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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소소대담] 2016.06 더 깊게, 더 다채롭게

by indiespace_은 2016. 7. 11.

 [2016.06 소소대담] 더 깊게, 더 다채롭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어느덧 인디즈 6기의 활동도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인디즈의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4개월가량의 활동을 통해 우리 모두 영화를 더 깊게,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인디즈를 독립영화의 세계로 이끈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한층 더 농익은 인디즈의 영화 이야기와 인디즈의 첫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일시: 2016년 6월 23일(목) 오후 7시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
참석자: 김은혜, 박정하, 김민형, 위정연, 김수영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박정하: 엄청 오래 전에 개봉한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왤까요.(웃음) <사돈의 팔촌>이랑 <눈이라도 내렸으면> 어떠셨어요?

김은혜: <사돈의 팔촌>은 파격적인 소재를 풋풋하게 풀어내서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반대로 <눈이라도 내렸으면>은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어요.

김수영: <사돈의 팔촌>은 처음엔 별로였는데, 두 번 보니 괜찮았어요. 소재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영화가 주는 여름 같은 청량함이 좋았어요.

위정연: 촬영이 좀 답답했어요. 감독님이 콘티를 안 짜고 즉흥적으로 찍으셨다고 하는데, 그게 저한텐 좀 루즈했던 것 같아요. <눈이라도 내렸으면>은 보고 울었어요. 놀이터에서 춤추는 장면이 너무 슬펐어요. 전반적으로 튀는 부분도 많고 별로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던 것 같아요.

박정하: 저도 그 장면이 좋았어요. 여자주인공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여자주인공의 춤이 우리가 짜증날 때 소리지르면서 몸을 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달에 부는 바람>은 어떠셨어요?

김수영: 어머니가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데, 그 나름의 소통방식이 있다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김민형: 이 영화가 위험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지는 자기가 찍히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찍히고 있잖아요.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공 스스로가 어떠한 얘기를 하지 못하는데, 그걸 어머니의 시점, 아버지, 선생님 혹은 감독의 시점으로 계속 바라보기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시선 자체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장애인을 소재로 채택했을 때의 감독의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박정하: 올해도 ‘시선 시리즈’로 <시선 사이>가 개봉했죠.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가 유쾌하고 제일 좋았어요. 근데 평론가 분들은 <소주와 아이스크림>을 제일 호평하시더라고요.

위정연: 저도 <소주와 아이스크림>이 제일 좋았어요. 소주병에 귀를 대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굉장히 세심하다고 느꼈어요. 

김은혜: <과대망상자(들)>은 ‘인권’에 중압감을 느끼고 만든 작품 같아요. 시선 시리즈가 사회에서 소수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보자는 취지인데, 이 영화는 오히려 과대망상에 있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박정하: 오히려 사람들이 과대망상에 빠지게 된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티는 안 낼지라도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이걸 그 사람이 예민한 것으로 치부하고 끝낼 문제인가 고민되더라고요. 지금까지 다룬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지 않네요. 근데 이 작품은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요, <소녀와 여자> 어떻게 보셨나요?

김수영: 할례에 대해서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영화로 접하니까 너무 슬펐어요.

위정연: 예전에 할례에 대한 영화를 봤었는데, 거기서는 할례를 하는 장면이 완전 다 노출됐었어요. 그래서 <소녀와 여자>에도 또 이런 장면들이 나올까 많이 무서웠어요. 근데 그런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잘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김민형: 인디토크에서 감독님이 그런 장면 없이도 공감할 수 있고 잘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감독님의 그런 윤리적인 태도가 굉장히 와 닿았어요. 폭력재현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 영화가 그 부분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하: <초인>이랑도 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자주인공 친구가 자살하기 전에 아버지한테 학대 받는 장면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잖아요. 감독님이 구체적인 폭력을 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그렇게 찍었다 하시더라고요. 성별 문제로 나누고 싶지 않은데, ‘왜 폭력을 재현하는 것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재현하는 감독들은 대부분 여성일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은혜: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뿌리 박힌 전통이 얼마나 무서운가 새삼 느끼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참 막막했던 것 같아요. 한 가족이 자신의 딸은 할례를 시키지 않겠다고 했는데, 도리어 마을 사람들이 억지로 시키려고 하고 그 상황에서 신체 손상도 입고 하는 부분도 무서웠어요.

김민형: 저도 그 장면에서 ‘아 저 사회에서는 함부로 반대도 못하는구나’ 싶었어요.

위정연: 중간에 어느 분이 "우리 마을은 비밀이 없어요"라고 말한 부분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비밀이 없다면 정말 오도가도 못하고 탈출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정말 무섭더라고요.

