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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들이 궁금하다면 주목, 연기학도들은 더욱 주목! <프랑스 영화처럼>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2. 2.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들이 궁금하다면 주목, 연기학도들은 더욱 주목! 

 <프랑스 영화처럼>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월 30일(토) 오후 5 10분 상영 후

참석: 신연식 감독 | 배우 정준원, 신민철

진행: 허남웅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매번 색다른 신인 배우들을 발굴해오던 신연식 감독이 이번에는 새 옴니버스 영화인 <프랑스 영화처럼>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돌아왔다. ‘시간’이라는 주제로 연결되어있는 네 편의 단편 속에는 색다르거나 혹은 낯선 배우들의 모습이 곳곳에 숨어있었고, 그들 각자의 숨겨진 재능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며칠 전 단편 작업을 끝낸 후 파리에서 돌아온 신연식 감독과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에서 매력을 뿜어내던 꽃미남 배우 정준원, 신민철 배우가 함께 자리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허남웅 평론가: 인터뷰를 보니 <맥주 파는 아가씨>와 <프랑스 영화처럼>의 시나리오를 고등학생 때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쓰게 되신 건가요?


신연식 감독: 제가 고등학교 때 정말 술을 정말 많이 마셨어요. 영화를 하려고 마음 먹기 전부터 글을 쓰고 있었고, 그 당시 러시아 작가들이나 19세기 극작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때라 많이 반영이 된 것 같아요.


허남웅 평론가: 배우님들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해서 어떻게 준비를 하셨나요?


정준원 배우: 저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고등학생 때 처음 쓰셨다는 것은 상영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감독님이 제가 갖고 있는 어느 부분을 보고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고 하셔서 최대한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신민철 배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에는 그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캐릭터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읽다 보니까 수민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안돼 보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연애에 있어서 이 정도로 누군가를 엄청 쫓아다녔던 기억이 첫사랑 때밖에 없거든요.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갔어요. 그 사람이 한번은 이루마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해서 이루마 팬 사인회에 찾아가서 혼자 사인도 받아오고 했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봤고. 호구짓이었던 건가?(웃음)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뭔가를 일부러 가미하려고 했던 것은 없고요. 감독님께서 준원 배우랑 마찬가지로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하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남웅 평론가: 감독님 영화를 보면 굉장히 새로운 얼굴들이 많은데, 이런 배우들의 어떠한 이미지가 역할들과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서 캐스팅을 하게 되셨나요?


신연식 감독: 시나리오의 이미지가 완벽히 맞아서 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두 사람에게 맞춰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두 사람 다 제가 생각하기엔 가능성이 많이 있는 배우들이고, 작품에 대해서도 간절하게 참여하고 싶어했어요. 저는 그 두 가지 기준밖에 없거든요.



허남웅 평론가: 정준원 배우 같은 경우는 신연식 감독님과 이전에 함께 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연기를 할 때 더 편했는지, 아니면 늘어난 비중 때문에 부담스러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준원 배우: 편해진 것은 딱히 없는 것 같고,(웃음) <조류인간>(2014) 때는 감독님이랑 대화를 많이 못 나누기도 했고, 처음이기도 해서 폐를 끼치게 될 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허남웅 평론가: 신민철 배우는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직접 맡으셨어요. 배우들 얘기를 들어보면 내레이션이 힘들다고들 하시는데, 어떠셨나요?


신민철 배우: 저는 연기할 때 대사보다 내레이션이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일단 보고 할 수 있었으니까.(웃음) 그래도 시나리오를 계속 읽어보면서 어떤 느낌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는데, 이게 다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시간 남으니까 내레이션 따자고 해서 방에 들어가 작업한 것이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했던 느낌으로 읽으려 하다가 감독님께서 최대한 멋있는 목소리로 읽어달라고 하셔서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방송용 목소리로 읽었는데 괜찮았는지 모르겠네요. 


허남웅 평론가: 감독님께서 아까 <프랑스 영화처럼>과 <맥주 파는 아가씨>의 대본을 연기레슨 할 때 많이 쓰신다고 하셨는데, 그 대본이 연기를 하는데 특별한 장점이 있나요?


