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노라노> : 여성들이여 자유하라,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던 때처럼

by indiespace_은 2016. 3. 15.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노라노>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XrIpgb




<노라노> : 여성들이여 자유하라,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던 때처럼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를 생각해보면, 故 앙드레 김과 이상봉 정도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여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이상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여성 디자이너 노라노이다. 디자이너 중에서 ‘여성’으로 가장 유명한, 그런 것이 아니다. 노라노는 남녀 디자이너 통틀어,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미국 백화점 1층 쇼윈도 전체에 자신의 옷을 진열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진행하고, 기성복 생산의 지평을 연 장본인이다.



영화를 찍은 2012년, 노라노 디자이너의 나이는 만 84세였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속 그녀는 3,40대라고 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패션을 소화해내고, 속눈썹까지 붙여가며 20대인 나보다도 더 예쁘게 화장을 하며 본인을 치장한다. 누군가는 늙은이의 주책이라 할 수 있겠다만, 화면 속 그녀의 모습에서는 노인이 아닌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한 ‘여성’이 보인다. 영화 <노라노>는 이런 그녀의 일대기를 다루며, 단순히 ‘우리가 몰랐던 위대한 디자이너의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옷으로 인한 6,70년대 여성들의, 여성들에 대한, 여성들에 의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함께 그린다.



조신한 현모양처가 최고의 여성상으로 손꼽히던 그 시대, 남자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고, 가수 윤복희씨의 미니스커트와 펄시스터즈의 판탈롱을 스타일링 했던 그녀. 그녀의 패션은 꼭 그녀만큼 대담하고 당당했다. 그 당시 국가에서 장려했던 기성복은 활동하기 편한 옷이었지만, 노라노의 기성복은 국가에서 홍보하는 것과 같이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자유로이 일할 수 있는 옷이었다. 물리적인 편안함을 주는 데에 그치기보다 내면에 숨어있던 여성으로서의 자신감과 욕망까지 불러 일으키는 그런 옷이었던 것이다. 실제 2,30대에 그녀의 패션을 향유했던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 당시 여성들이 노라노의 패션으로 인해 얼마나 행복하게 당당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신문물을 받아들이던 그 과도기 시기, 그녀 덕이 아니더라도 미니스커트는 대중화됐을 것이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은 활발해졌을 것이다. 노라노의 패션에 있어서 타이밍이 좋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 그녀가 있었고, 그런 그녀로 인해 그 변화가 더 강력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옷을 통해 여성의 몸의 움직임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자존심을 갖게끔 노력했다.”는 그녀의 말은 소름 끼치게 멋있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인 미니스커트와 몸매가 드러나는 딱 붙는 옷들을 입는 지금의 우리는 여성으로서 과연 얼마나 당당한가. 미니스커트를 처음 디자인했던 메리 퀀트는 “미니스커트는 거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점은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지금, 우리는 <노라노> 포스터 속 문구와 같이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던 때처럼 자유’해야 할 지도 모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