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역사, 앞으로의 연대기 인디돌잔치 <피의 연대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29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람 감독
진행 셀럽 맷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정민 님의 글입니다.
여성들의 생리를 다룬 현대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쯤 있을 법도 한데,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개봉해 독립 다큐 영화임에도 전국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본격 생리 탐구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가 개봉 1주년을 맞아 인디돌잔치로 재상영되었다. 상영 후 이어진 인디토크를 통해 이 영화가 지난 1년간 여성을, 세상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화 시켜왔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진행 셀럽 맷(이하 셀럽 맷): 안녕하세요.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진행하고 있는 셀럽 맷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들이 투표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피의 연대기>가 개봉 1주년 재상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오늘 다시 한 번 김보람 감독님을 보시고 GV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보람 감독(이하 김보람): 안녕하세요. 김보람입니다. 반갑습니다. 시간이 진짜 너무 빨리 지났어요. 벌써 1년이나 됐어요. 오늘 최종 관객 분들이 120분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개봉당시에도 이정도 규모의 관객이 온 GV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 되게 뜻깊 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혹시 처음으로 <피의 연대기>를 보러오신 분이 계신가요? 아, 굉장히 많네요. 거의 다 재관람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셀럽 맷: <피의 연대기>는 다큐영화인데도 1만 관객이 넘었어요. 되게 유의미한 숫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동체 상영도 100회 이상 했다고 들었어요. 힘든 일이었을텐데요.(웃음) 지난 1년 동안 감독님과 같이 일하셨던 스탭분들이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저의 첫 연출작인데, 저와 함께해준 스탭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어서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었고, 다들 되게 잘 되었어요. 피디님도 활발히 프로듀싱 하고 계시고. 음악감독님은 올해, 혹은 내년 개봉을 앞둔 상업영화에 첫 입봉을 하시고. 애니메이션 감독님도 좋은 재단에서 지원을 받고 파리 레지던시를 다녀오셨고, 촬영감독님도 지금 저랑 두 번째 작품 같이 하고 계세요. 개인작업도 하고 계시고요. 개인적으로는 스탭들이 다 잘 되어서 뿌듯한 마음이고, 덕분에 저한테 좋은 경험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셀럽 맷: 음악감독인 김해원 감독님 외에는 다 여성스텝들로 꾸려져 있었잖아요. 저희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카메라 앞에도 여성이 많이 서야 하지만 카메라 뒤에도 여성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해요. 지금 이 작품을 통해 다음 기회를 많이 얻으셨다고 하니까 굉장히 기쁘네요. 그리고 영화에 어머님도 나오시고, 이모님들 나오시고, 할머님도 나오셔서 되게 좋았거든요. 그분들은 지금 잘 지내고 계신지도 궁금하더라구요.
김보람: 어머님은 열심히 살고 계시고. 할머니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엄마한테 <피의 연대기>가 보고싶다고 하셔요. 그럼 엄마는 노트북이 있는 게 아니니까, 집으로 모시고 와서 IPTV로 결제하고 보여드려요.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 하시니까 엄마가 효도하는 마음으로 하시는데. 할머니는 본인이 나오는 장면만 보시고.(웃음) 엄마가 할머니가 너무 자기애가 강하다고.
셀럽 맷: 아, 손녀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니까 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나오는 장면이 보고싶으셔서.
김보람: 네. 그래서 무상생리대 장면까지 가면 다시 돌려서 앞으로.(웃음) 아마 최다관람객이실 거예요.
셀럽 맷: 개봉 중에도 여러 번 오셨죠?
김보람: 네. 여러 번 오셨고, 관객한테 꼭 인사를 하고 싶어하셔요.
셀럽 맷: 타고난 셀럽이시네요.
김보람: 저희 할머니가 양로원에 계신데, 봉사활동 하러 오신 대학생분이 할머니 영화에서 봤다면서 알아보기도 하시고, 그래서 되게 좋아하셨어요.
셀럽 맷: 작년에 GV를 총 60번 정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마지막 GV는 어디서 하셨어요?
김보람: 지난 11월쯤에 서울에 있는 어떤 정당행사에서 부르셨어요. 굉장히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같은 날 다른 행사가 또 있어서 다섯 분 정도 계시더라고요. 끝나고 내려가는데 그분들이 저한테 ‘맥주한잔 하실래요?’ 하시고.(웃음)
셀럽 맷: GV를 많이 하셨으니까, 혹시 기억에 남는 관객분이 있으셨나요?