신연식 감독: 굉장히 좋아요. 제가 그런 목적으로 쓴 시나리오는 아니었는데, 연기 레슨 대본으로 썼던 이유는요, <맥주 파는 아가씨>의 경우에는 정극 연기, 사실 무대 연기에 가까운데, 다솜 씨는 TV 연기만 했었죠. 근데 이거는 TV 연기랑 다르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준원 씨랑 같이 했던 이유가 정극 스타일의 연기를 했을 때 다솜 씨가 당황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다 술에 취해있고 여배우만 멀쩡히 현재의 시간에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연기를 하면 정극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프랑스 영화처럼>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연기에요. 극중의 기홍이라는 여자는 이상한 애가 아니고, 철저하게 수민이라는 사람이 자기 생각과 자기 논리를 갖고 자기 기억을 재해석하는 이미지들이거든요. 그래서 장면마다 기홍이를 보면서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거는 의도된 거죠. 사실 정말 멀쩡한 여자일 수 있어요. 근데 그걸 다솜 씨가 디테일 하게 해줬고, 신민철 씨 같은 경우에는 다솜 씨가 던져주는 것을 다 받아줘야 했죠. 연기라는 것은 솔로가 없어요. 무조건 앙상블이에요. 상대배우랑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프랑스 영화처럼>은 철저하게 서비스를 주는 역할과 받는 역할이 나뉘어져 있어서 배우들에게 매 씬 마다 연기하는 것을 이해시키기에 너무 좋은 대본이에요. 특히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나는 씬 같은 경우에는 딱 투샷으로 동선이 많지 않죠. 근데 사실 그게 동선이 없는 게 아니고 굉장히 디테일한 동선이 있는 건데, 그 씬의 역할을 이해하고 나면 나머지에 대한 이해력이 빨라지거든요. 둘이 대사를 나누는 안에서도 드라마가 어떻게 구성이 되고, 어떤 서비스를 줄 때 내가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 서비스를 받아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 때문에 저는 이 두 대본들이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대본이라서 늘 그 두 가지 대본으로 수업을 했어요. 일부러 수업을 했던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은 거에요.


허남웅 평론가: 감독님은 시나리오 쓰실 때 디테일하게 쓰시는 것 같은데, <리메이닝 타임> 같은 경우는 스티븐 연의 대사가 재미있는 게 많았어요. 그게 실제로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쓰신 것인지, 현장에서 나온 애드립인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애드립은 아니었어요. 제가 영어를 못하니까(웃음) 한글로 써놓고 괄호하고 영어로 하라고 써놓고 했었어요. 저는 처음에 스티븐 연이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는지 잘 몰랐어요. 오기 전에 화상통화만 했는데 처음 리딩을 할 때 제가 ‘아끼다 똥된다’ 같은 대사들은 반드시 한국어로 해야 한다고 하고 서로 천천히 맞춰갔죠. 스티븐 연이 먼저 제안한 것도 있고요. 교포들이 그런 게 있어요. 못 알아들었는데 대충 넘어가는 거.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같이 리딩 하면서 같이 정했죠. 촬영에 들어갔을 때 저는 애드립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들은 애드립이 있다고 생각을 할거에요. 왜냐하면 영어로 대사할 때는 애드립을 해도 문제는 제가 애드립을 했는지 몰라요. 제가 못 알아들으니까(웃음) 재미있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허남웅 평론가: 신민철 배우는 모델에서 배우로 넘어오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그리고 모델 활동과 배우 활동 사이에 어떤 차이를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신민철 배우: 모델과 배우는 대사의 유무, 그리고 연기의 경우 살아있는 영상으로 남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모델도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거였고, 연기도 처음에는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던 게 아니었어요. 주변 선배님들이 연기 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되었고 간절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아직은 ‘연기가 너무 좋아서 평생 연기만 하고 살고 싶다’는 말은 함부로 못 드리겠지만, 지금보다 좀더 많은 역할을 해보고, 한계를 넘어보기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허남웅 평론가: 정준원 배우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정준원 배우: 고등학생 때 친구들 따라서 연극반 동아리를 했어요. 고3때 제 깜냥에 비해 좋은 곳에서 공연을 한번 하게 된 이후에 형용하기 힘든 무언가를 느끼게 되어서 그때부터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프랑스 영화처럼>에서 여자 배우들은 옷과 스타일이 자주 바뀌는데, 신민철 배우는 한가지 스타일로 계속 진행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수민이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뛰어갈 애라는 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모순들이 자기만의 논리에 의해서 상대방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프랑스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서로 전혀 다른 관념으로 받아들이면서 같이 공유한 줄 알고 헤어지거든요. 근데 나중에 가서는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거에요. 남녀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남자 입장에서는 저 여자가 내 논리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생각하고, 여자 입장에서는 내 논리대로 저 남자가 행동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프랑스 영화를 바라보는 관념 차이가 근본적인 원인인 거에요. 근데 그걸 모르고 동생한테 다 얘기해놓고 또 기홍이가 부르면 쫓아가고, 그러니까 자신의 부조리, 그 시간 안에서 못 벗어나는 거죠. 흑백의 시간은 수민이가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을 나타낸 거에요. 그리고 이 네 편이 사실 모두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해진 시간, 술 취한 시간, 남아있는 시간, 그리고 반복되는 시간이죠.


