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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전 '어제영화' 강경태 감독 DAY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9. 5.

기획전 [어제영화] 강경태 감독 DAY 

<강경태 감독 단편선> + <오늘영화>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5년 8월 29일(토

참석: 강경태 감독, 백수장 배우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영화보기 딱 좋은 날씨의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늘영화> 감독들의 어제영화’ 기획전의 두 번째 <강경태 감독 단편선>, <오늘영화> 상영과 함께 씨네21의 정지혜 기자의 진행으로 강경태 감독과 백수장 배우가 함께하는 인디토크가 열렸다.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강경태 감독의 단편작품 <11월>, <무덤가>, <아무것도>, <누가 만들었을까?>을 한 번 에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인만큼 평소보다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채워주셨다.





정지혜 씨네21 기자(이하 정): 여기 들어오기 전에 말씀 나누어봤는데 감독님께서 이런 GV를 할 때는 항상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마치 단두대에 올라온 기분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웃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강경태 감독(이하 강): 안녕하세요, 강경태입니다. 오늘 몇 분이나 앉아계실까,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자리를 지켜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백수장 배우(이하 백): 안녕하세요. 저는 <뇌물>에서 ‘대일’ 역할을 맡은 배우 백수장이라고 합니다. 오늘 영화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정: 오늘은 감독님의 전작과 <오늘영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영화>에 대해 얘기해보려 하는데요, <뇌물>이라는 영화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던지시는 것 같은데, <뇌물>의 구상계기는 무엇인가요?


강: 서울독립영화제가 중요한 영화제여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운 좋게 한 번 작품을 상영한 것 빼고는 거절을 훨씬 더 많이 당했죠. 그런 상태에서 영화를 찍기 전 여름에 스태프들과 동네에서 치맥을 먹으면서 영화제를 씹는 영화를 만들어서 상영을 해보는 것이 갖는 그런 아이러니가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보르헤스의 ‘뇌물’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영화 중간에 인서트컷으로도 넣었는데, 이 영화의 모티브가 이곳에서부터 나왔어요. 그 소설이 이런 류의 딜레마를 갖는 것이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 처음에 작품을 냈을 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분들이 한마디씩 하셨을 것 같은데요? (웃음)


강: 오히려 얘기 잘 안하셨어요. 나중에 만나면 여쭤봐야겠어요. (웃음) 저는 항상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벌어진 일에 대해 뒤돌아보지 않는 편이거든요. 뽑을 이유가 있었으니까 뽑으셨을 것이고, 저는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유를 따로 안 물어봤어요.



정: 백수장 배우님은 감독님과 첫 작품인데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강: 수장 씨랑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사실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수장 씨가 대일이라는 역할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수장 씨와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있어서 캐스팅 제의를 하게 됐고, <오늘영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윤성호 감독님 작품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이 배우를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윤성호 감독님께 연락처를 여쭤봤죠.


정: 무슨 이유로 수장 씨랑 친구가 되고 싶으셨어요? 백수장 배우 딱 봐도 굉장히 멋있어요. 왠지 중화권의 느낌이 있지 않나요?


강: 일본배우의 느낌이 있어요. 친구가 되고 싶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수장씨 이런 거 싫어하실 텐데, 그 답이 그냥 나와 있어요. 그 매력이 눈빛에서 이미... (웃음) 지금 짙은 한숨을 쉬시는 것 같은데. (웃음)


백: 감사합니다. (웃음)


정: 영화 속에 마지막에 편집기사로 나오신 분이 감독님의 편집중인 작품 <무단투기>의 주인공으로 나오신다고 들었어요. 근데 거기에서도 주인공이 ‘대일’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고 하던데, 혹시 대일이라는 이름, 뭐에 꽂히셨어요?


강: 책을 많이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처럼 저는 그런 이름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아버님이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제 전작들에 나오는 제 이름은 지금 이름이랑 달라요. 그때는 ‘지태경’이라는 필명을 썼거든요. 사실 저는 효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들끓는 증오, 애증이 많은 아들이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제 본명을 쓰는 것이 아버님께 제가 최대한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구대일’이라는 이름은 아버지와 관련되어 있는데, 아버지가 야구를 아주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 때문에 야구를 너무 싫어하고. (웃음) 근데 그 ‘구대일’이라는 게 뭔가 야구 스코어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이후로 그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정: 구대일이란 캐릭터가 영화의 구성이 특이해서 좀 헷갈릴 수도 있겠더라고요. 마냥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할 때 고민 좀 하셨겠어요.


백: 조금 다른 내용일 수도 있는데, 저번 GV때 어떤 분께서 특이한 구성 속에서 직접 연기할 때 어떤 상황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셨어요. 사실 연기할 때는 모든 장면이 다 현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 속에서 박민지 배우가 ‘지금 이게 영화냐, 현실이냐’고 물어봤을 때, ‘모른다. 하지만 진짜다.’ 라고 말했던 장면이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 중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촬영순서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순차적으로 촬영하신건가요?


강: 처음에는 모니터에 장면을 합성하는 그런 기술에 대한 고민도 잠깐 했었는데,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굳이 그 기술적인 난제들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순차적으로 촬영스케줄에 맞춰서 하는 것이 저한테는 훨씬 독립영화스러운 선택이었어요.