김보람: 기억에 남는 분들이 사실 굉장히 많아요. 좀 특별한 경험은, 지역 사회마다 지자체에서 하는 독립영화 상영회 같은 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독립영화 자주 보신 노년층이 많이 계셨어요. 그 날 갔던 곳은 유난히 70-80대 남성분들이 많이 오시는 곳이었어요. 갔는데 정말 그 분들밖에 안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되게 긴장했는데. 엄청 주의 깊게 들으시고 본인들 경험도 얘기하셨어요. 저는 항상 타겟 관객층이 20-30대 여성이라고 했는데, 다른 더 넒은 관객이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인천의 한 도서관에서 GV를 했는데, 저희 영화 보셨다시피 생리통, 월경통을 다루지 않거든요. 한 분이 왜 그 주제를 다루지 않았냐고 하셔서, 이유를 설명했는데 갑자기 그 분이 본인이 생리통을 한 큐에 없애는 방법을 알고 계시다는 거예요. 한 번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딱 앞에 나오시더니, 자기 손으로 여기 발목에서부터 딱 한 뼘을 재고, 무릎에서부터 한 뼘을 재서, 만나는 부분에다가 생리 3일 전부터 10원짜리 동전을 올려놓고 누워있으면 생리통이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분이 앞으로 나오셔서 그걸 보여주시는데 맞은편에 앉은 20대 여성분이 웃음을 참으려고 얼굴을 엄청 찌푸리고 계시는 거예요. 두 분 다 너무 귀여웠어요. 진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가 됐어요. 아직 그 방법은 안해봤는데, 그 분이 꼭 당부하시기로는 10원짜리가 굉장히 더럽기 때문에 치약으로 꼭 닦은 다음에 사용하라고 팁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셨어요.(웃음)
셀럽 맷: 여러분, 해보시고 괜찮으면 후기 남겨주세요.(웃음) 이제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 감독님이 해외의 친구한테 생리대 파우치를 선물로 주려고 하니 친구들이 생리대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생리용품에 대해 다뤄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신 거잖아요. 그 이전에는 생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도 궁금하더라구요.
김보람: “나도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이 지난 몇 년이었다”라고 저희끼리 얘기를 하는데. 저도 이걸 만들기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당연히 생리는 그냥 하는 거, 당연히 불편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한 번도 학교에서도 잘 가르쳐 준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항상 그러고 살았던 거 같아요. 엄마가 예전에 저한테 ‘나쁜 피가 몸에서 나온 거라서 생리하는 게 좋은 거고, 생리가 끝났을 때 나는 너무 슬펐다’ 이런 말을 하셨거든요. 저도 그런 막연한 미신 같은 걸 믿고, 생리 끝나면 피부가 좋아 보인다더라, 그런 정보만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2년 동안 이 영화를 만들면서 진짜 많이 변했고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셀럽 맷: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을 하셨는데, 생리를 시작할 때는 떠들썩하게 케이크와 꽃다발 사다주면서 ‘이제 너는 여자가 된 거다’라고 하고는 그 이후부터는 말을 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있잖아요. 생리대를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언제나 숨겨야하고, 남녀 공학인 경우에는 진짜 불편해지고요. 저도 생리가 부끄러운 것이고 그냥 내가 참아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탐폰도 있고 생리파동 이후 월경컵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쯤에 생리를 시작할 텐데 그때쯤에는 사실 탐폰은 무서워해요. ‘처녀막’에 대한 이야기도 있잖아요. 처녀막이 없다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 알았기 때문에, 저에겐 생리대가 유일한 월경용품이었단 말이에요. 저도 <피의 연대기>를 보고 생리컵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초반에는 ‘생리컵 광고 영화냐’는 오해도 좀 있었지만,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한테 사실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했던 거잖아요. 지금은 많은 분들 인식도 바뀌었고, 이 영화를 통해서 바뀐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김보람: 생리컵 광고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돈도 좀 벌고.(웃음) 생리컵에 굳이 긴 시간을 할애한 건, 내 생리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거. 그런 도구적인 특성에서 좀 다르다고 생각해서 넣었어요. 저희가 시장조사를 해보니까, 실제로 생리컵이 이슈된 거에 비해서는 그렇게 판매량이 올라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여전히 장벽이 확실히 있는 것 같고. 저희 영화 때문이 아니라 2016년에 저소득층 깔창생리대 사용 이슈가 있었고. 2017년에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있으면서 페미니즘 리부트랑 맞물려 이슈가 커졌죠. 그 덕분에 저희 영화가 ‘생리 다큐’라는 말을 내걸었을 때 재밌을 거라 생각할만한 장르의 영화가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만 명이라는 숫자를 극장에서 만나게 되었던 것 같고요. 오늘이 정말 특별한 인디돌잔치 날이에요. 그런데 이게 오늘 밤 12시에 EBS에서 방송됩니다. “제가 고프로 달고 피 쏟고 그런 거 다 나오나요?”하고 물었더니 배급사분이 별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심의 관련해서 블러 처리한 걸 받아보니 그 장면은 블러 처리가 안 되어 있었어요, 그 정도만 해도 한국사회에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학부모님들이 안볼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웃음) 아무튼 유의미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고. 