관객: 지난 GV에서 감독님께서 이번 영화에 다솜 배우가 두 편에 출연한 것처럼 다음에 또 옴니버스 영화를 찍게 되면 여러 섹션에 동일한 여배우를 등장시키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영화처럼>의 이유미 배우가 눈에 띄었습니다. 혹시 감독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여배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유미는 고등학교 때 제가 발탁을 한 소녀에요. 그 당시 <러시안 소설>(2012)이라는 작품을 진행할 때 고등학생 여배우만 60명 정도 미팅을 잡아놓고 한 여배우가 이미지에 딱 맞아서 나머지 미팅을 다 취소시켰는데 실수로 그 친구만 남겨놓은 거에요. 그래서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미팅을 하게 되었고 대본을 주고 읽어보라고 했어요. 보통 신인 여배우들은 대본을 읽으라고 하면 머리를 굴리는 게 보이는데 유미는 정말 그냥 읽는 거에요. 그런 친구를 본적이 없어서 이 친구 참 대담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둘 중에 누구를 쓸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다가 시나리오에 없는 역할을 만들어서 그 친구를 썼어요. 그때는 아역이었고 지금은 성인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성인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테스트를 해보고자 시켜봤어요. 사실 수빈의 역할이 누가 봐도 기홍이를 계급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유미 양이 나이가 어려서 그 느낌이 날까 한번 테스트를 해본 거에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여배우를 생각해본 것은 아니고, 일단 <프랑스 영화처럼> 같은 식으로 영화를 하기에는 극장 스코어를 봤을 때 힘들 것 같아요. 다른 식의 대안을 생각 중인데, 영화와는 별도로 배우를 발굴하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허남웅 평론가: 두 배우님들은 이번 작품에서 다솜 배우와 함께하셨는데 어떤 배우라는 인상을 받으셨나요?


정준원 배우: TV로만 보던 분을 가까이서 보게 되니 신기하고 좋았는데, 생각보다 밝고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어서 하시는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민철 배우: 저는 다솜 씨랑 촬영 다하고 술자리에서 한번 술을 많이 먹은 다음에 솔직하게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 필요이상으로 너무 예쁘게 생겼다고(웃음) 말씀을 드렸던 적이 있어요. 영화를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굉장히 예쁘잖아요. 그래서 저는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기가 죽을 때도 있었어요. 화면에서 상대적으로 제가 너무 못나 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했었고. 근데 기우였던 것 같고요. 서로 즐겁게 찍었고, 여배우니까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어요. 성격도 밝고 필요이상으로 예쁘시니까 저는 행복한 촬영이었죠.


