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막막한 현실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메이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21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정대건 감독 배우 심희섭정혜성전신환송유현

진행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차 매진을 기록하였던 <메이트>가 새해와 함께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왔다.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영화 속 은지는 말한다. 약간의 여유와 사치도 허락하지 않기에 점점 각박하고 불투명해져만 가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한 발짝씩 다가서보는 청춘들의 성장과 사랑을 그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간미 넘치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던 인디토크를 기록하였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오늘 <메이트> 관객과의 대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영화전문기자 이은선입니다. 반갑습니다.

 

심희섭 배우(이하 심희섭): 안녕하세요. 저는 준호 역할을 맡았던 심희섭입니다. 반갑습니다.

 

정혜성 배우(이하 정혜성): 안녕하세요. <메이트>에서 은지를 맡은 정혜성입니다. 반갑습니다.

 

전신환 배우(이하 전신환): 안녕하세요. 다 가진 남자, 진수 역을 맡은 전신환이라고 합니다.

 

송유현 배우(이하 송유현): 안녕하세요. 지선 역할을 맡았던 송유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대건 감독(이하 정대건): 안녕하세요. <메이트> 연출한 정대건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은선: 정혜성 배우님께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영화가 처음이시죠? 많은 작품을 하셨지만 첫 영화라는 건 배우한테 새로운 자극일 것 같기도 하고 신선한 경험일 것 같아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작품에 임하셨나요?

 

정혜성: 영화를 하고 싶을 때 갑자기 찾아오게 된 기회라 기대라기보다는, 제가 여태 드라마나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는데요, 은지 역을 맡았을 때 관객 분들께서 얼마만큼 이질감 없이 이입해서 보실 수 있을지를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은선: 이 영화 전체를 준호의 입장에서 보면 첫 장면부터 이런 소리를 듣죠. “남의 기분 같은 건 생각도 안 하는구나.” 어떻게 보면 잔인한 이별 통보 같은 걸 받는데요, 그 남자가 은지라는 사람을 만나서 은지와 스스로를 이해해가는 이야기로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줄곧 솔직함을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가장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준호죠. 사랑, 연애 이런 게 사람들이 만든 환상 같다고는 말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그런 따뜻함을 기대한 사람 같기도 하고요. 이 캐릭터에게 솔직함은 저에게는 방어기제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배우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심희섭: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준호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들을 내뱉고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니까 자기를 포장하고요. 연기할 때 준호라는 인물이 현실에 부딪혀 안타깝게 사랑도 제대로 못하는 그 마음이 잘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은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게 될지, 그런 모습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캐릭터가 너무 미운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준호를 연기했습니다.

 

이은선: 감독님이 미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서글서글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심희섭 배우가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걸 들은 기억이 나요. 정대건 감독님은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전에는 전혀 다른 색깔의 다큐멘터리를 만드셨던 분이에요. 본인의 과거를 반영한 자전적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투 올드 힙합 키드>(2011)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신 적이 있죠. 그걸 생각하면 이 영화는 굉장히 급격한 장르 전환이거든요. 멜로에 접근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대건: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힙합 다큐멘터리를 찍고 졸업단편도 힙합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찍었는데 갑자기 웬 멜로냐고. 돌이켜보면 <투 올드 힙합 키드>가 저의 10대 시절을 정리하는 느낌이었다면, <메이트>20대에 제일 중요했던 연애를 정리하는 느낌이었어요. 장르 변신을 생각했다기 보다는 저에게 중요했던 것을 정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은선: 40대에는 어떤 영화가 나올 지가 기대가 되는데요, 영화를 보신 뒤 여러 대사를 기억나시겠지만 아마 이 대사를 공통적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핵심적인 대사 같은데, 언제 어떻게 떠올린 대사인 지도 궁금해요.

