게 핵심인데요. 저는 당시 사로잡혀있던 무기력, 우울 이런 감정과 패키지여행의 노잼인 부분, ‘모스크바 닭도리탕포스팅처럼 그런 허무한 이미지, 농담 같은 이미지처럼 여행지지만 장소성이 제거된 이미지들을 찍었어요. 미술관에 그림이 있으면 일부러 햇빛에 반사되어서 얼굴이 안보이게 찍는다든지 아니면 관광객분들이 한국 노래를 떼창을 하는 곳이 코펜하겐 운하라는 게 전혀 드러나지 않게 찍는다든지. 그런 허무한 이미지들에 이끌렸고 농담 같은 풍경을 찍으면서 중간부터 이건 작업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더 열심히 찍었는데요. 나중에 편집할 때 인위적인 프레임을 갖고 온 건, 그냥 이렇게 하면 더 재밌겠는데? 어딘지도 모를 풍경을 화려한 액자 속에 넣어두면 더 허무해보이고 더 재밌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의도였어요. 그 외에 내레이션이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편집한 건, 그 전의 영화들은 힘을 주고 계획에 맞춰 의도대로 넣었다면 이번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꿈 얘기를 하는 거니까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도 되고, 그냥 이쯤에 어울린다 싶은 걸 넣어보자 해서 만들었어요. 부담 없이 만들었고 재밌게 작업했습니다. 원칙 없는 게 원칙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완민: 강릉여인숙의 이재임 감독님께도 질문 드리겠습니다. 복잡하게 얘기하기 이전에 딱 다가왔던 건 변기였어요. 이불에 감싸져 있는 변기 이미지가 강렬했고, 어떤 아카이빙 이미지와 같이 병치되었을 때 받는 어떤 쾌감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복잡하게 이야기하자면 강릉여인숙의 경우에는 개인의 기억, 그러니까 텍스트로 풀어진 나의 기억들, 외할머니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구술적인 기억들, 공공 아카이브에서 드러나는 공동의 기억들이 동시에 존재하죠. 근데 동시에 존재하면서 뜬금없는 순간에 최소한의 연관성을 가지고 그것들이 교차 편집되거나 사후침투하는 순간이 보였습니다, 마치 감독님께서 연출의도에 쓰셨던 검정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라는 표현을 연상케 했는데요. 계속 묻어난다는 거죠. 개인의 서사 속에서 계속해서 공공의 이미지가 드러나는데, 재밌는 것은 최소한의 연결로 인해서 공공의 기억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약간의 저항감 같은 것이 개인적으로는 느껴졌는데요. 여성 노동자의 이미지 등 태백 역사에 있어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존재가 폐기되지 않길 바라는 느낌도 받았고 한편으로는 공공 아카이브 이미지의 신화에 대한 반기를 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재밌는 것은, 현재에 있는 어떤 아카이브성 이미지, TV로 뉴스 화면이 보이는 것도 재밌었는데요. 같은 질문으로 기준과 원칙에 대한 것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런 개인과 공동의 기억들을 배치함에 있어서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재임: 원칙과 기준이라기보다 말씀하신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되게 뜬금없잖아요. 할머니 인터뷰는 방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할머니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않으면서 예전 기억 혹은 자기가 계속 앉아 있는 방 이야기만 하는데, 어떻게 여기서 그 이야기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겪었던 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그 흉흉한 태백의 모습과 대거 실업자인 아버지를 두고 가정불화를 겪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문득문득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어떤 식으로 엮을까 고민하다가 발견한 이미지들이 그런 아카이브의 한 귀퉁이였던 것 같고요. 선전영화라는 게 되게 명확한 메시지와 문장을 전하려고 만든 것이긴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그 속에 트레이닝 되지 않은 미숙한 연기자들과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잡히는 모습들이 재밌다고 느껴져서 어쩌면 이런 모습이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엄청 오래전에 작업한 영화지만 돌이켜 보자면 그런 계기들로 만들고 엮었던 것 같습니다.

 


