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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하하하> : 느슨하게 풀어 놓은 여름날의 기억

by indiespace_은 2015. 9. 16.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하하하>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OvDFEk





<하하하> : 느슨하게 풀어 놓은 여름날의 기억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작품이 유독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소 낯선 조합의 주연 배우들이 주는 신선함이다. 한 차례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정재영,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홍상수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김민희가 각각 영화감독과 화가로 분한다. 특히 정재영은 일찍이 감독의 전작 <우리 선희>(2013)에서 한없이 지질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동정(同情)을 불러일으키는 ‘재학’을 연기한 바 있다. 두 번째 호흡인 만큼, 과연 배우 정재영이 홍상수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적인 호기심이 동하던 찰나 자연스레 떠오른 두 배우가 있다. 바로 김상경과 유준상이다. <하하하>는 한 작품 속 두 배우의 얼굴을 통해 감독이 꾸준히 구축해온 작품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전작에 대한 감상은 분명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타성, 그 한 끗 차이를 결정한다.



꽤 오랜 기간 서로를 못 보게 될 두 남자 문경(김상경 분)과 중식(유준상 분)이 만났다. 그리고 각자 여름 동안 겪은 일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좋았던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 의견합치를 본 두 사람에게 그 여름 ‘좋았던 그 곳’은 놀랍게도 모두 통영을 가리킨다. 둘은 이를 신기하고도 묘한 우연이라 웃어넘기지만, 사실 그들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그리고 같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그 해 여름을 보냈다. 문경과 중식이 어떻게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통영은 좁은 도시다. ‘좁다’는 표현은 도시 면적 차원을 넘어 인물들 간의 심적 거리를 대변한다. 서로를 향한 불같은 사랑으로 매일 매일이 새로운 중식과 연주(예지원 분)는 물론, 통영에서 처음 만난 문경과 성옥(문소리 분) 사이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식당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양녀, 양자로 삼는 문경의 모(윤여정 분)은 또 어떤가. 심지어 이순신 장군에 대한 문경과 성옥의 충정 역시 장군을 비단 역사 속 위인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에게 언제든 다가설 수 있지만, 또 언제든 물러설 수 있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으로부터 물러서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설 수 있을 정도로 좁지만 기다랗게 줄지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참 좁다. 그 때문에 사소한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서는 이러한 사건과 해프닝이 곧 부정적인 갈등 상황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김상경과 유준상 이 두 배우가, 단 한 순간도 영화가 심각해질 만한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그래, 이제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할 때도 되었지.’라며 쓴 맛 나는 명대사를 기다리게 하다가도, 곧바로 웃음을 유발하는 그들의 능청과 유치함에 피식 웃음이 나고 만다. 내 곁에 문경이 있었다면 ‘뭘 그렇게 어둡게 생각해.’라고 했을 것이고, 중식이 있었다면 ‘나중에 크면 다 알게 될 거야’라고 말했겠지 싶다.



문경이 꿈속에서 만난 이순신 장군에게 혜언을 구하고자 했을 때, 장군은 그에게 ‘좋은 것만 생각해라’라고 말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는 성옥의 질문에 문경은 ‘좋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통영에서 돌아와 술자리를 가진 문경과 중식은 ‘좋은 이야기만 하자’고 한다.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이야기하려 했던 두 남자. 돌이켜 보니 사소한 만남 그리고 이별조차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었던 마법 같은 통영의 여름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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