 

정대건: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떠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캐릭터의 대사들이 저를 반영하여 나왔어요. 약간 밉살맞고 비겁하고 솔직하지 못한 대사들은 다 준호 쪽으로 주고, 좀 더 용기 있고 긍정적인 것들은 은지를 줘 버렸어요.(웃음) 은지의 대사에 제가 바라는, 같은 처지에서 용기를 못 내고 있으니까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자유롭게 썼던 것 같아요.

 

이은선: 송유현 배우님이 연기한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지 곰곰이 한 번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은 쉬이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전사(前事)가 많이 들어나 있는 사람이 아니고,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는 얘기들이 말로만 전해지는 인물이잖아요. 다만 짐작을 해본다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여성 캐릭터, 은지보다는 약간 윗세대인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송유현 배우는 지선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세요?

 

송유현: 은지는 사랑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표현을 하잖아요. 저는 남자친구와 헤어짐과 만남이 반복되는 전사를 가지고 있고, 성숙한 캐릭터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이 사람을 잡으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할 때 이렇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이은선: 지선은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많은 상황 변화를 겪은 뒤 나타나요. 처음에는 결혼을 앞둔 사이좋은 커플로 등장했다가 마지막에는 헤어졌다 하더라, 그리고 술집에서 만날 때는 재회해서 다시 잘 해보려고 하는 커플로 나오죠. 사이사이에 많은 상황들이 삭제가 되었는데 하나의 씬과 그 다음 씬 사이의 폭이 굉장히 크잖아요. 그걸 염두에 두고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았을지 생각이 들거든요.

 

송유현: 제가 마지막에 술집에서 다 같이 모였을 때 은지한테 소개팅 해줄까요?’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사실 그게 고난을 겪고 나서 이 남자를 잡기 위해서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것 같아요. 그게 우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은선: 전신환 배우님, 아까 본인 캐릭터를 다 가진 남자라고 소개하셨잖아요. 설명을 부탁 드려도 될까요?

 

전신환: 제가 생각한 건 아니고요, 다른 GV에서 어떤 분께서 진수를 다 가진 남자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편집장이라는 제일 높은 위치에 있고 매력적인 두 여성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악역이라고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궁금증을 많이 유발하는 캐릭터라서 저도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지선과 은지의 어떤 점에 끌렸을지 생각해봤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되게 다른 거예요. 촬영 직전까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에 설정한 진수는 편집장의 위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물론 사랑도 있지만 권력적인 욕심 때문에 지선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괜히 눈치가 보이네요. 송유현 배우 없을 때는 되게 편하게 이야기했는데.(웃음) 그런데 실제로 지선이라는 캐릭터를 촬영하며 보니 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은지에 대한 마음 역시 신입으로 에디터 생활을 시작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연민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람둥이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은지를 만나고 나도 모르게 끌려서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은선: 영화의 이야기가 데이트 어플로 관계가 맺어지면서 시작하잖아요. 데이트 어플이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어요. 같이 연관시켜서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참고로 데이트 어플의 경험은 실제 감독님의 경험입니다.(웃음) 데이트 어플은 영화 시나리오 때문에 들어가 보신 건가요?

 

