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없는 세상 <경계>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6년 7월 3일(일)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문정현 감독
진행: 김하늘 시네마달 배급팀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우리 사이의 ‘경계’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그것은 때론 눈에 띄는 형태로 있기도 하고 우리들 마음속에 숨어 있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경계>는 경계선 사이 애매하게 위치한 사람들을 통해서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편견과 차별들을 보여준다. 문정현 감독이 참석한 이번 인디토크 시간에서는 영화의 자세한 내막과 더불어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하늘 시네마달 배급팀(이하 진행):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문정현 감독(이하 문): 블라디미르 토도로비치 감독과 다니엘 루디 하리얀토 감독은 제가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에요.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셋이 계속 어울려 다니면서 놀다가 문득 경계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경계, 경계성 같은 것들에 대해 찍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옴니버스 영화를 찍어보자’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원래는 3편만 찍으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총 8편이 되었어요. 그렇게 2014년에 마무리가 된 다큐멘터리입니다.
진행: 제가 알기로는 각자 촬영한 부분을 다른 감독님이 대신 편집 해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편집하시는 가운데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을 것 같아요.
문: 싱가폴에서 10일정도 합숙을 하면서 편집을 했는데요, 서로 편집의 리듬이나 흐름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서로 다른 사람 작업 편집을 해주자고 결정을 했어요. 거의 10일간 밤낮없이 편집을 했던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제 것이 바뀌어있는 거예요. 몰래가서 제 꺼 다시 바꿔놓고 그랬어요.(웃음) 마지막에 세르비아 친구 집에서 와이프 분하고 아이들 앉혀놓고 모니터링 하면서 마무리를 했어요.
관객: 촬영 이후에 레자 아주머니네 가족들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12년 동안 레자 아주머니와 친분을 유지하시면서 기록을 남기셨는데, 그게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문: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기는 하지만, 가족사기 때문에 제가 말씀은 다 못 드려요. 레자 아주머니께선 지금 절도죄로 형을 18년 정도 받으셨는데, 보석 신청했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혹시 <매드맥스>(2015) 보셨어요? 매드맥스 여전사 있잖아요. 아주머니가 감방에서 여전사처럼 근육도 그렇고 짱이시래요. 거기서 운동 엄청 많이 하시고 계신다는 소문을 들었어요.(웃음)
진행: 가장 특이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제가 이어서 질문을 드려볼게요. 영화 제목이 ‘경계’잖아요. 이게 국경, 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또 영화를 보다보면 경계가 가지는 함축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문: 상대방을 타자화하는 경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게 저희 첫 목표였어요. 그것을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펼쳐보았고요. 경계라는 게 비단 국경선, 인종 차별, 종교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경계, 내가 만들어낸 경계, 주위에서 만들고 있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잖아요. 거시적인 큰 담론보다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진행: 나머지 두 감독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두 감독님께서는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소식도 알고 계실 텐데, 어떤 반응이시고 각자 나라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릴게요.
문: 둘 다 지금 다음 작업을 같이 하고 있어요. ‘기차’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데요, 세르비아 감독은 지금 유럽 쪽을 돌아다니면서 기차를 찍고 있고 인도네시아 감독은 포르투갈의 기찻길을 만든 노동자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찍고 있어요.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 친구 모두 많이 좋아하고 있죠. 인디스페이스에 감사드립니다. 메이저 급 영화도 아니고 그냥 저희끼리 마치 수필, 에세이를 쓰는 것 같이 제작한 영화거든요. 때로는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영화도 존재한다는 걸 봐주셨으면 하는 게 저희 세 감독의 공통된 의견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에서 세 감독님 중에 얼굴이 노출되는 게 감독님 밖에 없어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사람이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걸 추구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촬영하시게 된 계기나 동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문: 다큐멘터리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영화에요. 저는 누군가를 만나서 관계를 맺고 이분이 저를 신뢰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 시간들을 조금 단축시키기 위해서 제가 카메라 앞에 많이 등장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제 영화가 많이 쑥스럽고 어색합니다.
진행: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많이 기대되는데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문: 관객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어쩌면 영화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런 시도가 관객 개개인에게 어떠한 에너지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인디토크였지만, 문정현 감독에게서 인간을 향한 남다른 사랑과 시선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것이 <경계>를 더 특별한 다큐멘터리로 만든 게 아니었을까. 경계가 없는 세상, 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바란다는 감독의 말이 마음에 가장 와 닿는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우리는 상대방을 타자화하는 행동을 조금씩 지워가야 할 것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누군가에겐 하루하루를 위협하는 칼날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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