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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투기> : 누가 나를 잉여라고 부르는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지금은 세력이 분열되어 많이 쇠퇴했지만 ‘디시인사이드’는 인터넷 문화의 중심지였고, 서브 컬쳐의 천국이었다. 물론 반작용도 컸다. 욕설과 반말, 신상 털기의 시초 역시 디시인사이드였다. 이런 상황을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우리는 디씨’라는, 디시인사이드를 인류학적으로 분석한 책이 나왔을 정도이다. 인터넷 문화의 한 축은 ‘잉여’이다. 해야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많다는 게 인터넷 상에서는 재력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봐도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작은 일에 우르르 몰려 격분하기도 한다. 잉여들끼리는 언제까지고 희희낙락할 수 있지만 외부에 시선에서는 한심하게 비칠 뿐이다. <잉투기>는 외부의 시선이 아닌 내부에서 바라본 잉여들의 이야기이다.
인터넷 격투 커뮤티니에서 ‘칡콩팥’으로 활동하는 태식(엄태구 분)은 잉여다. 변변히 하는 일 없이 격투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게임 아이템을 팔아 용돈 벌이를 한다. 용돈 벌이를 하러 아이템을 팔러 나간 길에 커뮤니티 상의 앙숙 ‘젖존슨’에게 급습을 당하고 얻어맞는 장면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가게 된다. 그 일로 태식은 젖존슨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복수의 과정에서 젖존슨을 찾는 일을 도와주는 또 다른 잉여 영자(류혜영 분)를 만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형, 희준(권율 분)과 이종격투기를 배우면서 태식은 젖존슨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잉투기>의 제목은 ‘ING + 투기’이다. 계속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3인방, 태식, 영자, 희준은 변변하게 하는 일이 없다. 태식은 29살이고 부모님에게 얹혀살고 있다. 별다른 목표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영자는 격투기를 하는 소녀이지만 같은 반 친구를 때려서 출전 정지를 당하고 인터넷 먹방으로 답답한 마음을 채운다. 그리고 희준 역시 잘 생긴 외모와 재력 아쉬울 게 없어 보이지만 어딘지 공허해 보인다. 이들 역시 청춘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바라는 청년에서 이탈해 있다. 다른 영화였다면 이들은 답답한 조연에 불과했을 것이다. <잉투기>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결국 이들 역시 투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회적 총량에 기여하고 있지는 않아도 이들은 분명 싸우고 있다. 태식은 젖존슨에게 당한 불의의 일격에 복수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복수하겠다며 식칼을 들고 다니던 태식이 격투기를 배운다. 하지만 영화 속 태식의 유일한 생산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복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영자는 학교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지금 당장 즐거운 일들을 찾는다.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현재의 즐거움을 유예하는 장소이다.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시절이 된다. 영자가 먹방을 하는 이유는 먹는다는 일차적인 행위와 즉각적인 반응을 주는 인터넷을 통해 답답함을 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세 명의 인물 중에 희준만이 제대로 된 실패를 한다. 잉투기에 나가서 제대로 얻어터지는 것이다. 부족함이 없었던 그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일 자체가 사건이었고 그가 얻어터지며 짓는 미소는 실패가 아니라 시작으로 느껴진다. 영화가 끝나도 이 세 인물은 변변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싸움을 멈췄다는 것은 아니다. 잘 보이지 않았고 인정받지 못 했지만 그들은 싸우고 있었다. 영자의 인터넷 방송에서 웃고 있는 태식에게 많은 실패를 기대하게 한다.
<잉투기>는 예상된 결말로 흐르지 않는다. 잉여들에게 죄책감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사회적으로는 잉여인간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들은 아직 발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단지 지금까지는 치열하지 않았을 뿐이다. 최초의 실패를 경험한 그들의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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