정대건: 그게 뭐 별건가요? 그냥 사용을 해 본 적이 있고 종류도 다양하니까 조사 차 여러 가지 들어가봤어요.(웃음) 그 정도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은선: 이 영화가 요즘 청춘들의 연애를 그리는 작품이잖아요. 선택한 장치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이트 어플도 그렇고, 요즘 20대 청춘을 다루는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학자금 대출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도 하고요. 의약품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하고 애완동물도 마음대로 못 키우니까 소라게를 키우는 등 굉장히 현실적인 장치들이 나오는데요, 아마도 감독님이 본인의 청춘을 정리하면서 생각하신 것들이나 주변의 이야기들이 많이 반영되었겠죠? 그런데 사실은 청춘의 이야기를 그릴 때 그런 소재들이 피상적인 묘사처럼 보일 위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쓰시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예를 들어 여기에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면 굉장히 도식적인 구조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정대건: 장치적으로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기 보다는 제 경험이 반영이 된 것 같아요. 생동성 실험도 실제로 해봤고 편의점 알바는 제가 안 해봤기 때문에 넣을 생각조차 안 했고요.(웃음) 데이트 어플 같은 경우는 준호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요즘의 어떤 풍토를 드러내기 보다는, 준호의 입장에서 데이트 어플로 만난 관계는 헤어지더라도 같이 공유한 커뮤니티가 없으니 깔끔한 거죠. 그런데 제가 걱정했던 점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미술적으로든 걸맞지 않게 보이면 영화가 가짜같아 보일까봐 많이 걱정했죠. 그 부분을 신경을 썼습니다.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이은선: 준호와 은지의 연애를 보면서 공감하시기도 하고, 답답해 죽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저는 처음에는 은지라는 캐릭터가 모호하게 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두 번째 보니까 준호가 은지를 모호하게 만들더라고요. 다가서려고 하면 네가 애인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하거나, 단순히 떠 보고 싶어서 나 누구한테 연락 왔어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러면 그 사람 만나던가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은지는 서운함이 많은 캐릭터라고 실제로 생각을 하셨나요? 정혜성 배우님은 어떻게 생각했어요?

 

정혜성: 아무래도 20대 초반이나 10대 시절에는 연애 시작을 확실히 하지만, 제 주변을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지내는 분들이 꽤 많아요. 은지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준호와 만나게 됐다고 생각을 했는데, 준호가 툭툭 던지는 그런 말들에 많이 서운했을 거에요. 은지의 서러움이 폭발했던 장면이, 진수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준호가 그 사실을 알고 집에 찾아와서 무작정 밀어붙이면서 뽀뽀를 하는 씬이었는데, 촬영했을 때 눈물이 났어요. 너무 서럽고 서운하고,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걸까 싶으니까 연기할 때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여기서는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울지 않는 장면으로 나왔는데요, 은지를 연기하는 내내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여자 입장에서는 섬세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정말 중요하고, 한 발 다가섰을 때 같이 한 발 다가와서 받아준다면, 아니면 제자리에라도 있다면 관계가 흘러가는데, 준호는 서툴고 겁나기 때문에 항상 한 발 다가서면 두세 발 뒷걸음질 치는 사람이어서 촬영하면서 늘 준호의 행동과 말투에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이은선: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시네요.(웃음) 준호라는 캐릭터에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알리바이가 많죠. 생활이 불안정하고 당장 다음 날 먹을 것, 다음 달에 돈 나갈 것들을 계산해야 하고, 아버지에 대한 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예요. 조금 더 드러냈다면 이야기가 깊어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인물한테 아버지에 관련된 내용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했어요? 그게 굉장히 궁금해요.

 

심희섭: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면 조금 더 풍부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고, 안 드러냈어도 준호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흘러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하면서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 표현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도 몰입을 깊게 해서 감독님이 오히려 감정을 덜어내길 바라셨고요. 준호가 가진 사연들이 사실 관객 분들께서 보시기에는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정사나 개인의 성향,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고 주위에 폐를 끼치는 걸 답답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반대로 공감을 하실 수도 있고요. 공감이 안 되시더라도 한 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부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은선준호의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영화가 문을 닫아요. 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요. 시나리오도 거기서 끝났나요? 아니면 뭔가 대사가 더 있었어요?

 

심희섭: 제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서 감독님한테 며칠 전에 마지막 장면에 대해 들었는데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인물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받으면 저도 항상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를 바라요. 제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고요.(웃음)

 

이은선긍정적인 무언가를 생각한 표정을 연기하신 거죠? 정혜성 배우님께도 특정 장면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둘이 출장을 가서 막 장난을 치고 웃다가 갑자기 울면서 짜증난다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많은 생각이 든 장면이었어요. 일단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는지 궁금해요. 현장 상황을 생각해보면, 감독님이 굉장히 힘든 연기를 시키신 거잖아요? 감정 몰입이 잘 되셨어요?

