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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잠 못 드는 밤> : 묵직한 삶의 질문지를 받아든 어느 부부 이야기

by indiespace_은 2015. 9. 8.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잠 못 드는 밤>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dmKzsP





<잠 못 드는 밤> : 묵직한 삶의 질문지를 받아든 어느 부부 이야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연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건 뭘까. 아마도 ‘사랑이 변하는 것’일 테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마음을 지닌 인간이다. 영원하겠다는 연인들의 맹세는 부질없는 일에 가깝다. 어디서, 어떤 경로로 시작되었는지 모를 변화의 바람은 균열을 만들어 관계의 틈을 넓히거나 온갖 모양으로 관계를 변질시킨다. 그렇게 멀어지다가 아마도 많은 연인들은 이별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부부 사이라면 어떨까. 미래의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부부가 되었을 이들에게 ‘관계의 변질’에 대한 고민은 어떤 질감으로 다가올까. 아마도 훨씬 더 묵직하고 저릿한 질문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떤 계기로든 필연적으로 초래될 관계의 변형·변질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부부의 이야기이다.



주희와 현수는 2년차 신혼부부다. 둘은 퇴근길이면 서로를 기다렸다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귀가해 작은 술상을 두고 밤늦도록 대화를 나눈다.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늘 일상을 함께 하며 연인처럼 애틋하게 지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상황은 그들이 어떤 변화의 시기에 직면했음을 알려 온다. 부모님은 아이 계획을 세우라고 말하고 또래의 부부들은 자녀 양육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둘이 아닌 가족’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여겨져 부부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안긴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온 가족을 봐도, 해맑은 아이의 모습은 사랑스럽지만 건조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은 이들에게 걱정스럽게만 다가온다. 평생을 둘만 보며 연인처럼 살기도,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도 두려운 부부. 잠든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는, 잠든 아내를 바라보던 남편은 쉬이 잠들지 못하고 밤을 지새운다.



그러나 부부는 각자의 밤을 지새우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둘 모두 아직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아내는 자전거를 도둑맞은 날 생각을 바꾼다. 늘 남편 자전거 곁에 있던 자신의 자전거가 사라지고 망연자실해 하던 아내는 이내 그 자전거가 자신의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자전거가 있었다면 평온히 케이크를 먹는 지금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마음처럼 아이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키워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며칠 후 아내의 자전거는 곧 수풀에 버려진 채로 발견된다. 남편은 주인을 찾아온 자전거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이 자전거가 정말 아내의 것인 것 같다고 말한다. 자전거의 비유를 완벽한 대응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이처럼 ‘인생은 우연과 필연의 반복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자전거를 찾은 날 밤, 둘은 몇 십 년 만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혼자’가 아닌 ‘함께’ 잠 못 드는 밤을 보낸다. 



삶의 우여곡절에서 변화의 계기는 언제 작용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이’의 존재는 이 부부의 관계 변화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아닐 것이다. 그저 흐름에 맡기며 살아가는 것만이 뜻하지 않게 세상에 떨어진 존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다만 잠 못 이루며 고민하던 그 밤들 속에서 관계에 대한 진심이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 그 진심의 밤들을 기억하는 것이 온갖 모습으로 변형되고 변질될 미래의 관계에서도 ‘우리’가 함께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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