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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그 저 귓것> 리뷰: 우리는 느리게 걷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2012)과 <눈꺼풀>(2015) 등을 연출한 오멸 감독의 데뷔작이다. 많이 알려졌듯 오멸 감독은 남다른 제주 사랑으로 유명하다. 그의 제주 사랑은 바로 오늘 소개할 데뷔작 <어이그 저 귓것>(2009)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 영화 속 제주 출신 배우들의 구수한 방언과 드넓은 시골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토속적인 향기를 물씬 풍긴다. 제목에 등장하는 낯선 단어 ‘귓것’은 제주말로 ‘바보 같은 자식’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만으로도 벌써 감이 오지 않는가. 영화는 제주도에서 바람 잘 날 없는 네 명의 귓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용필은 서울에서 성공한 가수가 되지 못한 채 제주도 유수암리로 귀향한다. 울적한 날들만 이어지는 가운데 눈치도 없는 뽕똘과 댄서 킴은 용필에게 음악을 가르쳐달라고 매달린다. 두 사람은 예술한다고 집에서 쫓겨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로 밀어붙인다. 그 열정이 실력을 너무 앞서간다는 게 문제긴 하다만. 한편, 마을엔 단 하나뿐인 점빵(구멍가게)이 있다. 이 점빵에 이리저리 제집처럼 드나드는 하르방은 점빵 할망에게 매번 혼나기 일쑤다. 서로를 ‘귓것’이라 놀리기 바쁜 용필, 뽕똘, 댄서 킴, 하르방. 아무 계획도, 아무 능력도 없는 이들이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기타를 칠 수 있기에 오늘도 즐거이 하루를 보낸다.
음악을 대하는 뽕똘과 댄서 킴의 모습은 참 무모하게 보인다. 집안에서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아가면서도 어떻게든 음악을 해보려 애쓰는 게 안쓰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들의 그 무모한 배짱이 영화 말미에 문득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실용성,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나는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들을 계산적으로 따져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하는 데 지치지 않는 열정과 자기 확신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충분한 게 아닐까. 이 영화는 음악영화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제주도의 노동요와 민요 그리고 포크 음악까지 다채롭게 보고 즐길 수 있다. 제주도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은 노래들은 실제 그들 삶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울 때나 시집살이로 마음고생 했을 때 그들은 노래로 한을 풀어냈다. 이 음악들은 쉽게 소비되고 변하는 요즘 음악과는 다르게 어떤 먹먹한 감동을 진하게 안겨다준다.
바라만 봐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에겐 <어이그 저 귓것>이 그렇다. 현실감각이 영 꽝인 귓것 4인방만 봐도 실실 웃음이 난다. 어떤 커다란 사건도, 대단한 클라이맥스도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전하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법. 머리 아픈 일들이 넘쳐나는 시점에 이 영화 한 편 어떤가. 당신에게 휴식과 같은 영화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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