 

정혜성: 제 기억으로는 한 테이크에 끝난 장면이에요. 그 장면만 놓고 보면 뜬금없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체를 봤을 때 은지가 계속 쌓아왔던 상처와 서러움, 아쉬움, 준호뿐만 아니라 스스로한테도 느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합쳐친 거예요. 서로를 보면서 웃고 있지만 진작 누구 한 명이 관계를 확실히 명시할 수 있게끔 우리 사이는 뭐야?’, 혹은 우리 그냥 잘 맞으니까 만나자라는 말들을 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과 함께 쌓인 감정들이 한 번에 팍 터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준호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풀려서 서로를 보면서 웃고 있고,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되게 복잡한 감정이 하나로 합쳐져서 터지는 장면이고, 막바지에 촬영한 장면이라 충분히 감정이 쌓인 뒤여서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개인적으로 은지가 딱 무너졌을 때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더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오히려 표정이 잘 안 보여서 좋은 부분도 있더라고요. 전체적인 무드를 가져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정대건: 저도 그렇고 배우 분들도 그렇고 기억들이 이야기하면서 점점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그때 혜성 배우가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어떡하지?’ 싶었어요. 몇 테이크를 반복적으로 촬영해야 하는데 감정이 한 번에 크게 와서요. 아마 처음에 찍은 롱테이크를 그대로 썼던 것 같아요.

 

이은선: 이 영화에 준호의 어머니가 등장해요. 윗세대를 표현하는 캐릭터일 텐데, 중요한 대사를 해요. 준호가 결혼하기 싫다, 결혼 못 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 ‘네가 안 하는 거냐? 못 하는 거지.’라면서 (부모 세대처럼) 그렇게 안 살면 돼이런 대사를 하거든요. 그러면서 늠름하게 살아라는 이야기도 해요. 이게 아마도 감독이 기대하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보였으면 하는 태도 같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어떤 마음으로 그 장면을 넣으셨어요?

 

정대건: 정리해주신 그대로인데, 영화에서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라든지 늠름하게 살아와 같이 메시지를 주는 것 같은 대사들이 몇 개 있는데요, 그게 제가 관객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는 제가 듣고 싶었던, 듣고 울림을 느꼈던 말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명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관객: 초반에 지하철에서 준호가 나는 승강장으로 떨어질까봐 너무 무서워.’라고 하자 은지가 나도 그래.’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그 대사가 저희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느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20대 초반보다는 연륜, 나이가 있으시니까(웃음) 어떤 마음으로 그런 장면을 쓰셨는지 궁금했고요. 그리고 저는 여성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해서 봤는데, 준호는 워낙 자신의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지만 은지가 계속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은지를 그렇게 행동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지,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이은선감독님 아직 연륜 있는 나이는 아니지 않으세요?(웃음)

 

정대건: 얼굴에 연륜이 있으니까요.(웃음) 일단 지하철 장면 같은 경우는 잘은 모르겠지만 특정한 세대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지 않나요? 저도 그런 시기를 지나왔고 그 감정을 아니까 그런 대사를 쓴 것 같고요. 그리고 은지가 준호에게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요, 출장에서 돌아온 은지가 준호의 집에 찾아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이 은지가 극의 흐름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마음을 정하는 장면으로 봤어요. 그 전에는 둘 다 왔다 갔다 타이밍이 계속 어긋나다가 마음을 정하고 움직였는데 또 상황이 엇갈린 거죠. 은지가 준호한테 끌린 것이 어떤 명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은지도 자기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죠. 비슷한 처지인 준호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에 끌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은선: 방금 해 주신 질문과 감독님의 답변에 이어서 질문할게요. 준호와 은지의 감정선이 미묘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은 좀 이해가 되지 않거나, 혹은 감독님께 얘네 왜 이러는 거예요?’ 묻고 싶은 대목들이 하나씩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두 분은 어떠셨어요?