박정하: 이 문제를 다룬 <데저트 플라워>(2009)라는 영화가 있는데, 추천 드려요. 감독님도 이 영화 보고서 이 문제에 관심 가지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벌써 마지막 화제의 개봉작이네요. <우리들> 어떻게 보셨어요?

김수영: 너무 좋아요!

김은혜: 전 올해 상반기 베스트 영화예요.

박정하: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은 점이 제일 좋아요.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여태까지 아이들 캐릭터도 굉장히 부차적이고 평면적으로 그려왔다는 걸 느꼈어요.

김수영: 다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잘 살린 점이 놀라웠어요. 문방구에서 주인 아저씨가 만지지 말라고 말할 때 아저씨 얼굴이 안 나오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 있는 아저씨의 얼굴이 대입되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남동생이랑 주인공들 나이가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 같이 보려고요.(웃음) 

위정연: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줄 알았어요.(웃음) 대사들이 다 그때 제가 했던 말이어서 신기했어요.

김은혜: 감독님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줄 아시는 분 같아요. 유치원 선생님도 그렇겐 못하실 거예요.

김수영: 우리가 아이들의 관계를 무시해왔구나 싶기도 했어요. 선이 아버지도 그러잖아요, 그땐 다 싸우고 놀고 그런 거라고. 근데 사실 애들에게는 그게 엄청 큰 사건이잖아요. 관계를 맺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극복해내고 하는 것은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다 어렵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박정하: 제가 하나 발견한 게 있는데, 영화에서는 선이가 지아에게 봉숭아 물을 들여주잖아요. 근데 포스터에선 지아가 선이에게 봉숭아 물을 들여주고 있어요.

위정연: 색감이 예쁘다고만 생각하고 그건 못 봤네요.

박정하: 드디어 제가 여러분들에게 미리 드렸던 질문을 드릴 시간이 왔군요.(웃음) 여러분의 첫 한국독립영화는 어떤 것이었나요?

김은혜: 우연히 서울독립영화제 초대권이 생겨서 그때 독립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 작품이 <코알라>(2013)였어요. 그전까지 독립영화는 ‘좀 세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시선이나 영화 자체가 따뜻하고 밝고 코믹한 부분이 많았어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제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이 작품이 위로가 많이 됐어요. 개봉하고서도 5번이나 봤어요.

위정연: 너무 궁금해요. 은혜씨를 이렇게 영화광으로 이끈 작품이라니.(웃음)

김수영: 고등학생 때 공부하기 싫어서 딴짓하다가 우연히 네이버 독립영화상영관에서 <노량진 토토로>(2005)를 봤어요. 그 동안 봐왔던 상업영화랑은 달리 별다른 대사도 없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다 보고 나서 출연한 배우를 찾아보고 그 분이 출연한 다른 작품도 보고 그렇게 물고 물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위정연: 최근에야 한국독립영화를 알게 된 경우라 첫 영화가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예요. 그전에는 외국의 다양성영화를 위주로 봤었어요. 많은 평론가 분들이 이 작품에 호평을 해서 보게 됐어요. 대사 위주에 촬영기술도 특별하지 않은데 너무 좋았어요.

김민형: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방학 즈음되면 학교에서 영화 많이 보잖아요. 그때 선생님께서 <식코>(2007)를 틀어주셨어요. 방송 말고 영화에도 다큐멘터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다큐멘터리인데도 너무 유머러스 했고요. 그때 ‘아, 다큐멘터리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한국엔 이런 다큐멘터리가 없을까?’해서 찾아본 게 <경계도시>(2002)였어요. 그렇게 꼬리를 물고 독립영화를 보게 됐네요. 그래서인지 전 지금도 다큐멘터리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에요.

위정연: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요인 중에 극장이 정말 큰 요소인 것 같아요. 영화관이나 관객들 분위기도 그렇고, 영화를 소중하게 다룬다는 게 느껴져요. 이런 극장들 덕분에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됐던 것 같아요.

박정하: 티켓을 뒤져보니까 <사이에서>(2006)가 제가 본 첫 독립영화였는데, 티켓을 뒤지기 전에 떠올랐던 건 <포도나무를 베어라>(2006)였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하느님 사이에서 고뇌하는 성직자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를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는데, 답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영화는 뭐라고 할까’라는 생각으로 보러 갔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독립영화를 보는 주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기 위해서예요.



각자의 첫 독립영화를 소개하며 영화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확실히 생각은 혼자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함께 사유할 때에 훨씬 더 깊어진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우리는 얼만큼 더 깊어지고 더 다채로워질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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