엊그저께 기사를 보니 이탈리아에서 트러플 오일은 세금을 감면해주고 생리대는 여전히 20프로 세금을 붙인다고 하더라구요. 여전히 세계는 엄청 더디게 변하거나, 혹은 변하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는 상태인데 한국은 그래도 문제도 많은 사회지만 또 어떤 면에서 빠르게 변하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셀럽 맷: 말씀하신 생리컵에서 월경혈을 받아서 세면대에 쏟아붓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잖아요. 월경혈이라는 게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깨끗하지 못한 것이고. 나의 몸 안에서 나온 피를 보여준다는 것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일인데, 감독님이 직접 하셨잖아요. 처음에 두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지금은 이렇게 관객을 만나지만, 그때는 관객을 만나기 전이어서 별 생각이 없었어요. 원래는 카메라가 들어와서 찍으려다가 여성분들이라면 그 장면을 좀 이상하게 느낄 것 같았어요. 누가 들어와서 찍는 게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일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좀 거칠어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로 했어요. 여성분들이라면 화장실 벽만 나와도 뭘 하는 과정인지 아실 거고, 남성들은 경험을 못해봤지만 이게 어떤 과정인지, 어떤 노동인지를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장면을 썼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 장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 어떡하지, 누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안했던 건 아니에요. 근데 이 영화를 위해 저만큼 많이 애쓰고 노력하고 함께해준 친구가 “야, 어차피 영화 개봉해도 아무도 안 봐.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아, 어차피 아무도 안 보는구나 하고.(웃음) 그 친구는 독립영화를 만들어 본 친구인데 독립영화는 워낙 잘 알려지지 않으니까요. 근데 그런 것 치고 이 영화는 많이 보셨죠. 그 ‘아무’에 여러분이 해당되는 거죠.
셀럽 맷: 독립영화로서 만 명을 넘기가 되게 어려워요, 역시나 예상대로 여성 관객이 굉장히 많고, 간간이 남성분들이 여자친구 손에 끌려온 분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후기가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어요. 여성들에게도 생리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니 남성들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생리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서, 남성분들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바뀐 게 많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최근에 전라남도 강진군하고 작업을 같이 하면서 새롭게 느끼신 것이 있다고.
김보람: 강진군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한 남성 공무원분이 <피의 연대기>를 봤고, 제 책 <생리 공감>도 읽었고, 한 번 강진에 초대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갔는데 그 분이 알고 보니 아들만 셋이 있는 사십대 남성분이셨어요. 어느 날 아내분이 갑자기 면생리대를 쓰시는 걸 보고 물어보니 아내 분이 생리통을 없애고 싶어서 면생리대를 쓰신다고 하셨대요. 때마침 그때 <피의 연대기>가 개봉을 한 거죠. 강진군에는 여학생이 다 합해서 천명밖에 안 된대요. 그래서 여학생 천 명이면 무상생리대 할만하다고 생각을 하신 거예요. 국민디자인단사업이라고, 지자체들이 사업공모를 하는 게 있는데 거기에 기획서를 내서 채택이 되셨어요. 그래서 강진군에 있는 여학생들을 모집을 해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신 거죠. 환경물질 전문가 불러서 생리대 유해물질도 다 분석을 하시고, 저를 불러서 영화도 보고 얘기도 하시고, 면생리대 만들기, 탐폰 생리컵 체험기, 이런 사업도 하시면서 6개월 동안 진행하셨어요. 제가 되게 놀란 건, 그 사업을 나와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우수 프로젝트 11개를 뽑아서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전국의 270개 중에서 그 프로젝트가 뽑힌 거예요. 근데 발표를 그 공무원분이 안하시고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던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나와서 하게 되었어요. 되게 고무적이었던 건 그 자리의 발표자가 모두 50대 가량의 공무원이었는데, 고2 여학생이 나와서 발표를 너무 잘했고, 질문도 받고, 박수도 많이 받았어요. 거기서 개발을 한 게 급식카드를 찍으면 생리대가 나오는 방식이에요. 생리대가 다 떨어지면 문제잖아요. 카드를 찍으면 전산시스템에 얼마나 나가는지 재고량이 다 보이는 거예요. 한 사람이 성별을 떠나 페미니즘 이슈를 받아들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고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는, 너무 좋은 예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시 같이 홍보가 잘되는 시에서는 무상생리대 사업한다고 하니까 해외매체도 타고 엄청 이슈가 됐는데 강진은 워낙 작아서 크게 화제가 안 되었지만 제가 보기엔 엄청 내실있는 프로젝트였거든요. 작품 제작하며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는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보며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절대 완벽한 영화도 아니고 부족한 게 많은 영화지만, 그런 데서 기쁨이 있었어요.
