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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학살의 아픔을 다룬 영화들

by indiespace_은 2015. 9. 7.
 학살의 아픔을 다룬 영화들 
-<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오월애>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작년 개봉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은 가히 충격적인 작품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침묵의 시선>이 9월 3일 개봉하여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은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역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이다. 이러한 학살의 역사는 비단 외국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한국에도 학살의 아픔을 담은 영화들이 있다. 그 중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과 <오월애>(2010)를 앞선 두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1.  <액트 오브 킬링>(2012)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영화는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을 돌아본다. 당시 학살의 리더였던 안와르 콩고를 찾아가 그에게 그들의 학살을 재연하는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안와르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자신의 승리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자신의 자랑스런 업적을 알리기 위해 영화제작에 참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이제껏 그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감독은 무려 5년동안 영화 제작의 일련의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는다. 흥미로운 것은 여느 다큐멘터리와 달리 가해자의 시선에서 영화가 출발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은 학살했던 그에게 당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했는지 아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들의 행동에 반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액트 오브 킬링>은 <침묵의 시선> 개봉에 맞춰 인디스페이스에서 특별 상영된다. 




2.  <침묵의 시선>(2014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앞선 <액트 오브 킬링>이 가해자의 시선에서 출발했다면 <침묵의 시선>은 피해자의 시선을 따라 대학살의 고통을 전한다. <침묵의 시선> 역시 1965년의 인도네시아 100만 명 대학살 사건에서 시작된다. 승리자의 역사에서 학살의 피해자 중 람리의 죽음은 지난 50년 간 침묵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람리의 동생 아디가 그의 죽음에 대한 침묵을 깨고자 자신의 형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지난 일을 왜 끄집어내냐고 반문한다. 영화는 이처럼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와 자신의 학살에 대한 책임 없는 가해자의 잔혹한 이야기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전작과 달리 <침묵의 시선>에서는 치유를 따뜻하게 담아냈다고 전한다. 




3.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감독: 오멸



이 영화는 앞서 소개한 영화들과 달리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제주 4.3 사건의 배경을 일일이 소개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담담하게, 때로는 유머 있게 담았다. 이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보통의 사람들의 삶과 보편적인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흑백으로 표현된 화면은 감독의 동양화적 미장센을 보여주기도 하고 묵직한 한이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평자들이 이 영화를 ‘씻김굿’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영화가 당시 보통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을 보여주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4.  <오월愛>(2010 감독: 김태일



<오월애>는 우리의 가슴 아픈 현대사인 광주민주항쟁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게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광주를 찾아간다. 그들이 들려주는 5월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영화는 당시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들이 왜 항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국가가 이야기하고 국가의 이름으로 기념하는 5.18 민주화 운동이 아닌 직접 그들의 목소리로 당시의 상황과 그들의 현재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월애>는 잊혀져 가는 것들을 잊지 않고, 주목 받지 못한 이들의 기억에 주목하는 영화다.



앞서 소개된 네 영화는 모두 과거에서 역사가 그치지 않는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하고 과거의 희생을 추모하고 기억한다. 역사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승리자의 역사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때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픈 이야기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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