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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어떤방문: 디지털삼인삼색2009> : 불청객들의 노크

by indiespace_은 2015. 10. 15.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어떤방문: 디지털삼인삼색2009>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OwZ1T8






<어떤방문: 디지털삼인삼색2009> : 불청객들의 노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불청객들이 동네를 방문했다. 둘도 없이 각별한 사람, 낯선 사람, 한 때 각별한 사이였던 사람들로 관계의 깊이는 다르지만 초대 없이 찾아온 이들은 모두 불청객이 됐다. 결과적으로 가장 친했던 이는 뒤틀린 관계를 안고 분노한 채 돌아가야 했고, 낯선 사람은 새로운 인연을 만났으며, 한 때 각별했던 사람은 목숨의 위협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의 방문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어떤방문 : 디지털삼인삼색2009>은 새로운 곳에 들어선 이질적인 인물들을 소재로 한 세 편의 작품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이다. 한국의 홍상수,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라는 아시아의 영화 거장들이 힘을 합쳤다. 작품성과 예술성으로 손꼽히는 감독들이 영화 외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유롭게 만든 결과물인 만큼 개봉 당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될 때 매진행렬을 기록했던 것은 물론이고 이후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영화의 시작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이다. 미숙(정유미 분)은 전주에 살고 있는 친한 언니 진영(김진경 분)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미숙은 스승이자 옛 연인인 상옥(문성근 분)과 진영이 사제지간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미숙이 제일 존경하는 작가(은희경 분)는 미숙이 상옥과 함께 있던 순간을 목격한다. 한 때 연인이었던 사람은 자신과 가장 친한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거짓말을 한다. 동경하던 대상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들켜버린다. 미숙의 예상치 못한 전주 방문은 첩첩산중 고난의 연속이다.



이어지는 작품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코마>다. 준일은 족자를 전해주라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을 수행하기 위해 일본의 시골마을을 방문한다. 준일은 할아버지가 그 마을에서 어린 아이를 살렸고 그 대가로 족자를 선물 받았음을 알게 된다. 어떤 사연이 담긴지도 모른 채 낯선 곳을 방문했던 준일은 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부채를 선물 받으며 가족사를 접하고 마음을 나눌 인연까지 만난다.



마지막은 라브 디아즈 감독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다.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금광회사가 문을 닫으며 희망이라곤 사라진 땅에 오래전 마을을 떠났던 여인 마사가 방문한다. 마사는 떠나던 시절을 생각하며 친구들을 찾아가지만 모두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한다. 화려하던 과거에 얽매여 술만 마시며 세월을 보내던 페르딩은 주변 인물들을 꼬드겨 마사를 납치할 것을 제안한다. 마사의 어린 시절 친구인 윌리는 원치 않는 상황에 고통받는다.


30~40분 분량의 단편이지만 세 편 모두에는 감독들 고유의 인장이 선명히 찍혀있다. <첩첩산중>에서는 권위를 앞장세워 관계의 우위를 점하려는 교수, 스승의 재능을 질투하지만 애정을 갈구하는 제자 등 복잡한 감정들에 내몰린 인물들과 불편한 관계들이 등장한다. 배신감과 질투심에 휘말려 애매한 관계의 이성과 밤을 보낸 네 명의 남녀가 식당 앞에서 제 권위와 진심을 내세워 치받는 장면이 영화의 백미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코마>는 시냇물소리, 흘러가는 구름,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까지 깊은 산 속의 풍경을 조망하며 시작한다. 주인공과 함께 마을 이곳저곳을 걸으며 가족에 얽힌 아픔을 나누는 하쓰코는 감독의 자전적 인물이다. 감독은 족자와 부채에 담긴 장대한 가족사를 웅장한 자연 풍광에 담고 있다. <멜랑콜리아>(2008, 441분), <엔칸토에서의 죽음>(2007, 540분) 등 영화를 보는 일이 하나의 ‘체험’임을 인식시켜 온 라브 디아즈 감독에게 40분짜리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은 지나치게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가 모호한 장르적 특성을 바탕으로 흑백 화면에 필리핀의 근현대사를 담는 감독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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