셀럽 맷: 이게 성공사례로 남아서 더 확대되면 굉장히 좋을 것 같네요.
관객: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데요, 주입식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듯이 흘러가서 좋았던 거 같아요. 특히 할머님을 표현하는 것(가사노동 은퇴)은 처음 보는 단어여서 놀랐었거든요. 그 외에도 한 분 한 분 다 섬세하게 작업을 하신 것 같아서,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저희가 다 여성 창작자들이고, 나이가 다 비슷해요. 제가 30대 초반이었고 당시에 제일 어린 분이 20대 후반이었는데. 다 경력이 별로 없었어요. 보통 저희가 영화 현장에서 나이 많은 남자 작업자분가 한두 번 얼굴보고 바로 이름 부르거나 반말하거나, 이런 게 너무 싫었거든요. 우리가 이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한번 실험을 해보자, 서로 이름을 ‘누구누구 님’이렇게 부르고 나이와 상관없이 존대를 쓰자, 이런 약속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인터뷰이들의 이름이랑 직업을 쓸 때도 고민하게 됐어요. 오프닝 시퀀스에도 작업자들의 성을 빼고 이름만 넣기로 했는데, 그러면은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된 거죠. 사실 영화에는 못 넣었는데 저희 할머니가 장장 세 시간동안 저를 앉혀놓고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쫙 해주셨어요. 일제 강점기 때 만주까지 다녀오신 분이거든요. 그 역경이랑, 살아온 시간을 들어보니까 정말 상상도 못할,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하고 살아온 사람인 거예요. 새벽부터 밤일을 나가야 하니까 생리대를 빨 시간도 없어서 생리대를 던져놓고 가면 둘째이모가 그걸 빨았대요. 그래서 이모가 엄마의 생리양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는 거예요. 새벽에 그렇게 일하고 들어와서 그 다음부터 따온 곡식 말리고 정리하고, 빨래하고, 밥 차리고, 다다미질하고, 주말에는 뒷산으로 감 따러가고, 별의 별 일이 내내 이어지는데 한 번도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고, 거기다가 지금은 양로원에 계시잖아요. 그럼 이분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사노동 은퇴’라는 말을 붙이게 되었고, 우리가 노동하면서 피흘리는 존재라는 게 중요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너무 감사한 게, 사실 저희 영화가 정보가 엄청 많은 영화예요. 그게 내러티브 안에 좀 잘 녹아나길 바라서 많이 고민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름이랑 직업이었어요. 그걸 다르게 해야 계속 인터뷰가 이어질 때 관객분들도 조금 더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인물에 조금 더 감정이입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객: 저는 초등학교 교사구요. 생리관련 이야기를 아이들과 해보면 어떤 아이들은 정말 생리혈이 파란색인줄 알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년에 아이들과 같이 봤어요. 사실 되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부모님이 혹시나 항의하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는데 그런 일도 없고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생리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차기작을 준비 중이시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보람: 지금 섭식장애 있으신 여성들의 모임에 대해 찍고 있고요. 내년쯤에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리는 제가 겪은 일이라서 저도 영화에 좀 나오는데. 이번에는 제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오로지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셀럽 맷: 저도 궁금합니다. 다음 작품으로 이 테마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김보람: 저는 사실 저는 더 가벼운 걸 찍고 싶었어요. 여성 코미디언 얘기를 찍고 싶었고 생각해둔 분들이 있었는데, 제가 2년 동안 기다리는 사이 여성 코미디언들이 굉장히 잘됐죠. 그래서 전혀 접근할 수 없는 분들이 되어버렸고. 