정: 배우입장에서도 순차적으로 촬영을 하는 게 더 편한가요?


백: 네, 아무래도 촬영하면서 감정이 점차 쌓여가는 게 있으니까요. 근데 그런 촬영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렇게 찍어볼 기회가 있어서 좋은 경험을 했죠. 


정: 혹시 촬영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백: 박혁권 배우님이 촬영하실 때 거기에 보형물을 넣었는데 굉장히 자신감 있게 한강을 활보하셨던 게 기억이 나고... (웃음)


강: 혁권씨가 그때 술을 아침까지 먹고 오셨어요. 그래서 쑥스러움도 없었고, 굉장히 행복해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그리고 술 먹는 장면이 계속 있었는데, 그중에 어떤 한 장면에서 실제로 54테이크를 찍었어요. 2분 넘어가는 롱테이크인데, 영화에는 없어요. 현장에만 있었던 죽은 시간들이 되었죠. 참 숨 막히는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백: 저도 그때 있었어요. 슬레이트와 함께 기념촬영도 하고. (웃음) 저도 처음 겪어보긴 했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결국은 영화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참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스태프 분들과도 모두 호흡이 잘 맞았고요.


정: 술 마시는 장면들은 실제로 술을 드셨나요?


백: 저는 그런 적은 없었어요.


강: 오히려 제가 먹었죠. (웃음) 저는 촬영이 늦어지면 순댓국밥집 가서 국밥에 술 한 잔씩 먹고 가거든요. 찍는 동안은 각성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웃음)


정: 전작들에서 어두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강: 세 작품이 사실은 <11월> 할머니에서 <무덤가> 중년으로, 또 거기서 <아무것도> 학생으로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죽음’이라는 단어보다는 ‘죄책감’이라는 단어를 오래 떠올렸던 것 같아요. 아무도 눈치 못 채셨겠지만 <아무것도>에서 주인공이 친구 명찰을 달고 있어요. 그게 ‘효선’이라는 이름인데 ‘효순이 미선이 사건’에 대한 것이거든요. 저에게 있어서 세월호 이전에 있었던 일중에 가장 큰 일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의미가 생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그 이야기를 계속 기억하고 영화적으로 되새기고 싶었어요. 그리고 작년 그 세월호에 관해서도 작품들이 앞으로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가 오겠죠.



정: 백수장 배우는 어떻게 보셨어요? 


백: <오늘영화>에서 첫 번째, 세 번째 에피소드가 밝은 기운을 보이는 것에 비해서 <뇌물>은 그 영화들보다는 좀 차분한 영화에요. 근데 전작들을 보니까 <뇌물>이 아주 밝은 영화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누가 만들었을까?>에 나오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분들과 친해요. 제주에 아버지가 계시거든요. 그런데도 한 번도 못 가봤던 곳도 많이 나오고 소리로 그 곳을 기억하는 감독님의 모습이 나오니까 뭔가 감독님을 더 잘 알게 된 느낌이 들었어요.


강: 다음에 제 작품 안 나오실 건 아니죠? (웃음)


정: 제주 얘기는 저도 궁금해요. 소리채집을 어떻게 하게 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 제가 앞서 만든 세 작품은 주제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저도 나중에는 공감이란 부분에 가장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 같은데, 그 세 작품은 창작자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다는 면에 있어서 약간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누가 만들었을까?>는 제주에서 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제주에 관련된 것으로 제작해야하는 것이어서, 탄생설화를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제작지원을 받으면서 어떤 프레임 속에 저를 던져놓고 나니까 <오늘영화>에서도 그렇고, 좀 더 다른 작품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백수장 배우는 올해 <차이나타운>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하셨어요. 넘버투 역할을 맡으셨는데,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하거든요. 그 역할과 헤어스타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백: 양 옆, 뒤 머리를 삭발하고 나머지 머리를 뒤로 넘기는 스타일이었죠.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용실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그렇게 잘라주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왜소한 편인데 그 캐릭터가 어둠의 세계에서 높은 위치이기 때문에 외적으로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해주신 것 같아요. 이전까지의 독립영화 작품들에서는 제 본연의 이미지에서 시작한 것들이 많았는데, 상업영화에서는 감독님이 생각한 이미지에 제가 제 역할에 맞추는 그런 경험이 참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정: 다른 작품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백: 꽤 바쁜 여름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범죄의 여왕> 촬영이 끝나서 내년 상반기쯤 개봉할 것 같고, 지금은 오디션들을 보고 있는데 아직 정해진 작품이 있지는 않습니다. 


정: 감독님께서 준비하고 계신 장편 영화에 대한 힌트를 주신다면?


강: 요즘은 로드에 꽂혀있는 것 같아요. 파주로부터 평택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여행에 관한 얘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인디토크는 묵직하고 진지한 분위기일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중간 중간 재치 있는 농담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나간 강경태 감독의 의외의 면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임과 동시에 강경태 감독이 말하는 백수장 배우만의 ‘친해지고 싶은’ 어리바리한 매력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강경태 감독과 백수장 배우를 또 다른 작품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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