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한줄 관람평
차아름 | 같은 상황의 반복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말과 태도의 미묘한 차이
심지원 | 태도의 차이가 빚어낸 해학적 순간
추병진 | 종착역이 다른 순환선. 긴 호흡 속의 미묘한 변화들.
김가영 | ‘우리의 삶의 표면에 숨겨진 것들의 발견만이 우리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리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태도의 차이가 빚어낸 해학적 순간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감독 홍상수의 영화인생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데뷔 이래로 매년 한 작품 이상씩 성실하게 영화를 만들어 온 그의 최근 행적에서 급물살을 타는 노련한 사공의 모습을 본다. 일 년에 한 편 그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공개될 때마다, 그의 마니아층의 신뢰는 겹겹이 쌓여왔으며, 각종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외신의 찬사 역시 끊이질 않았다. 이번 신작 역시 그간의 것을 갱신하며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공간을 영화적 장치로 영민하게 활용할 줄 아는 홍상수식 유머, 이번에는 ‘수원’ 그리고 ‘지금’과 ‘그때’다.
예정된 특강 날짜 보다 하루 먼저 수원에 도착한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 분)는 행궁을 산책하던 중, 화가 윤희정(김민희 분)을 만난다. 처음 윤희정을 본 순간부터 호감을 느낀 그는 그녀를 따라 커피숍, 작업실, 일식당 등 근방을 전전한다.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시공간의 이동은 이로써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핵심은 이 영화가 크게 1부와 2부라는 두 가지 경우의 수로 나뉜다는 것에 있다. 둘의 시작은 같으나, 끝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1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에서 함춘수는 윤희정의 말에 긍정적인 감탄사와 함께 맞장구를 치는 것은 기본,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녀의 그림에 관해서도 칭찬일색이다. 그는 윤희정과 함께 하는 내내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알 것 같아요’와 같은 말들로 동조의 뜻을 강력히 내비친다.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해주는 함춘수로 인해 윤희정은 ‘이 남자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달콤한 착각에 빠진다. 달콤한 만큼 마음을 일찍 열고, 또 그 만큼 쉽게 상처 받는다.
이와 달리 2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함춘수는 감정 표현에 있어 직설적이다. 그가 윤희정에게 하는 말들은 무조건적인 감언이설보다 현상에 대한 솔직한 지적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그는 윤희정의 그림에 대해서도 ‘상투적인 것으로 자기 위안을 얻으려는 작품’이니 ‘좀 더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혹평을 아끼지 않는다. 다소 무례해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솔직함은, 1부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고백을 통해 더욱 거침이 없어진다. ‘사랑합니다. 결혼하고 싶어요.’ 이어지는 부끄러움과 난처함은 보는 이들의 몫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버릇처럼 환경을 탓한다. 문제 상황이 생긴 이유는 우리가 하필 그 시간에, 그 자리에, 그런 사람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1부와 2부를 구분 짓는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주인공 함춘수의 ‘태도’다. 그가 태도를 달리하는 순간, 변화하는 것은 비단 본인만이 아니다. 첫째로 그가 추구하는 바인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대상이었던 윤희정의 태도가 가장 가시적인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의 공기가 달라지며, 이는 곧 전혀 다른 두 가지 양상으로 귀결된다. 사소한 판단이 작용과 반작용을 반복할 때, 미세한 차이는 커다란 영향력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이렇듯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는 사소한 태도의 변화들이 모여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홍상수는 노련한 두 배우를 통해 이에 대해 분명한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린 지’ 비교적 명확한 답을 내린 듯하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순간순간 일구어내는 소소한 깨달음 같은 것일 테다. 판단을 달리하는 것도 우리의 몫, 이를 통해 삶의 매 순간을 호흡해 나가는 것도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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