그럼 셀럽맷님을 찍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다가(웃음) 저한테 제안이 먼저 왔어요. 이런 모임을 하는데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했을 때 가지는 선입견이 있는데 정말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고 산뜻한 느낌으로 재밌게 봤는데요. 영상이 굉장히 좋고, 음악이나 애니메이션도 중간 중간 나와서 제작비가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좋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셀럽 맷: 눈물 나는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웃음)
김보람:: 저는 영화가 엄청 잘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엄청 투자했죠. 제가 첫 연출이라서 지원금도 못 받고, 거의 ‘쌩돈’을 부은 건데. 어떤 물건을 만들 때에도 이건 사람들한테 필요한 물건이고, 지금까지 시장에 없는 물건이라고 하면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재밌고 때깔 좋고 음악도 좋게 해서 내놓으면 사람들도 많이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페미니즘 이슈도 딱히 관심사가 아니었어요. 누워서 생각하다가 ‘아, 이건 된다’ 하고 자신있게 회사 그만두고, 사업자 등록하고, 혼자 달려왔죠. 피디님이 장비를 바꾸면 돈이 얼마가 더 든다고 하면 ‘아, 쓰세요!’하고, ‘네덜란드 촬영 갑시다!’하고. 사실 독립영화 쪽에서는 1만 관객 들었으니까 엄청 잘됐다고 좋아해주시고 제가 돈을 좀 번 줄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야말로 빚더미에 앉았어요. 이제 조금씩 빚더미에서 내려오는 중인데..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독립영화판에서 그 인건비를 제대로 안 주는 게 너무 싫어가지고 처음에 스텝들과 약속했어요. 인건비는 내가 이 업계 최고로 주겠다고 데려오고. 지분도 나눠줬어요. 그런데 지분이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됐죠. 저한테 지분이 얼마 없어요. 스텝들한테 지분 다 주고 그때 되게 뿌듯했어요. 되게 잘 돼서 스텝들에게 독립다큐를 해도 내가 돈을 벌 수 있고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거에 비해서는 좀 아쉬운 숫자가 됐죠.
셀럽 맷: 저도 최근에 빌어먹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남을 후려치던지, 내가 갈리던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독립영화 현장에서 제대로 인건비를 주기가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상업영화 안에서도 스텝들은 굉장히 좋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와중에. 진짜 너무 호기로웠어요. 다음 차기작에서도 지켜나가실 건가요?
김보람: 차기작은 굉장히 작게 갑니다(웃음). 보통 작품을 찍을수록 장비가 커져야 되는데 저는 무조건 작은 카메라로 가려고요. 그래도 퀄리티를 낮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피의 연대기>는 보시다시피 애니메이션이 들어가야 했고, 상업영화도 이렇게 안하는데 저희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열 다섯개예요. 그러니까 음악감독님도 음악을 기계처럼 만드셨어요. 그 모든 스텝들의 노고가 들어가서 5퍼센트씩 나누어줬지만..,.그렇게 됐습니다.
셀럽 맷: GV를 하면서 되게 좋았던 게 여성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굉장히 나누고 싶어하시더라고요, 생리에 대해서 어디 가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하겠어요. 그런 경험들이 저도 처음이었고,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승희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작업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생리와 관련된 것들을 찍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성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직접 찍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보니 밝고 경쾌한 느낌을 내려고 애니메이션을 넣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김승희 감독님하고 컨택을 하게 되셨나요?
