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로 떠나는 힐링 여행<미라클 여행기>인디토크 현장
영화: 미라클 여행기_허철
일시: 2015년 1월 16일
참석: 허철 감독, 배우 박미라
진행: 김시무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교빈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에서 허철 감독의 <미라클 여행기> 상영 후, 영화에 대해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디토크 자리를 가졌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포스터로 알 수 있듯, 제주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의 인디토크는 허철 감독, 그리고 여행자 최미라와 함께했다.
관객: 여행자 분 성함이 ‘미라’인데 영화의 제목과 연관이 있는 건지 궁금해요.
허철 감독: 촬영 중이나 편집 중에도 영화의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조금 유치하지만 가제 ‘바다소라 껍데기와 선인장’ 정도로 정해뒀었죠. 제작진들끼리 틈 날 때마다 제목을 뭐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행복했던 제주도의 공동체 생활이 다시 복구되는 기적이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에 <미라클 여행기>로 정했어요. 주인공의 이름이 영화제목과 관련이 있어요. ‘미라’가 제주도 여행을 통해 더 큰 사람이 된다는 뜻으로 ‘클’을 붙였고, 포스터의 텍스트에서도 ‘클’이 크게 쓰여 있어요.
관객: 제가 제주도출신이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원래 제주도사람들이 사투리를 쓰긴 쓰지만, 육지 사람들을 만나면 최대한 안 쓰려고 해요. 영화 속 제주도 주민들이 사투리를 많이 안 쓰시던데 의도한 부분인가요?
허철 감독: 제주도에 계신 분들이 얘기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면 저는 전혀 못 알아들어요. 저희가 서울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계셔서인지 촬영하실 때는 사투리를 안 쓰시더라고요.
진행: 외지인에 대한 제주주민들의 따뜻한 배려심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관객: ‘미라’ 스스로 더 크려고, 또 힐링을 하려고 떠난 여행인데, 주인공의 입장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의 느낌을 알고 싶어요.
최미라: 제주도(강정마을)를 다녀왔다고 해서 당장 사회의 투사가 된 건 아니에요. 뉴스나 기사로만 접하던 것과 다르게 제주도를 직접 다녀오고 나서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예전보다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3박 4일 동안의 여행이었고, 크게 확 달라진 건 아니에요. 나에게 뭔가 일이 닥칠 때, 스스로가 조금 더 당당해지고 강해지는 변화가 생겨난 것 같아요.
관객: 영화에 감독 본인의 생각 외에 여행자 미라의 생각 또한 담아서 표현을 해야 했을 거 같아요. 다듬어진 부분이나 하지 못한 말이 있는지 궁금해요.
허철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주인공을 따로 내세울 때에 편리한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어요. 편리한 점은 주인공이 나의 분신이 돼서 나의 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불편한 점도 많아요. 맘 같아선 이 부분에서 이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주인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부분들이 줄다리기처럼 진행되는 것 같아요. 저와 제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죠.
관객: 영화를 만들며 음악과 사운드, 내레이션을 잘 사용하신 것 같아요. 그림도요.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허철 감독: 저는 다큐멘터리와 극의 차이를 두지 않는 사람이에요. 스토리텔링이 곧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무거운 이슈라고 해도 그것을 영화화하는 것이 감독의 책임입니다. 다큐멘터리의 재미는 실제로 벌어지는 이벤트, 스틸 사진, 기록 영상, 우리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음악 등 여러 가지 실제의 재료들을 섞어서 관객들에게 이야기로 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연출의 의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그림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의 철학과 시선이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죠. 영화 속 그림은 최인호 화백이 다 그려줬어요.
관객: 영화를 본 제주도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허철 감독: 개봉이 확정되고 가장 먼저 강정마을로 내려가서 상영을 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렇게 진땀이 흐르는 시사회는 없던 것 같아요. 평화센터에서 영화를 상영했는데, 영화에 출연한 주민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왔어요. 제 느낌으로 주민들의 80%정도는 영화를 좋아하신 것 같아요. 기존의 강정 관련 영화들은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싸우는 투쟁으로 비춰졌다면, <미라클 여행기>는 평범한 주민들, 그 자체로 나와서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첫 상영회를 강정마을에서 진행한 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라클 여행기>는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로 떠난 힐링 여행을 담은 영화다. ‘미라’가 이 여행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하는, 진정한 미라‘클’ 여행기가 되는 것은 영화를 본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감독은 말한다. 2012년 개봉한 <영화판>에 이어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찾아온 허철 감독의 <미라클 여행기>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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