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트> 한줄 관람평
권정민 | 영화적 문법보다는 드라마적 연결로 풀어내는, 연애의 불협화음
김정은 |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었던 불안한 청춘들의 연애
승문보 | 사랑 때문에 방황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었다
주창민 | 책임회피의 굴레 끝에 사랑이 있을까, 공감하지 못한 이들에겐 끝없는 연애상담 같은 피로감만이.
도상희 | 그럼에도 사랑이라니
<메이트> 리뷰: 그럼에도 사랑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사랑타령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 같다. <메이트>는 팍팍한 시대의 달콤한 연애놀음이다. 은지(정혜성)의 한마디가 영화를 말해준다.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은지는 박봉의 잡지사 에디터다. 그런 은지와 사랑에 빠지는 준호(심희섭) 또한 다 식은 도시락을 먹다가 학자금 대출 상환 독촉 문자를 받는 처지다. 돈도, 시간도 많아 신경 쓸 것 없이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는 처지의 보통 남녀. <메이트>는 보통의 연애를 보여준다.
검색하면 쉽게 나오는 영화 소개에는 남자 주인공 준호가 사랑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자 주인공 은지가 자신을 사랑에 힘껏 던지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사랑을 너무나 믿는 사람, 더 뜨겁게 사랑하고야 마는 사람은 준호다. 준호가 쉽게 누구에게나 자신의 방에서 자고 가라고 말하고 마음을 덜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이 주는 구원을 맹신하는 사람인지, 그래서 헤어 나오지 못할지 알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전전하는 포토그래퍼 생활, 가족을 버리고 떠나 이제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작은 식당을 하는 엄마의 굽어가는 어깨. 생활이 무거운 준호는 짐짓 마음 주지 않는 척, 가볍게 만나는 척, 강한 척을 하고 있다. 자신이 키우는 소라게처럼 여린 속살을 감추어보는 것이다.
반면에 '마음이라도 실컷 써야지'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은지야말로 사랑을 믿지 못하는 캐릭터다. 그녀가 준호의 마음을 믿었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은지는 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됐을까? 준호와 첫 밤을 보내고 고백했듯이 아마도 자신을 할머니 집에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본다. 영화상에서 준호에 비해 은지가 살아온 배경이 덜 설명되고, 그래서 은지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사랑을 믿기에 뛰어들지 못하든, 믿지 못하기에 도망치려 하든, 두 사람은 꼭 한 쌍의 소라게처럼 닮아있다. 내 방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마음 한 칸 내어주는 사랑을 겁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오늘도 누군가 이 추운 땅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아보는 것은, 그럼에도 견디어나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은 되어 줄 수 없음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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