김보람: 일단은 여성 신체 이미지가 무조건 나와야 되는데, 절대 성적으로 소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처음부터 있었고 애니메이션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승희 감독님의 <심경>이란 작품을 영화제에서 본 적 있는데 거기에 나온 여성의 몸이 너무 특별하고 좋은 거예요. 울퉁불퉁하고, 살도 접히고, 출렁이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서 애니메이션 협회에 연락해서 김승희 감독님을 만났어요. 시놉시스도 없었어요. 생리에 관한 다큐를 만들고 싶고, 지금 돈은 없지만 감독님과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돈 안 받고 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본인이 월경에 대한 이미지 너무 그려보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물론 돈은 다 드렸습니다.(웃음) 근데 작업을 하면서 재밌었던 게, 감독님하고 처음엔 친하기보단 격식을 딱 차리는 사이였거든요. 새벽에 작업을 하시다가 전화를 주세요. 받으면 ‘아, 김보람 감독님, 젖꼭지 되나요?’ 물으셔서 ‘아, 네, 됩니다.’ 하고 끊어요. 그러면 또 삼십분 후에 전화가 와서 ‘음모는 되나요?’, ‘네, 음모 돼요.’ 그러고 끊죠. 그리고 작업한 이미지가 오는데,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시발, 귀찮아”하는 그 장면도 처음에는 욕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초원을 달리는 여자 이미지를 보내주셨을 때 딱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때 사람들이라고 그게 안 귀찮았을까? 귀찮으면 더 귀찮지. 사냥도 하고 채집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딱 들어서 승희 감독님이 주신 아이디어로 그 장면이 나오게 됐어요. 네이버 영화정보를 보면 명대사에 딱 그거 하나 떠요.(웃음) 저희 영화가 12세이상관람가인 게 그 욕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관객: 저는 개봉할 때 못보고 오늘 처음 영화를 봤습니다. 오늘 오면서 검색을 해보니까 감독님께서 쓰신 『생리공감』이라는 책도 있더라고요. 책을 먼저 쓰시고 영화를 만드신 건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책은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매우 좋은 질문이네요. 책이 되게 안 팔렸어요. 그 책은 영화 나오고 제의를 받고 썼습니다. 출판사 쪽에서 영화 뒷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얘기를 다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제가 2년 동안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것들과 제가 생리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엮은 책이고, 영화를 위해 찍었으나 넣지 못했던 것들, 공부하면서 발견한 진귀한 자료들, 시간상 편집했던 것들을 넣으면서 만들었어요. <피의 연대기>를 만들면서 저한테 제일 크게 일어났던 변화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공부하면서 단 한 번도 내가 내 몸을 중립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그리고 그 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연애할 때마다 굉장히 큰 악영향을 줬던 거 같아요. 내 몸을 내가 인정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으니까 남이 내 몸을 함부로 대하고 예의를 갖추지 않았을 때에도 그걸 당연히 여기거나, 내 몸 탓으로 여겼던 경험들이 10대, 20대 때 많이 쌓여서 자존감을 엄청 떨어뜨리고, 자꾸 악순환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32살이 되어서야 그걸 알게 됐어요.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 중에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몸을 인정하는 게 생리를 알아가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책에 담았죠.
관객: 저는 이번에 6차로 관람한 사람인데요. 저는 <피의 연대기>를 너무 좋아하고, 김보람 감독님한테 너무 반해서 검색해보다가, ‘영혼의 노숙자’를 알게 된 케이스거든요.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두 분 케미를 볼 수 있어서 인디스페이스와 투표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웃음) 두 분 너무 좋아해서 ‘월간 김박보람’ 같은 프로젝트로 팟캐스트에 나왔으면 좋겠는데, 구체적인 계획 여쭤보고 싶습니다.
셀럽 맷: 최근 ‘영혼의 노숙자’에 김보람 감독님 오랜만에 나오셔서 반응이 엄청 좋았거든요. 저도 초반 6개월을 김보람 감독님과 같이 했기 때문에 되게 편안했어요, 감독님 얘기 계속 듣고 싶고요. 지금 차기작 찍으시느라 되게 바쁘실 텐데, 어떠세요? ‘월간 김박보람’.
