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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미스터 쿠퍼> : 경청(傾聽) - 너와 나의 연결고리

by indiespace_은 2016. 7. 6.



 <미스터 쿠퍼줄 관람평

김은혜 | 불안한 마음을 끝내 지우지 못한 채

박정하 | 둘 사이에 없던 것은 콘돔이 아니라 소통

김민형 | 잔잔한 호수에 물수제비 하기

위정연 |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김수영 | 내가 불안한 것은 비단 쿠퍼 때문은 아니야





 <미스터 쿠퍼리뷰: 경청(傾聽) - 너와 나의 연결고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에게 생리가 늦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관계를 단 한 번이라도 가졌다면,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성은 거의 없다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생리가 늦어질 때부터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 감정들은 성관계의 여운이 끝남과 동시에 찾아온다. 성관계가 남성에게 오르가슴과 현자타임을 제공한다면, 여성에겐 오르가슴과(?) 불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피임의 유무와 상관없다. 이것이 영화 속 인애(이유영 분)혹은 일부 소수의 예민한 여성의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면 제발 이 글을 귀 기울여 들어주길 바란다.



이 불청객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임신 확률을 모르는 무지? ‘그 확률이 높으면 어쩌나’하는 걱정?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유능한 전문가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그 확률을 계산해준다 해도, 그리고 그렇게 나온 확률이 0%에 가깝다 해도, 여성의 불안함과 초조함은 생리가 시작할 때까지 계속된다. 생리의 시작 외엔 해갈될 리 만무한 불안함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는 인애와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을 걱정하고 있는 인애가 답답한 민구(장원형 분)를 보고 있자니, 둘 사이에 있어야 할 어떤 것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소통이다.



인애는 불안해죽겠는데 민구는 여전히 밤마다 인애의 몸을 더듬고, 어차피 임신이라면 성관계를 맺어도 되지 않겠냐고 한다. 민구는 쿠퍼액 속 정자만으로도 임신이 된다면 그 정자는 ‘슈퍼정자’가 아니냐며 배꼽을 잡고 웃지만, 인애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혹시 모를 그 놈의 ‘슈퍼정자’이다. 인애는 쿠퍼액으로 임신이 될 수 있는 0.1~1%의 확률에 불안해하지만, 민구는 쿠퍼액으로 임신이 되지 않을 99~99.9%의 확률만 들이밀며 그녀의 불안을 그녀의 예민함 혹은 산부인과의 상술에 넘어가는 우둔함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민구에게 인애가 바라는 것은 불안해죽을 것 같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도, 자기 대신 월세를 내주는 것도, 담배를 끊는 것도 아니다. 내가 불안한 ‘이유’를 듣고, 불안할 만한 상황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나, 이 불안의 해결 따위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나의 ‘불안’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경청해주길, 그로 인해 서로가 소통되길 바라는 것이다.



소통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쌍방적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디 하나 쌍방적인 구석이 없다. 인애는 이번 달에도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또 까먹었지만, 민구는 나이키 운동화를 사고, 인애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민구는 그 편의점에서 담배를 산다. 그러니까 이것은 생리가 늦어지고 있는 기간에 국한된 남녀커플의 문제도 아니고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만남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문제인 것이다. 잘 말하는 법만큼이나 잘 듣는 법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잘 듣는다는 것은 어쩌면 듣는 것 만으로도 너’와’ 내가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경청은 곧 소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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