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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우리가 공 하나에 흥분할 수 있는 이유, 영화 속 야구

by indiespace_은 2015. 3. 31.
[인디즈_기획기사]
 
우리가 공 하나에 흥분할 수 있는 이유,영화 속 야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봄바람과 함께 시작하는 프로야구가 긴 휴식기를 마치고 개막을 했다. 프로야구는 3월 29일 토요일부터 각각 9개월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올해부터 막내구단 KT가 1군으로 진입하면서 10개 팀, 144경기로 늘었으며 스피드 업 규정을 도입했다. 프로야구의 개막과 함께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영화 속에서는 야구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궁금했다.
 
 
당신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입니까?

흔히 야구를 인생과 닮았다고 한다. 홈런을 치는 날도 있고 내리 삼진만 당하는 날도 있다. 상대의 실투를 기다렸다가 호쾌하게 스윙을 한다. 타자의 기쁨은 투수의 슬픔이 되고, 투수의 환희는 타자의 좌절이 된다. 야구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사람부터, 응원하는 팀의 전날 경기 결과로 그 날의 기분을 시작하는 사람까지 야구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운동이다. 그런 만큼 영화와 문학에도 자주 등장한다. 살펴볼 네 편의 영화를 제외하고도 <YMCA 야구단>(2002), <글러브>(2011), <머니볼>(2011) 등 국내외에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소설 ‘야구란 무엇인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 야구를 다루는 소설이 있고, 서효인 시인이 쓴 야구 에세이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까지 많은 작품이 있다. 1군 선수, 2군 선수, 고교 야구 그리고 과거의 선수들까지 그들을 뜨겁게 했던 야구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갈매기>부산야구 = 롯데 자이언츠
 

<나는 갈매기>(2009)는 롯데 자이언츠의 2009년을 그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말이 있다. 구장을 가득 채운 사람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응원으로 마치 야구장을 노래방으로 만드는 팬을 가진 구단이다. 영화는 감독, 선수, 팬들의 ‘롯데 자이언츠’를 보여준다. 한 시즌을 펼치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 에이스라고 믿었던 선수가 부진하고, 새로운 선수가 그 자리를 메꾼다.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일탈하기도 한다. 작은 공을 치기 위해 밤새 연습을 하지만 야속한 공은 안타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마저 야구처럼 느껴진다. 1군 선수로서 갖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로야구 구단과 팬은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자신을 응원하는데 안타나 홈런을 바란 것이 아니라 몸에 맞는 볼을 바랐다는 응원을 이야기하는 선수와 롯데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얹고 공을 던지는 일을 이야기하는 선수가 있다. 어제 오른쪽 길로 가서 롯데 경기가 이겼다고 오늘도 오른쪽 길로 가는 팬과 선수들이 투지가 없다며 목청을 높여 열변을 토하는 팬이 있다. 대비되는 장면 속에서 서로가 갖는 애정과 애증이 느껴진다. 팬과 선수가 만들어내는 롯데의 야구가 올해도 기대되는 이유이다.
 
 

<파울볼>다시 한 번 공을 칠 기회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 밖으로 벗어나면 파울로 인정된다. 두 번까지는 스트라이크로 인정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파울을 친다면 카운트가 되지 않고 타자는 다시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가진다. <파울볼>(2015)은 김성근 감독과 고양원더스 선수들을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선수들은 2군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 구단 소속이다. 프로에서 방출되었거나, 지명되지 못 한 일은 평범한 사연이고, 헬스 트레이너, 대리운전 기사 출신에 프로야구 신인왕을 했던 김수경 선수까지 각자의 우여곡절은 가진 선수들이 모여 야구를 한다. 그들은 이미 투 스트라이크 상태이다.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공이 온다면 무조건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절박함과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그들을 다시 꿈꾸게 한다. 밥만 먹고 야구를 해도 야구는 쉽지 않다. 타고난 재능의 스포츠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를 잡고, 공을 쥐는 이유는 아직 아웃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굿바이 홈런>추억으로 화려해질 청춘의 그라운드
 

한 해 700명 이상의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린다. 그중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는 구단이 늘어 100명 남짓이다.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 일반 대학생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야구만 하던 이들에게 구제책은 전무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야구만을 바라보고 초, 중, 고 야구를 한 선수들에게 전국단위 야구대회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굿바이 홈런>(2011)의 원주고는 야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말도 안 되는 야구’를 하는 팀이다. 전국 대회 1차전에서 탈락하는 게 일상이고 열심히 하면 될 수 있을 줄 알았던 ‘홍성흔’, ‘김광현’은 아득히 멀기만 한다. 청춘과 야구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터질 듯한 젊음의 그라운드는 뜨겁지만, 고3 선수들 앞에 있는 현실은 그들의 열정과 같은 온도가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꿈꾼다. 결승전에서 역전만루홈런을 치는 꿈,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9이닝을 완봉하는 꿈을 꾼다. 나중에 혹시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말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추억으로 화려해진 청춘의 그라운드 덕분이다.
 
 
 
<그라운드의 이방인>2루 주자가 홈까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거리
 

1905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야구가 소개되었고, 프로야구가 시작된 지도 30년이 넘어 이제 야구는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주말 프로야구 경기는 매진 사례를 펼치고, 야구를 팬을 자청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런 프로야구가 있기 전에는 고교야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현재 상영 중인 <그라운드의 이방인>의 주인공들은 프로야구가 시작된 82년 고교야구의 마지막 전성기에 고국을 방문했던 재일동포 야구단을 따라간다. 아직 야구 기술과 장비가 부족하던 시절, 재일동포 야구단은 앞서 있던 일본의 야구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장비를 내어주던 사절단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전까지 매년 방문해서 한국 교고 선수들과 야구로 자웅을 가렸다. 

 
재일동포 선수들이 한국에 야구를 하러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선수 생명과 일본에서의 신분이 위태로울 수 있는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꺼이 대한해협을 건너왔다. 야구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아저씨들이 되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여전히 설레는 고교생이다. 그들이 3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다시 한국에 방문하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느꼈던 소외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정체성이 그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그들이 달렸던 1982년의 그라운드를 생각해본다.
 
 
주먹 크기만 한 공을 던지고 받기 위해 9명의 선수가 커다란 그라운드에 나눠 선다. 150km의 강속구와 꼭 몸에 맞을 듯이 들어오는 변화구를 치겠다고 타자는 타석에 선다. 이런 극단적인 스포츠에 우리는 열광한다. 여전히 누군가는 야구를 위해 런닝을 하고, 펑고를 받고, 배트를 휘두른다. 그 과정을 거쳐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팬들은 선수에게 환호와 야유를 건넨다. 경기가 시작하고 크고 작은 승부 끝에 승패가 갈린다. 텅 빈 그라운드는 다시 내일의 경기를 준비한다. 4편의 영화를 통해 각자의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영화들이 야구에서 주목했던 것은 야구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 각자의 야구였다. 화려해 보이는 1군 선수들의 이면, 마지막 기회를 잡은 2군 선수, 프로와 진학 혹은 포기의 갈림길에 있는 청춘들, 이방인으로 잠실의 마운드에 섰던 재일동포,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사는 팬들. 그들 모두의 야구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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