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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눈이라도 내렸으면> : 에라이, 그냥 춤이나 춰뻐리자!

by indiespace_은 2016. 5. 31.



 <눈이라도 내렸으면줄 관람평

김은혜 | 우리의 일상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꿈과 희망

박정하 | 그 겨울날 밤 가로등 그 불빛아래 잊을 수도 없는 춤을 춰

김민형 | 차가운 눈에서 따뜻함을 바라본다

위정연 | 우리는 모두 꿈을 꾸는 존재들

김수영 | '눈'이 있기에 삶의 무게는 오늘도 녹는다



 <눈이라도 내렸으면리뷰: 에라이, 그냥 춤이나 춰뻐리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벌써 낮이면 30도가 넘고, 폭염주의보도 내려진다. 이런 한여름에 ‘눈’이 웬 말이냐며 구시렁거리며 좌석에 앉았고, 99분 동안 예상치 못했던 흐뭇한 미소를 짓다 웃다를 반복하다 왔다. 영화는 11월 중순, 초겨울의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오지게 온다. 맑은 날은 하루도 없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단 한 번도 어둡지 않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선우’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3이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자주 무언가를 깨부수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들어간 회사는 어쩐지 차갑기만 하고, 자칫 친절해 보이는 상사는 자기 맘대로 회식을 잡고, 술자리에선 어쭙잖은 성추행을 한다. 그녀의 말마따나 세상일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건 차치하고서도 어째 마음에 드는 것도 하나 없다. 그런 그녀의 앞에 ‘성국’이 나타나게 된다. 지하철 플랫폼 신문가판대에서 일하는 성국은 이렇다 할 일없이 반복적인 일상을 살지만, 귀갓길에 마시는 소주, 길에서 만난 고양이, 그리고 춤만으로도 그는 행복해 보인다. 넉넉한 형편이 아닐진대 길고양이를 위해 참치 캔을 사고, 술에 취해 라이터 있냐고 물어본 소녀에게 라이터를 사주고, 따뜻한 국밥도 한 그릇 사준다. 



벌써부터 세상이 힘들고 벅차기만 한 19살 소녀가 성국에게 “아저씨는 19살 때보다 나아진 거 있어요?”하고 묻자, 성국은 아무런 대답 없이 일어나 춤을 추며 ‘너도 빨리 춰’라는 듯이 그녀를 툭툭 건드린다. 마치 그녀가 등굣길에 아무도 몰래 잠시 스텝을 밟았다는 걸 다 안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시큰둥하게 일어난 그녀가, 시간이 흐를수록 성국보다도 더 격렬하게 춤을 춘다. 이미 몸을 흔들고 있지만, 더욱더 격렬하게 흔들고 움직이고 싶다는 듯 보이는 그녀의 춤은 때때로 그녀를 괴롭히던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몸부림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의 둘의 자유로운 몸짓은 애잔하거나 슬프지 않다. 도리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관객들의 ‘심쿵사’가 심히 걱정될 정도이다. 성국은 시시때때로 춤을 추지만, 그가 춤을 추지 않을 때에도 그의 걸음걸이나 작은 손짓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모든 움직임이 꼭 춤을 추는 듯하다. 그가 일부러 춤을 추듯이 행동하는 것인지 그의 행동이 춤을 추는 듯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춤처럼 유려하고 때론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런 그가 선천적 신체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그간 우리가 장애인에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편견을 새삼 확인시켜줄 수도 있다. 우린 얼마나 쉽게,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무감각하게 그들의 몸짓을 일그러지고, 못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가.



너무 힘이 들 때면, 이 세상과 이 고난과 시련이 말도 안 되게 버겁고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세상은, 세상만사 모든 일은 무거운데 가볍고, 가벼운데 무겁고, 무거웠다 가벼웠다, 가벼웠다 무거웠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실을 몰라서 힘든가? 정말 힘들 때면 이런 ‘뻔한’ 이야기가 위로가 되기는커녕 도리어 짜증만 더 불러일으킨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를 때, 그럴 땐 그냥 다 잊어버리자는 듯이, 다 벗어나버리자는 듯이 김양과 성국처럼 격렬하게 춤 한 번 춰보는 것은 어떨까. 용기고 창피고 나발이고 아무생각 없이 우리 그냥, 춤이나 춰뻐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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