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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 <영도>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9. 16.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 <영도>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5년 9월 12일(토) 오후 2시 20분

참석: 손승웅 감독, 김근수 배우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9월 12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영도>의 인디토크가 있었다. 살인자의 아들인 ‘영도’가 자신의 아버지의 그림자 뒤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은 <영도>의 GV에는 손승웅 감독과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인 ‘꽁’ 역할을 맡은 김근수 배우가 자리를 빛내주셨고, 씨네 21일 이화정 기자가 함께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내내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담아보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이하 이): <영도>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에서 상영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인데요, 개봉을 하기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손승웅 감독(이하 손): 우선,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도>를 제작하고 상영하기까지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이렇게나마 뵐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김근수 배우님은 실제로 보니 더욱 훤칠하신 것 같아요, 인사 한 말씀 해주세요.


김근수 배우(이하 김): ‘꽁’ 역할을 맡은 김근수입니다. 제가 영화 촬영할 때 살이 좀 쪄있었고 메이크업도 안 해서 찌질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에요.(웃음) <영도>는 저에게 아주 큰 행운이었고 여러분들께 배우 김근수로 인사드릴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이: 감독님이랑 배우님은 평소에도 연락하는 사이인가요?


손: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긴 했죠. 같이 힘들게 작업했기 때문에 감독의 입장에서는 영화에 대한 좋은 소식이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 <영도> 개봉날짜가 잡히게 되면서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럼 감독님께서 연락을 안 하신 근 1년동안 배우님은 살짝 꽁 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김: 정말 꽁 했죠.(웃음) 사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영화들이 많아서 이렇게 관객 분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 나오는 것도 제게 참 큰 의미입니다. 배우로서 제 작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어요.



이: 감독님께서 ‘영도’라는 섬과 ‘영도’라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잡아놓고 들어간 것 같은데, 이러한 설정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실은 지금 영도에 살고 있습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영도에 대해 ‘그림자 섬’이라는 느낌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것 같고, 시나리오 작성 중 유영철 모티브를 얻게 되었을 때에는 또 자연스럽게 그 아버지의 ‘그림자’에 살고 있는 그 아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장소에서 영화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영도 주민들 반발이 심해서 이대로 상영할거냐는 식으로 구청장으로부터 직접 문의가 오기도 했습니다.(웃음) 잘 말씀 드려서 해결은 했고요. 영화 속에 영도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지만, 영도의 형처럼 도피하는 삶, 그것과 다른 시선에서 운명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는 영도의 삶, 그리고 영도의 또 다른 자아와 같은 모습으로 나오는 소년도 영도의 또 하나의 삶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도라는 인물이 선택할 수 있는 세가지 선택지를 이 영화에 모두 남아내려고 했습니다.


이: 죄가 대물림 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찍으실 때 한국사회의 권력의 대물림에 대한 문제점, 즉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손: 시작은 연쇄살인마의 시선으로 시작했었고 쓰다 보니 보이지 않는 대물림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권력의 되물림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영화에는 그런 것이 분명히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설정 상 가장 중요한 영도라는 공간이 가진 특성이 영화 속에서 나오는 모습과 정말 비슷한지, 부산 출신이신 김근수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 해운대 주민으로서 영도 주민들을 바라봤을 때 말이죠, 어둡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영도에 사는 친구라고 하면 거칠고 셀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이미지입니다. 억센 느낌이 강하죠. (웃음) 그리고 영도 할매 전설 이야기가 정말 있는 이야기거든요. 제 주변에도 실제로 영도를 벗어났다가 3년안에 쫄딱 망하신 분이 계셔요.(웃음) 영화 속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그럼 혹시 감독님도 다른 곳으로 안가고 영도에서 촬영을 하게 된 이유가 그 전설 때문인가요?


손: 그 전설에 틈이 하나 있는데, 할머니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으로 가면 됩니다.(웃음) 그래서 저는 지금 서울에 있기 때문에 괜찮고. 아마 알아차리지 못하신 분이 많겠지만, 영화 속에서 송도에서 영도를 바라보면서 아직도 영도를 못 벗어 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도 할매의 시야가 딱 송도까지거든요. 실제로 송도까지 나갔다가 다시 영도에 돌아와 터를 잡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아까 감독님께서 영도의 삶에 세 선택지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영도의 형과 영도의 다른 자아와도 같은 소년, 그리고 영도. 여기서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끝까지 피하지 않는 영도라는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부터 끌고 가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혹시 차용한 인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 모델을 따로 차용하진 않았고, 계속 내가 영도였더라면, 그런 비극적인 운명을 안고 가는 존재였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진행했습니다. 사실 그 모델을 유영철의 아들에서 따오려고 했으나 워낙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그분의 정보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완전한 허구의 인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서 피의자분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 영도의 곁에서 영도를 잡아주던 사람이 할머니였는데, 나중에 할머니가 하던 말을 똑같이 하는 사람이 바로 영도의 친구 꽁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의 무조건적인 영도에 대한 우정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었는데, 혹시 연기하면서 어떻게 꽁이라는 캐릭터가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김: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주변사람한테는 왜 그 친구 만나냐는 말을 들어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친구인 사람이 있는 것처럼, 영도와 꽁의 관계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께 직접 여쭤보기도 했는데, 꽁과 영도가 언제부터 친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정은 아예 안 잡아 놓으셨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넘겨주신 숙제와 같은 것이었는데, 저는 그 둘이 어떤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 이유 없이 친해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에게는 살인마의 아들일 수 있으나 저에게는 그냥 친구인 거죠. 


