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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 믿음이라는 파국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사이비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름. 또는 그런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단어에 ‘종교’를 붙이면 익숙한 이미지들이 떠오르곤 한다. 폐쇄적인 공간, 옹기종기 모여 기도하는 사람들, 열변을 토하는 지도자, 신비스러운 약 등. 이 종교 집단은 일반적인 종교의 교리를 빌리고 있으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종교에 빠져든 신도들은 거의 광적인 수준으로 종교에 헌신한다. 이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며 어떠한 의심도 끼어들 틈이 없다. <사이비>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러한 집단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수몰예정지역으로 거의 폐허가 된 마을에 세워진 작은 교회.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며 한줄기 희망을 기원한다. 이 교회의 장로는 젊은 목사를 내세워 믿음을 설파하며, 사람들에게 몸을 낫게 한다는 약을 팔고 새 기도원을 세울 돈을 모금한다. 한편, 술집에서 난동을 피워 경찰서에 끌려간 ‘민철’은 우연히 장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영선’은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탕진한 민철을 원망하며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다. 복수심에 가득 찬 민철은 경찰을 불러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장로의 정체를 추궁하기에 이른다.
<사이비>는 주요 인물인 장로, 목사, 민철 그리고 그의 딸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진행되는 영화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영화 속의 인물들은 하나 둘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홀로 교회의 이면을 파헤치는 민철은 물론이고, 정체를 숨기는 장로와 순진한 목사 역시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도 마을 사람들은 맹목적인 믿음에 빠져들며 무기력한 기도를 반복한다. 결국 시작과 함께 내리막길로 들어선 이들의 이야기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인물들의 표정이다. 우리는 선한 인상 속에 숨겨진 인물들의 어두운 민낯을 볼 수 있다. 시종일관 온화하던 얼굴에 깊은 주름이 생기면서 표정이 잔뜩 일그러질 때, 우리는 실사영화와는 다른 느낌의 ‘생생한’ 분노를 보게 된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우의 표정을 보듯이 느껴지는 강한 정서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사이비> 속의 인물들은 위선과 욕망으로 물든 세상에서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방향을 잃는다. 그 속에서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개념은 점점 흐릿해지고, 때로는 이 두 가지가 겹쳐지기도 한다. 헛된 믿음에서 시작된 욕망은 폭력을 일으키거나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처럼 믿음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지만, 어떤 믿음을 가지는가에 따라 그것의 결과는 다르다. 결국 <사이비>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떤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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