이완민: 제작기간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앞선 질문에서도 구성에 관한 이야기가 간단하게 나왔지만, 전반적인 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더불어 전체적인 제작기간과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배치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것만큼은 꼭 넣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라든지, 반대로 소극적으로 빼고 빼다가 남은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제작기간은 한 3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니면서 틈틈이 만든 영화라서, 학교 다니면서 시간 날 때 마다 조사를 많이 했죠. 영화에는 많이 안 나오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도시계획 기관에 계신 분도 인터뷰를 했고 찍기도 다 찍었어요. 그렇지만 맥락에 맞지 않아서 뺐어요. 그리고 제가 사실은 교회 측 입장과 시 측 입장을 모두 찍으려고 계획하고 준비도 마쳤는데,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고 당시에 에너지도 많이 떨어지고 돈도 없어서 거기까지는 못 갔던 것 같아요. 지금 봐도 그 장면들이 있어야 마무리가 되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완민: 그럼 구성안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가셨는지요? 전체적인 구조(수창에서 수창으로 끝나는 구조)라든지 어떤 음악을 사용하고 매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먼저 하셨는지 아니면 후반 작업을 통해 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김무영대부분 촬영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정했던 것 같아요. 오래 전에 만들었다보니 정확히 기억이 잘 안 나긴 하지만 처음에 정하고 들어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촬영하고 리서치하면서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원래 영화를 음악을 거의 쓰지 않고 만들고 롱테이크로 많이 찍는 스타일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기존에 해왔던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좀 많이 움직이고 컷도 이전보다는 많이 가고 음악도 많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이완민: 오재형 감독님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전체적인 제작기간, 푸티지 등의 배치는 언제 어떻게 하게 됐고. 또 푸티지들을 어떻게 찾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내레이션 역시 잠에서 깨어나서 한 녹음을 사용한 것인지 여러 날에 걸쳐 작업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재형: 우선 내레이션도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인데, 전작에서 내레이션을 해보니까 저는 안 되더라고요. 연기하는 것도 너무 어색하고 말하는 것도 잘 안 돼서 잠결에 녹음한 게 더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다음에 한 번 더 자고 일어나서 해볼까 싶었는데, 다시 하려니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좀 꾸미게 되기도 하고요. 재녹음을 시도를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내레이션은 최초의 녹음을 그냥 쓴 것이고요. 제작 기간은 패키지여행을 갔던 2주 동안 촬영하고, ‘이 때쯤 되면 인디다큐페스티발 공모가 슬슬 오겠구나라고 생각하고(웃음) 편집만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렸을까요. 되게 빨리 만든 편이었습니다. 영화 처음과 끝에 줄에 매달린 사람들은 서울거리예술축제라고 가을마다 하는 축제의 한 장면인데, 제가 그곳에서 촬영하는 일을 했어요. 공중에 사람들이 우주복 같은 것을 입고 매달려서 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제가 SF물을 좋아해서, 나중에 그런 영화를 만들면 어딘가에 인서트로 쓰지 않을까 싶어서 찍어두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 어울릴 것 같아서 사후적으로 앞뒤에 배치를 했습니다.

 

이완민: 영화 속에서 외계인 마스크를 쓰고 계신 분들은 실제로 그 가면을 쓰고 계셨던 건가요?

 

오재형: 크루즈 안이었고 실제로 갑자기 코스튬하시는 분들이 아빠한테 악수를 청하기에 너무 웃겨서 찍었습니다.

 

이완민앞뒤 이미지가 우주선 같은 느낌을 줘서 그 분들이 등장이 그 이미지와 재밌게 연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재형: 제가 외계인들을 좋아하거든요. 전작도 외계인이 나오는 다큐멘터리고요.(웃음)

 

이완민: 하나 더 질문이 있는데요. 내레이션 관련해서 다른 사람을 캐스팅해서 내레이션을 할 생각은 없으셨는지요.

 

오재형: 제가 다큐멘터리를 주로 하는 이유가, 혼자 다 퉁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거든요.(웃음)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일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방에서 혼자 뭔가를 만드는 걸 더 좋아하는 타입이라서요. 부족하면 혼자 연마해서 작업을 한다든지 그런 식의 작업을 즐깁니다. 또 남에게 맡기면 다 돈이 들기 때문에(웃음)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혼자 하려고 합니다.

 


이완민: 이재임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강릉여인숙에서 텍스트가 등장할 때 4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아요. 무지, 무음을 배경으로 나의 기억을 서술하는 듯한 텍스트, 하단에 해쉬태그 형식으로 쓰여진 텍스트, 그리고 노란 텍스트, 이는 아마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하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이미지 한 가운데에 등장하는 듯한 텍스트입니다. 보고 있으면 각각 텍스트들의 어떤 차이가 짐작되지만 관련해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 구성과 연관 지어서, 제작기간과도 연관 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특히 해쉬태그 같은 경우는 영화를 네 부분으로 나누는 기능도 하는 듯한데, 그런 구성은 처음부터 정하고 작업하신 것인지 후반작업 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재임: 명확한 기획을 가지고 태백을 찾고 촬영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저도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걸 바탕으로 1년 반 동안 방학 때 집중적으로 촬영했어요. 할머니가 50년 동안 해왔던 여인숙을 중심으로 주로 할머니를 찍지만 할머니가 공간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 분은 아니시잖아요. 어쨌든 태백의 역사나 설명이 필요하니까 동시에 이것저것 촬영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폐광이 되고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강원관광대라는 대학교를 하나 지어줬는데 카지노딜러학과가 있어요. 그런데 제 친구들이 거기에 많이 진학을 한 거죠. 그 친구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실제 여인숙에 거주하시던 분들에게 어쩌다 태백에 왔는지 등의 인터뷰를 따기도 했는데요. 그런 것들이 들어가면 다른 영화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이런 설명적인 부분을 텍스트로 처리를 하고 심플하게 여인숙이 광산이나 도시의 역사에 따라 변모해가는, 여인숙에 오는 사람 또는 기능의 변화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아주 예전에 탄광이 부흥했을 때는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도시의 기능, 예컨대 성매매, 유흥업이 발달했고 그 안에서 여인숙 거리라는 게 존재를 했거든요. 이런 기억에서부터 할아버지의 사업이 망했을 때 할머니가 여인숙으로 돈을 벌어서 엄마 대학을 보냈다는 이야기나, 폐광이 되면서 찾는 사람이 없고, 관광지라고는 해도 아무도 허름한 여인숙에 오지는 않는 상황에서 여인숙이 도시의 빈민들의 쪽방이나 주거 외 거처로서 기능하는 모습들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관객: 저는 고등학생인데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싶고 연출하고 싶어서 많이 보고 있는데요. 항상 보면서 카메라에 인물을 담을 때 대상화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 점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오재형: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해주셨는데요.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거예요. 왜냐면 영화를 찍는 사람, 특히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은 매번 그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자기 검열을 하는데요. 매번 대상화하지 않는 것에서 실패하고 결국 자책을 하거나 내가 작품을 이용했다는 마음을 감독들은 가지게 돼요.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계속 토론해야 할 문제이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질문하신 게 다큐멘터리의 핵심인 것 같긴 해요. 어떤 소재가 있고 이를 찍고 싶을 때 바로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사체에게 폭력적일 수도 있고 진솔한 답을 얻을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아는 몇몇 친구들 이야기를 하자면 송윤혁 감독은 쪽방촌의 삶을 찍기 위해 찍기 전부터 1년 동안 거주를 했고요. 또 제주 강정마을을 찍은 김성은 감독은 꼭 작품 촬영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제주에 이주를 해서 5년 동안 산 뒤에야 겨우 카메라를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태도들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하나의 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완민: 관련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강릉여인숙에는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목소리가 가끔 등장을 하는데요. 충분히 뺄 수도 있었을 텐데 빼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지요.

