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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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 리뷰: 우리 모두 코알라가 될 때까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술을 발명한 놈은 천당에 갔을 거야
세상에 이것보다 더 훌륭한 게 어디 있어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한 잔 술은 위로 한 잔 술은 웃음
한 잔 술은 친구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구름처럼 술잔을 부딪힐수록
근심은 멀리멀리 왜 내일 일은 걱정해?
마실 술이 있는 한 오늘은 행복이야
마셔 마셔 코가 삐뚤어지도록
- 코가 삐뚤어지도록, 뮤지컬 카르멘 OST
스무 살이 되면, 그전까지 금기시되었던 것들이 봉인해제 된다. 그 중 으뜸은 술이리라. 전생에 술 못 먹어 죽은 사람들마냥 우리는 그렇게 술을 마시려 하고, 그렇게 술을 마신다. 날씨가 나빠도, 날씨가 좋아도, 시험을 망쳐도, 시험을 잘 봐도, 취업에 실패해도, 취업에 성공해도 우리는 술을 마신다. 우리에게 술을 마실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술 때문에 생기는 사건사고도 많고 우리에겐 더 이상 팔릴 쪽도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술을 마신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타면 되고 택시비가 아까우면 그 돈으로 첫차가 다닐 때까지 마시면 된다. 그렇게 우리의 의식주(衣食住)는 점점 의식주(衣食酒)가 된다.
연기학원에서 만난 종익(송유하 분)과 동빈(박영서 분)은 일일 아르바이트를 끝낸 후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하며 배우로서의 성공과 90평의 아파트, 그리고 밥집 운영을 꿈꿨다. 이 첫 술자리를 시작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종익과 동빈은 둘도 없는 절친이다. 계속해서 배우의 꿈을 꾸고 있는 종익은 오늘도 어김없이 떨어진 오디션 때문에 술을 마시고, 연기는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직한 동빈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신다. 그러던 어느 날, 늘 창업을 꿈꾸던 동빈은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첫 술자리에서 그들이 했던 치기 어린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종익에게 같이 수제버거 매장을 차리자며 손을 내민다.
그들의 제 2의 꿈인 ‘버거보이’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는 듯하다. 하지만 ‘오픈빨’이라 불리는 잠깐의 성황도 없이 그들의 버거보이는 문을 엶과 동시에 위기에 봉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익과 동빈은 이 문제를 꽤나 잘 해결해서 이번 꿈만큼은 진짜 이뤄질 듯 보인다. 나름 바빠진 버거보이가 알바생도 뽑게 되면서 우리(박진주 분)를 만나게 된다. 출근 첫날 회식에서 생에 처음으로 폭탄주-쏘맥을 마신 우리는, 코알라-꽐라가 된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안에도 문제는 계속 생기지만,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 함께 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간다. 그렇게 종익과 동빈의 버거보이가 아닌, 종익, 동빈, 우리의 버거보이가 된다.
<코알라>의 세 주인공은 술을 정말 많이 마신다. 코알라-꽐라가 될 때까지 자주 마신다. 기쁘면 기쁜 대로 마시고 슬프면 슬픈 대로 마신다. 그렇게 마시는 술은 기쁨은 두 배로 늘려주고 슬픔은 반으로 줄여준다. 무엇보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자양분이 된다. 술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공해준다든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따위의 ‘힐링’이 된다든지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술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묘한 용기를 준다. 술은 ‘현실’이라는 이름 하에 꾹꾹 눌러왔던 모든 것들을 쏟아내게 해준다. 꿈을 꾸게 해준다. 현실적이지 않아도 좋고, 말이 안 되도 좋은, 내 상상 속 그대로의 꿈을 꾸게 해준다. 그리고 그 꿈이 곧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자양분이 된다.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잎에는 알코올 성분이 있어서 코알라는 하루 20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 술에 취해 마음껏 ‘꿈을 꾸는’ 코알라는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정말로 포유류 중 가장 행복한 동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징하게 술을 마시는 이유는 어쩌면 코알라처럼 되기 위해서, 코알라처럼 꿈을 꾸며 행복해지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꿈을 꾸는데 꼭 술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다만, 술은 우리의 꿈을 한층 더 알록달록하게끔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끔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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