김보람: 월간은 아니라도, 재밌는 걸 보면 저도 어디 가서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할 데가 없잖아요. 그럼 셀럽 맷 님한테 한번 나가게 해달라고 하면. 한 3월쯤에 다시 한 번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분기별로. 계간 김박보람. 지금 ‘영혼의 노숙자’를 안 듣는 분들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된 거냐면, 영화에서 제가 나레이션을 하잖아요. 그런데 원래는 셀럽 맷 님한테 부탁드렸었어요. 제가 셀럽 맷 님이 하신 ‘독일 언니들’이라는 팟캐스트를 보고 반해서 직접 연락을 했어요. 그래서 셀럽 맷 님이 <피의 연대기> 나레이션을 맡아주기로 하셨는데, 그게 취소가 됐습니다.(웃음) 팟캐스트를 새로 시작한다고 해서 저도 죄송한 마음에 패널로 출연해 6개월 동안 같이 했는데요. ‘영혼의 노숙자’ 듣고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오늘도 새로운 관객분들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어요. 맷을 독립영화계의 이동진으로 만들자.(웃음)
셀럽 맷: 지금 인디스페이스 관계자분들이 보고 계시고, 맷의 티켓파워를 확인하셨으니.(웃음) 아까 잠깐 얘기를 하셨는데, 영화에 시간상 담지 못한 얘기들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것들이 빠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김보람: 이 영화의 시작은 샬롯과의 만남인데요, 샬롯이 생리를 안한지 12년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샬롯이 저랑 나이가 같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생리를 했는데, 만 18살 되자마자 산부인과 주치의랑 상담을 했대요. 내가 피임을 하려면 어떤 방식이 제일 좋은지 상담했는데, 이 친구는 피임약이 잘 안 맞고 제일 잘 맞는게 ‘미레나’라고 T자형 로프를 자궁에 삽입해서 배란을 억제하는 시술이었어요. 미레나를 하니 생리가 아주 소량으로 나오거나 아예 안 나오게 된 거죠. 자기를 ‘생리 안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자기는 생리를 안 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3년마다 한 번씩 그 시술을 받고 있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그 개념이 전혀 이해가 안됐어요. 한국에 와서 산부인과 가보니까 실제로 피임법이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만들며 만난 분도 너무 일이 많아서 도저히 생리를 관리할 수 없을 때 딱 3년 동안 ‘임플라논’ 시술을 받으셔서 그 기간 동안 생리를 안 하셨대요, 그리고 바로 결혼 준비하시면서 기간 끝나서 생리하고, 그후 임신도 하시고요, 내가 어떤 중요한 시험이나 시합을 앞두거나 했을 때 생리가 발목을 잡잖아요. 그럴 때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저도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뉴욕에 촬영하러 갔을 때 스타벅스에서 짐을 놓고 쉬고 있었어요. 공간이 작아서 테이블에 다 합석을 하는데 저희 맞은편에 노부부가 계셨어요. 저희가 이렇게 있으니까 너무 궁금해서 커피를 사주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거예요.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그래서 저희 영화 찍는 사람들이고, 할아버지는 뉴욕시에서 이번에 무상생리대 법안이 통과되는 거 아시냐고 하시냐 했더니 본인은 시카고에서 와서 모르신대요. 무슨 영화 찍느냐고 물으셔서 월경에 대한 영화 찍는다고 하니까 너무 재밌어 하시면서 의사면허증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자기는 시카고대학의 산부인과 의사라고. 우리가 궁금한 게 많다고 막 물어봤어요. 생리를 안하는 게 정말 여성의 몸에 어떤 의미냐고 물었거든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생리를 하면 여성의 몸에 좋은 것이고 생리혈은 나쁜 피가 배출된다는 잘못된 의학적 미신도 있으니까요. 그때 그 할아버지 선생님이 생리를 하고 안하고는 그 사람의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고, 생리를 안 하겠다고 선택했다면 그건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랑 촬영감독님이 듣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누구도 살면서 우리한테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해준 적 없었거든요. 생리에 관해서요. 그 때 잠시 부탁드리고 카메라를 돌리면서 이야기를 들어서, 그 장면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스타벅스가 너무 좁아서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지를 않고 너무 급하게 꺼내서 찍은 탓에 초점도 다 나갔어요. 그리고 맥락상 ‘생리를 안 할 권리’를 다루기가 좀 힘들었어요. 그런 내용을 못 넣었습니다. 근데 2월에 DVD를 제작을 하거든요. 거기에 이제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풀버전으로 넣었습니다. 컵 초점으로...(웃음) 미공개장면이 몇 개 들어갈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셀럽 맷: 오늘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보람: 오늘 준비한 GV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모호하지 않았기에 아름다운 '2019 으랏차차 독립영화' <작은 빛> 인디토크 기록 (0) | 2019.03.03 |
---|---|
[인디즈] 이 겨울의 끝을 무사히 버텨내기를 <이월> 인디토크 기록 (0) | 2019.02.28 |
[인디즈 Review] <이월>: 겨울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0) | 2019.02.19 |
[인디즈] 기록하는 일상이 일으키는 물결 <얼굴들> 인디토크 기록 (0) | 2019.02.14 |
[인디즈 Review] <얼굴들>: 이미지의 총체가 전달하는 삶의 운동성 (0) | 2019.0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