손: 극중에서 꽁이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대사가 있는데, 저는 그 대사 하나만으로 꽁과 영도가 친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암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죽으면 그걸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좋지 않죠. 그게 둘이 친해지게 될 수 있는 일종의 계기가 된 거죠.


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여자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란의 캐릭터는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손: 미란은 애초에 피해자의 가족으로 설정했는데, 그게 너무 우연성에 기댄다고 생각했어요. 그와 동시에 저는 영도의 가족에 대해서 더 초점을 맞추고 싶기도 했고요. 미란이라는 캐릭터는 영도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던가 하는 인물은 아니에요. 오로지 자기 아이, 남편 그리고 자신이 행복해지기만을 원하는 인물이고, 그래서 영도를 찾아오게 되었다고 생각했죠. 영도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보면서 잠시나마 자기 자신도 평범한 가정을 꾸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저는 그러한 장치를 거두어 감으로써 영도를 더 힘들게 하려는 설정이었습니다.



이: 재미있던 설정 중 하나가 악몽의 재연이었어요. 어찌 보면 아버지의 형상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 악몽의 재연 방식들이 참 신선했는데, 어디서 모티브를 얻으셨나요?


손: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아버지께서 어렸을 적 경험담으로 몽달귀신 이야기를 해주셨던 적이 있어요. 밤에 화장실에 갔다가 눈, 코, 입이 없는 몽달귀신을 보고 집에 돌아와 벌벌 떨고 있었는데, 집 문 판자 틈새로 몽달귀신이 보고 있었다고 해요. 게다가 입도 없으면서 했던 말이 바로 “느그 집 알아놨다”였고요. 그게 무척 무서웠던 기억이 나서 영화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영도의 무의식 속의 두려움을 나타내기 위함이었고, 나중에는 그 두려움이 현실화 되는 것인데, 이게 영화 속에서는 현실적인 요소로 나타나지만 저는 나름의 판타지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착한 영도를 죽이고, 악한 본성이 깨어나서 사회의 구성원들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설정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일단 아까 사회자 분께서 질문하셨듯이, 영도와 꽁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제 생각에는 영도와 꽁이 아이였을 때, 영도와 놀지 못하게 하는 부모의 존재가 꽁에게 없었기 때문에 영도와 꽁이 서로 편견 없이 만나게 될 수 있었고, 그게 영화 속의 영도와 꽁의 관계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아이였을 때 더욱 편견 없이 친구를 만나잖아요. 영화 속에서 영도의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이 아버지와 끈에 묶여서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영도도 자신의 아버지와 보이지 않는 끈에 연결되었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또한 영화 속에서 둘이 다른 자아인 걸 계속해서 어필하시는 것 같은데, 그 소년은 나중에 아버지와의 끈이 끊어짐에도 불구하고 영도의 삶에 다시 들어와서 남아있으려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혹시 그 끈이 끊어져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셨던 것은 무엇을 의도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손: 많은 관객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저는 그 아이가 가장 똑똑한 아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가 아버지에게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아이가 아버지를 끌고 다니는 거였던 거죠. 그래서 자기가 아버지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마지막에도 자기가 그 끈을 스스로 풀었던 것이거든요. 그 아이는 영도를 보면서 자기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을 하고 영도를 기다린 겁니다. 그리고 영도가 돌아왔을 때에는 영도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죽이게 된 것이죠. 머리카락을 먹는 것도 영도와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영도가 죽은 것을 형사들이 와서 봤을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혹시라도 남아 있을 지 모르는 흔적들을 모두 처리하는 장면인 것 입니다.


관객: 영도가 할머니를 죽인 사람을 알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손: 보복성 범죄인 것 같다고 꽁이 말했듯이 영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영도 스스로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자기가 실수를 한 것인데, 주변 사람들이 영도를 그렇게 만든 것이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자살하는 여자아이는 영도의 또 다른 여성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도는 일진들에게 그 여자애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근데 또 일진 남학생은 나중에 여자애가 자살하려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자기가 영도의 할머니를 죽인 것을 영도가 알고 여자애를 해하려 한다고 생각하여 영도를 칼로 찌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선선해진 날씨와 더불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영화 <영도>는 개봉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만큼, 그 힘든 시간과 노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한 번 보고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었던 장면과 그 속에 숨은 의미, 인물간의 관계에 대해 자세하게 확인해 볼 수 있었고 동시에 연출자의 의도와 관객의 이해 간의 차이를 확인하며 영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이번 인디토크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손승웅 감독과 김근수 배우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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