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볼>
SYNOPSYS
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향남, 국내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김수경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에서부터 헬스 트레이너, 대리 운전기사까지 오직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이 ‘야신’ 김성근 감독을 만나 탄생한 한국 최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지옥훈련을 견뎌내며 프로구단 진출만을 꿈꾸는 선수들은 3년 만에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총 31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이뤄낸다. 희망차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그들은 2014년 9월 11일, 갑작스런 구단 해체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파울볼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을 벗어난 것. 두번까지는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되지만
이후에는 타자에게 계속 타격 기회가 주어진다
<파울볼>한 줄 관람평
양지모 |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드라마의 문법, 어떤 응원의 힘.
이교빈 | 그들은 벼랑 끝에 있었다
김민범 | 아직 내가 타석에 서 있는 이유
이도경 | '독립'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와 추진력
전지애 | 또 다른 고양 원더스를 기다리며
<파울볼>리뷰
<파울볼> : 실패한 ‘독립’의 울림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도경 님의 글입니다.
승자가 아닌 탈락자를 가리는 ‘생존’의 시대
‘요즘의 승자는 탈락하지 않는 자다’ 이 말은 김영하 작가가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요즘의 세태를 빗대어 한 말이다. 매주 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은 해당 미션을 성공하는 것이 아닌 탈락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삶보다는 뒤처지지 않으려는 삶을 살고 있다. 승자가 아닌 탈락자를 가려내는 세상, 즉 ‘생존’의 시대인 것이다. 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탈락자들을 끌어 모아 승자의 리그로 올려 보냈던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탈락자에게 진정한 생존법을 가르치다
<파울볼>의 이야기는 ‘고양 원더스’라는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을 창단하면서 시작된다. 독립 구단으로서 프로 구단의 세계에 섞이지 않고 독자적인 정체성과 생태계를 부여 받는다. 이 구단에는 야구를 잘해서 스카우트되는 선수들은 없다. 야구의 세계에서 도태된 탈락자들로 구성된다. 한 때 야구계에서 빛났던 사람들과 헬스 트레이너, 대리 운전기사 등 다른 직업을 갖고 살았던 사람들까지. 야구계에서 현재 빛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이들의 감독은 70대의 노익장이나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다. 그는 고양 원더스의 실력이 형편없음을 절감하지만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개인의 능력을 믿고 응원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창 밖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좇으며 그들의 특징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살핀다. 그의 저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그는 모든 선수는 그 사람만의 쓸모가 있으며 리더는 그 점을 발견해 살려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만의 ‘그 능력’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이다. 그의 인간적인 믿음에 보답하듯 20명이 넘는 선수들이 프로 구단에 들어가게 된다. 눈에 보이게 성과를 내는 선수들도 있지만 구단 창립부터 3년 동안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천천히 성장한다. 자진 포기 후 반성의 시간을 거쳐 돌아온 설재훈 선수에 포커스를 맞춘 <파울볼>의 연출은 그 성장의 의미를 보여준다. 그는 프로 구단에 입단하지 못해도 계속해서 야구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자신을 믿어주는 김성근 감독의 마음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배웠다. 그는 야구선수로서의 역량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장도 이룬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고양 원더스에게 야구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 진정한 생존법을 가르친 셈이다.
실패한 ‘독립’의 공명(共鳴)
3년 동안 최약체에서 2군 리그의 최강자로 거듭난 고양 원더스는 결국 해체된다. 남은 선수들 중 몇몇은 김성근 감독의 노력으로 프로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의 야구 생활을 펼치지 못한 채 마무리 짓는 선수들도 많았다. 거대 조직의 지원이 없이 버티기 어려운 고양 원더스의 상황은 ‘홀로 서 있다’는 ‘독립’이 현대에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사한다.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조차도 자신의 능력 부족을 자학하며 말한다. 자신은 야구만 잘했지 정치성이 부족한 인간이라고. 야신이 끝까지 붙들고 있었으나 결국 살려내지 못한 채 고양 원더스의 짧은 활동 시기는 마감된다. 탈락자들의 생존지역이었던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그들에게 또 한 번의 실패를 준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영화 내에서 박동희 기자가 말했듯, 한 번 실패했어도 후회가 남은 일에 대해 끝까지 해본 자들은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끝을 보았다’라는 성취감에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고양 원더스의 실패한 독립은 야구단으로서, 개개인들의 완벽한 재기로서의 실패라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실패는 인생의 끝이 아닌 전환점으로서 작용한다. 영화의 제목인 ‘파울 볼’처럼 탈락자들에게도 인생의 기회는 주어질 수 있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나오는 마지막 한 줄에서 느낄 수 있듯, 만들어가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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