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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독립영화의 어제와 오늘

by 도란도란도란 2015. 1. 15.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와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로 수식되며 <워낭소리>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될 때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자본의 규모로 볼 때 둘의 비교는 정당하지 않다. 필요한 질문. 오늘날 독립영화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독립영화는 개별적인 시간을 축적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시간차를 두고 동일한 장르나 창작자의 작품을 함께 살펴본다면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이 되지 않을까? 독립영화의 어제와 오늘, 이 기획은 그렇게 시작됐다.

 

 

 

각자의 발걸음이 모여 하나의 길을 만들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2002) & <생각보다 맑은>(2015)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는 그동안 내면의 성찰과 철학적 고민을 담아낸 본인의 단편들의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확대하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간 하청 업체처럼 찍어내기만 하던 제작 시스템 속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제26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장편부문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생각보다 맑은> 역시 신예 한지원 감독 특유의 감성과 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모든 이들의 꿈과 현실, 사랑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단편 <코피루왁>(2010)과 <학교 가는 길>(2013)과 더불어 본인의 또다른 단편들을 엮어 옴니버스로 구성한 작품이다. 

<마리이야기>의 경우 이병헌, 안성기 등 톱스타들의 더빙 및 유명 가수들의 OST 참여로 외부의 지원을 많이 받았었다. 반면 <생각보다 맑은>은 전문 성우와 감독 본인이 직접 더빙에 참여하였다. 연예인들의 더빙 참여가 있어야 그나마 홍보가 되던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이, 이제는 작품성 하나로 다른 영화들과 나란히 경쟁하게 되었다.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

 

 

 

이창재 감독이 다큐로 현실을 포착하는 방식

<사이에서>(2006) & <목숨>(2014)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매번 특별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했다. <사이에서>는 무당 이해경의 삶, 그 자체를 조명했다. 무당은 삶의 한 방식일 뿐이었고, 카메라는 그 방식을 살아가는 이해경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목숨>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다만 전작들과 다른 점은 그 대상이 무당이나 비구니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목숨>을 2014년 한국영화 베스트로 꼽으며 “평범한 사람도 위엄있게 끝맺을 수 있다는 위안”이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담을 가치가 있는 대상을 찍었던 감독의 카메라는 이제 다큐멘터리로 담을 수 있는 것을 찍기 시작했다. <목숨>은 이창재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영화이다.

 

 

 

편견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당당하게

<이반검열>(2005) & <종로의 기적>(2010)

 



사회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때문에 동성애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영상집단 움’의 이영 감독이 연출한 <이반검열>을 들 수 있다. 레즈비언인 것이 노출된 10대 학생이 ‘이반’으로 찍혀 학교 안팎에서 겪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LGBT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이반검열>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반면 이혁상 감독의 <종로의 기적>은 게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게이들이 모이는 종로 낙원동을 배경으로 영화감독, 인권활동가, 요리사, 사무직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진 네 명의 삶을 깊이 있게 따라 갔다. 동성애에 유독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종로의 기적>은 동성애에 대한 시선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든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다.

퀴어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상영하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어딘가에선 <이반검열>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 둘의 간격을 좁혀나가야 하는 과제는 아직 현재진행중이다.

 


 

영화는 현실과 어떻게 싸우는가

<파업전야>(1990) & <카트>(2014)



<파업전야>는 당시, 상영을 하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정부측의 발표에 이어 영화의 상영 장소인 대학교에 당국이 상영을 막기 위해 사복경찰 12개 중대와 경찰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전설로 남은 작품이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결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노동자의 삶과 내면을 보여준 이 작품은 탄압을 뚫고 수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독립영화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확실히 알렸다.

<카트>는 <파업전야>의 2014년 응답처럼 보인다.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몽주의도 그대로이고, ‘선희’와 ‘혜미’의 내적 갈등도 <파업전야>의 ‘한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적인 맥락의 차이는 있다. 스타 캐스팅으로 대중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대자본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역설, <카트>는 영화가 현실과 어떻게 싸우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여덟 편의 영화를 네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우리는 독립영화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가는 모습과 그럼에도 지키고자 하는 고유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짧은 글이 질문의 답이 될 수는 없다. 질문은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관객 각자에게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의 오늘을 함께 만드는 것은 결국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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