 

심희섭: 둘의 감정이 계속 미묘하고 둘 사이에 명확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짓말처럼 서로 가까워지는데 서로의 가정사를 털어놓은 이후에 준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붙어있다 보니까 정이 생겼겠죠. 그리고 예쁘잖아요.(웃음) 준호가 마음을 확 드러내지 못하는 건 애초부터 확실한 게 없던 인물이니까요.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둘이 가까워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지 궁금해 하시는데요, 명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 장면 이후로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정혜성: 저는 감독님한테 연기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은 촬영하는 당시에 다 여쭤봤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 집필까지 다 하셨기 때문에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은지 같은 캐릭터는 사실 이해를 하지 못하면 연기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이해를 하지 못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어서요. 최대한 감독님이랑 대화를 많이 하면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나 경험들을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이해하고 연기를 했어요. 저는 둘이 어느 부분에서 마음이 맞았고 갈등이 있었는지 은지 입장에서는 다 이해가 갔어요. 사실 처음 어플을 통해 만났을 때는 은지랑 준호의 목적이 아예 다르잖아요. 준호는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그런 거고(웃음) 은지 입장에서는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 건데, 우연히 준호가 잡지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된 것 같아요. 은지가 이게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을 수도 있고요. 또 본인들의 의지가 아니라 윗사람인 진수의 명령으로 인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잖아요.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모습들이 되게 매력적이고, 일을 하면서 내가 곤란할 때 도와주기도 하고 내 편이 되어주죠. 한 편으로는 계속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감정들도 있었을 것 같고요. 같이 보낸 시간이 쌓이고 준호도 끊임없이 도와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은지가 마음을 열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관객: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 <메이트>라는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글을 쓰셨는지, 아니면 다 쓰시고 나서 제목을 정하신 건지, 그리고 <메이트> 대신 다른 제목을 생각하신 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진수가 준호에게 정규직 전환을 제안했다가 나중에 취소하게 된 이유가 혹시 은지하고의 관계를 알게 되어서인지 궁금합니다.

 

정대건: <메이트>라는 제목은 시나리오를 쓸 때 가제였어요. <메이트>라는 제목 자체는 둘의 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나 어감에서는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검색하면 나오는 게 너무 많으니까 영화가 노출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제목도 고민을 했는데요, 그래도 <메이트>가 제일 적절하게 여겨져서 확정했어요. 시나리오 초고가 나오기 전에 프로젝트 가제는 스물아홉이었어요.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전신환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도 그 부분을 물어봤는데요, 둘 사이를 알아도 그것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취소하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실에 어떤 감정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비열한 캐릭터는 아닌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관객: 관람하면서 되게 흥미로웠던 게 배우 분들의 의상이었어요. 같은 신발이나 외투, 아니면 안에 입는 옷들이 계속 똑같아서 현실성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흥미로웠던 게 은지와 준호 옷이 매치가 되게 잘 되던데, 둘이 맞춰서 의상을 연출하신 건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정대건: 의상은 제가 잘 몰라서 거의 다 맡겼는데요, 제가 주문한 내용은 아까 미술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게 보일 필요는 없어도 풍족하게 연출하지는 않아야 된다는 거였어요. 실제로도 저희 여건상 의상 수가 많을 수 없었고요. 그렇지만 둘이 연애하는 영화다 보니까 너무 무채색으로 가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둘의 의상 코드를 비슷하게 할 의도는 없었고요. 그런데 둘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죠.

 


관객: 소라게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요.(웃음)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계속 가성비 얘기를 하잖아요. 배우 분들이 실제로 가성비를 따지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혜성: 저 같은 경우에는 생활용품의 가성비를 가장 많이 따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세제 같은 거요. 싸지만 잘 닦이는 그런 거요. 방향제도 싸지만 향이 오래가는 걸로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것 같고요소라게는 다시 수족관으로 돌아갔죠. 수족관 협찬을 받아서 소라게 촬영을 했습니다

 

심희섭: 저는 안주 같은 거요.(웃음)

 

전신환: 가성비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는데, 편의점에서 원 플러스 원이었던 물건이 투 플러스 원으로 바뀌면 짜증나더라고요.(웃음) 그럴 때는 가성비를 따지는 편입니다.