 

이재임: 사실 제 목소리는 최대한 뺄 수 있는 부분은 다 뺀 것인데요. 할머니란 존재는 찍기 쉬운 존재잖아요. 너무 죄송한 말이지만, 제가 할머니를 찍는다고 해서 할머니는 스스로 변호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고요. 저와의 친밀감을 떠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아주 많은 생각이 들었고 저도 그런 고민과 항상 마주하는 것 같아요. 저는 찍을 때마다 할머니에게 보여드렸어요. 모든 컷, 편집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고요. 오히려 저는 할머니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이 영화에서 할머니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할머니가 엄청 불쌍하게 그려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가편집본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이런 말들을 좀 무게감 없이 전달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할머니는 별로 신경은 안 쓰셨지만.(웃음)

 

이완민: 할머니가 최종본도 보셨나요?

 

이재임: 최종본도 보셨는데 그냥 소리가 작다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김무영: 저는 개인적으로 재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대상화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재현하는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지만 내가 신처럼 어떤 것을 재현하는 형식이 아니라 내가 어떤 위치에 어떻게 존재하면서 이 이미지들을 재현하는지를 더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상화에 대한 죄의식은 끝까지 가지고 가야 되는 것 같습니다. 이로부터 면죄부를 받을 생각을 하는 것이 더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관객: 랜드 위드아웃 피플마지막에 흐르는 노래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사를 보면 이해가 가는데 다른 비슷한 노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왜 그 노래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사실 노래를 선택한 것은, 이 상황에 대한 제 코멘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식으로 코멘트를 하는 것보다 노래로 코멘트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완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됐는데요. 끝으로 간단한 인사와 함께 지금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 이후의 활동, 차기작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무영: 영화를 다시 보면서 어설픈 면도 있고 제 생각대로 다 못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차기작으로 다큐멘터리를 하나 만들고 있고 픽션도 디벨롭하고 있는 상태이고요. 밤빛이라는 작품을 1030일에 이곳에서 인디포럼 월례비행으로 상영을 할 예정이니 보러 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재형: 작업 끝나고 느꼈던 감정은 이번 작업도 되게 재밌고 즐거웠다는 것이었고요.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당분간 없을 것 같아요. 요즘에 매진하고 있는 건, 제가 몇 년 전부터 피아노 치는 사람이 됐어요. 매일 피아노를 세네 시간씩 치고 있는데 그냥 취미만은 아니고 영화를 틀고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고 있어요. 이를 본격적으로 해보고자 올해 저의 단편영화와 피아노 연주를 함께 하는 단독공연을 했는데 그런 식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고요. 모스크바 닭도리탕배경에 흐르는 모차르트 곡을 직접 치면서 상영하는 공연도 있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루 종일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 공연을 좀 더 많이 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임: 2014년에 촬영했던 영화인데 제 머릿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편집본이 있어서 보면서 뒤에 다른 푸티지가 올 거라고 예상하거나 다른 텍스트가 올 줄 알았던 순간이 많았어요. ‘저렇게 찍었구나, 지금이라면 다르게 찍었을 것 같기도 하다이런 생각도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계속 찍고 있지는 않고 지금은 디자인을 하고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최근에 사회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활동에 관련한 내용을 전하는, 짧은 호흡의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각오가 있습니다.(웃음)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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