관객: 시나리오를 쓰신 다음에 영화를 찍기 전까지 어떤 것을 준비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연기 디렉팅을 해주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영화마다 배우마다 달라서 일반적 케이스를 말씀 드리기 힘든 것 같아요.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는 분명히 다른 게 있어요. 저예산 영화를 할 때 제 노하우 중 하나는 갖고 있는 전략 외에는 사용하지 말자는 거에요. 그리고 저는 모든 상황에 제가 맞추려고 하고요. 저는 프리프로덕션을 한 일주일정도로 잡아요. <리메이닝 타임>의 경우는 프리가 아예 없기도 했고요. 상업영화 같은 경우는 목표 치에 도달하려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데 저예산 영화는 그러면 안돼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ABCDE안까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그걸 스태프들이나 배우들한테 얘기할 수는 없고 제가 알아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죠. 이런 제약들이 있죠. 상업영화 할 때는 전혀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하고요. 제가 배우발굴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도 상업영화를 하면서는 배우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못하고 재미있는 환경에서 못하는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이런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게 있죠. 배우들과 재미있게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될 때는 배우들의 데이터에 맞게 쉽게 디렉션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늘 작품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로 말씀 드리기가 힘듭니다.


관객: <타임 투 리브>의 마지막에 여자 두 분이 마지막 과정을 치르는데 왜 일본인 배우가 나온 건지, 또 왜 그 부분에서 자막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후지이 미나 씨는 우연히 상황이 되어 잠깐이라도 출연하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진행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불안했어요. 한국말을 잘 하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일본말로 진행을 했습니다. 사실은 선택적 죽음이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불법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직접 하기 보다는 해외의 국제적인 팀이 있다는 설정을 하기도 했고요. 자막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조금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자막을 안 넣었고, 사실 후지이 미나 씨 혼자 하려다가 당일에 정한비 씨를 불러서 같이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타임 투 리브>를 단편으로 찍으신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계속 저예산 영화를 찍고 계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저는 늘 포기합니다.(웃음) 이제는 안 그러고 싶고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타임투 리브>는 제가 실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충격적이었어요. 실제로 하는 사람들은 정말 울지도 않아요. 그냥 자식들과 이야기 하고, 죽으면 서로 어깨 토닥여주고. 그 장면들이 쇼킹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장편용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장편영화를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애매한 주제들은 제가 자체 필터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허남웅 평론가: <러시안 소설> 때에 극중에 ‘조류인간’ 이야기가 나와서 영화 <조류인간>이 나온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는 ‘이탈리아 연극처럼’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혹시 <이탈리아 연극처럼>이라는 영화를 만드실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신연식 감독: 그건 아니고요.(웃음) 사실 <리메이닝 타임>을 스티븐 연과 같이 하게 된 이유는 저걸 장편으로 찍기 위해서예요. 드라마나 영화 보면 ‘5년후’ 이렇게 자막 나오고 넘어가는데 저걸 진짜 5년 후에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보이후드>(2014)라는 영화가 있는 줄 모르고 한 건데, <보이후드> 나오고 나서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죠.(웃음) 이 컨셉은 우리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쓸까 회의하는 내용의 단편인데, 그 안에는 서로가 시간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었는지가 드러나는 거죠. 근데 남은 시간을 아마 따로 찍을 거에요. 남아있는 시간을 쓰는 내용으로 세 편의 영화를 더 찍어서 장편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4월에 스티븐 연이 오면 회의를 더 할거고요. 사실 엔딩이랑 플롯은 다 정해져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말씀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허남웅 평론가: 배우님들은 앞으로 차기작이 있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정준원 배우: 저는 18일에 개봉하는 <동주>에 나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신민철 배우: 저는 아직 정확한 개봉시기가 나오지 않아서 먼저 말씀 드리기는 좀 그렇고요, 나오게 되면 개인 계정을 통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통해서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신연식 감독이 고등학생 때, 시나리오의 ‘시’자도 모르던 시절에 써놓았던 글은 이후 여러 연기자들의 성장을 돕는 하나의 디딤돌이 되었고, 끝내 한 작품으로서 빛을 보게 되었다. 이처럼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생생히 들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인디토크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모습들이 더욱 기대되는 정준원, 신민철 배우의 영화 속, 그리고 영화 밖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지만, 배우들이 각자 자신만의 색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신연식 감독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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