 

송유현: 제가 쓰는 게 많이 없어서요. 뭐가 있을까요? 저는 쓸데없이 없는 주제에 동생들 밥 많이 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돈을 빨리 많이 벌어야 할 텐데요.(웃음) 저는 그 대사 너무 좋은 것 같아요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지금 마음도 펑펑 못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관객: 극 중에서 은지가 이혼을 하기 싫어서라도 결혼을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는데, 진수를 만난 걸 보면 결혼을 할 생각인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준호 집에서 결혼할래?’라고 묻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결혼할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전신환 배우님은 매력이 있지만 편집장인 진수는 크게 매력이 없다고 느꼈는데,(웃음) 왜 애인이 있는 남자를 자꾸 만나려고 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정혜성: 감독님과 제 얘기를 모두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은지가 진심을 다해 만났던 건 준호였던 것 같고요, 준호가 명확하게 말을 한 번이라도 해줬더라면 다시 진수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 같아요. 은지가 준호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은지는 마음을 따라 행동을 하는 친구라 극에는 나오지는 않았어도 진수가 은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전화하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요? 준호와 불안정한 관계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은지가 진수를 편집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다시 만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진수도 은지와 연애를 하는 동안에 굉장히 잘 해줬을 거고 분명히 따뜻하고 다정했을 거고 매력적이었을 거예요. 영화에는 준호의 매력이 많이 나와서 보여지지 않았지만요.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거고 준호가 조금 등 떠밀기도 했을 테고요. 제가 은지를 연기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대건: 비슷해요. 진수는 악역이 아니라 그냥 사랑꾼으로 봤어요. 그래서 은지한테 분명히 잘 해줬을 것이고 은지도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정했죠.

 



이은선: 감독의 생각과 배우의 해석이 일치했다니 좋네요. 감독님부터 오늘 오신 관객 분들께 마지막 인사 한 말씀씩 드리고 자리 마무리하겠습니다.

 

정대건: 월요일 저녁에 날도 추운데 와 주셔서 감사하고요, <메이트> 개봉 2주차가 됐는데 이제 상영관이 적어졌어요.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고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추천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SNS에 올리시면 제가 다 찾아보니까 많이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송유현: 이렇게 개봉을 하고 오늘 관객들을 만나서 너무 좋고요, 독립영화는 입소문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여러분들 SNS로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상영관은 적지만 많은 관객수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신환: 어떤 분께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신 뒤 이번 개봉을 통해 6개월이 지나 다시 보셨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봤을 땐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다시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이 와 닿았다고 하셨어요. 한 번 더 봐주시고 두 번 더 봐주시고 주변에 입소문 많이 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혜성: 영화를 찍은 지 3년 만에 개봉을 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얼마 전 관객이 천 명이 넘었더라고요. 심희섭 배우가 우스갯소리로 장난으로 우리 천만 넘자라고 했는데, 천만 명이 아니라 천 명만 넘자는 말로요.(웃음) 천 넘어서 너무 감사하고요. 그랬더니 희섭 배우가 오늘은 우리 그럼 이천만 넘자고 하더라고요. 상영이 아직 남았으니까 이천 넘을 수 있게 주변에 추천해주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관객 분들이 얼마나 공감하시는 지 너무 궁금해요. 나이대가 다양하니까 어느 연령대가 많이 공감을 하셨는지 궁금했는데 영화가 잘 돼서 또 한 번 GV를 하게 된다면 그 때 관객 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월요일에 시간 내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독립영화를 향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심 많이 주셨으면 좋겠고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심희섭: 일단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오늘이 개봉 기념 관객과의 대화로는 마지막인데, 극장에서 더 이상 보기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오늘 오신 분들 정말 행운아세요.(웃음) 한 번 더 보시고 이야기 많이 해주시면 한 번 더 이런 자리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애 이야기다 보니까 개인적인 취향이 갈리겠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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