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한줄 관람평
차아름 | 물불 안 가리고 몰아치는 정치풍자
김수빈 | 자가당착의 땅을 무자비하게 굴착한다
심지원 | 2015년의 포돌이는 아버지를 만났을까?
추병진 | 물불가리지 않는 풍자와 유머. 그 속에서 펼쳐지는 포돌이의 눈물겨운 수난극.
김가영 | 5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오모니!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리뷰
<자가당착> : 자가당착의 땅을 무자비하게 굴착한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각기 다른 특징의 여러 영상이 모여 하나의 영화를 이뤘다. 물론 방점은 마지막에 굵게 찍힌다. 먼저 ‘대한 늬우스’라는 이름의 패러디물이 영화의 포문을 연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 형식을 빌렸다. 밥상 위에서 이뤄지는 가족들의 대화가 아버지의 ‘밥 묵자’ 한 마디로 정리되던 그 코너말이다. 가족의 오붓한 식사 시간, 딸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나름의 보고서까지 만들어 가며 조목조목 비판을 한다. 아버지는 어딘가 약이 오르는 눈치이지만 제대로 응수할 근거가 없다. 딸은 정치를 역술과 엮는 기묘한 통찰력까지 보여준다. 다음으로 <칠거지악>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이 이어진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자는 복수를 꿈꾸며 무술을 연마하고 복면을 쓴 여성들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그다음 마지막으로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포돌이의 좌충우돌 성장 및 전쟁 드라마가 시작된다.
포돌이는 어머니와 함께 지내지만 그에게 어머니는 기도하는 뒷모습으로만 익숙하다. 안방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틈이 생겨도 금세 닫히고 만다. 아버지가 그리운 포돌이는 만남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포돌이는 아버지를 만날 때까지 분리되어 있는 하반신을 이어붙이기로 한다. 하지만 쥐떼들이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방 안의 살림을 거덜 내고 포돌이의 하반신까지 갉아먹기 일쑤다. 포돌이는 쥐떼를 잡기 위한 일전에 돌입한다. 청소기로 쥐들을 빨아들이거나 물대포를 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주변 이웃들이 항의를 하러 몰려든다. 그러면 그들에게도 물대포를 쏘아댄다. 하지만 포돌이의 고투에도 쥐떼는 사그라질 줄을 모른다. 오히려 빨간 띠를 매고 단합된 모습으로 포돌이에게 돌격한다. 쥐떼를 향한 포돌이의 탄압작전도 스케일을 점점 불려간다. 과연 포돌이는 쥐떼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의 독특한 리듬이다. 충돌과 우발로 짜인 사운드들이 영화 고유의 리듬을 만들어 내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단순한 효과음뿐만 아니라 포돌이가 내뱉는 감탄사나 짧은 대사들도 모두 사운드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자료들 속에서 상황에 맞는 사운드를 선별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거쳤을 제작진의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업과정이 더디고 고되 요즘에는 잘 행해지지 않는다는 퍼핏 애니메이션(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 장면씩 촬영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띠는 것도 인상적이다. 만약 포돌이가 부드럽고 유려한 동작으로 움직였다면 이 영화가 가진 이 독특한 질감과 재미를 절대 구현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쉽게 가지 않는 길을 택했던 감독의 선택이 이 영화만의 독특한 멋을 배가했다.
포돌이가 있기에 앞서 ‘여인’이 있다. 마네킹인 여인은 감독의 2008년작 <철의 여인>의 주인공이다. 포돌이의 선배인 셈이다. <철의 여인>의 원제가 바로 <자가당착>이다. 인형과 마네킹이 주인공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영화는 콘셉트나 구성에 있어 맞닿아 있는 측면이 많다. 모두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난장과 아수라장을 질주한다. 감독은 할 말이 있다면 <자가당착 3>을 만들 의향도 있다고 한다. 두 영화를 만들면서 겪었을 수많은 난관들에도 불구하고 뚝심을 지켜내고 있는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 참여>는 끈질긴 법적 투쟁을 겪고 5년 만에 대중과 만났다. 집요한 감독의 이 사연 많은 노작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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