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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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리뷰: 꽉 찬 화면, 텅 빈 목소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어른이 된 ‘경민’(오정세 분)은 중학교 동창인 ‘종석’(양익준 분)을 만난다. 둘은 술잔을 마주하며 참혹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이들이 기억하는 중학 시절은 어떤 모습이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는가. 관객은 이들의 중학 시절에서 계급과 권력구조의 피라미드를 본다. 영화 속에서 부모의 지위가 아이의 계급을 결정하고 학생들은 명확한 위계 속에서 서로를 확인한다. 단지 영화 속 인물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는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모습은 한국 사회의 변하지 않은 풍경이자 대물림되는 악습이다. <돼지의 왕>은 그로테스크한 작화로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파헤친다.
동시에 <돼지의 왕>은 재현의 윤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단면에 사로잡힌 채 이미지를 재현할 때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에서 많은 이미지는 계급에 사로잡힌 채 재현됐다. 영화 속 학교에서의 질서는 일진 무리를 중심으로 명확히 위계 지어진다. 비단 일진 무리뿐 아니라 주인공 그룹(철이, 종석, 경민)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화에서 계급 담론 자체를 논하는 건 한계가 있다. 계급 안에서 계급을 말한다면 결국 그 담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 것이다. 더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돼지의 왕>은 계급에 사로잡혀 이미지를 재현하면서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가. 계급에 의해 부당하게 사라진 사람과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가.
높은 계급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은 부유하고 공부 잘하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반대로 낮은 계급에서 폭력을 당하는 학생은 가난하며 무엇 하나 잘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경민은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종석은 ‘호모’ 이미지로 그려지면서 가해 학생에게 놀림 받고 폭행당하는 정당한 이유로 탈바꿈된다. 이렇듯 가해 ‧ 피해자의 이미지는 고정적이며 단선적으로 재현된다. 이로써 영화에서 개인의 복잡한 감정과 서사는 사라진다. 특히 주인공 그룹이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은 모든 서사를 생략한 채 폭력의 잔인함만 부각한다. 왜 고양이를 찌르지 못하고 돌아선 경민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 고양이를 잔인하게 찔러야 했는가. 주인공의 감정과 서사를 영화 어디에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들의 삶에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진행하기보다는 단지 악하게 변해가는 모습만 강조한다. 결국, 이 사회에서 개인이 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너무 쉽게 도출해낸다.
꼭 이렇게 그려야 했나. 누군가는 현실을 잘 보여주기 위해 폭력을 사실적으로 재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앞서 얘기한 고정되고 편협한 이미지와 사실적 재현은 다른 맥락에서 봐야 한다. 경민과 종석을 그러한 방식으로 그리지 않더라도 사실적인 재현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인물의 서사와 감정이 생략된 채 기계처럼 움직이는 캐릭터라면 그 자체로 사실적이지 않다. 단지 폭력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력 이미지(혹은 폭력 이후)에서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돼지의 왕>은 폭력 이미지(폭력 이미지 이후)에서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 화면을 채우는 폭력의 이미지와 사운드는 관객에게 상상하고 사고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떠한 물음 없이 적나라하게 재현된 폭력 이미지는 관객을 폭력에 무력하고 둔감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종석이 사회에 외치는 목소리는 공허하다. 이제 무엇을 우선으로 놓고 재현할 것인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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