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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Review] 이번에는 제대로 구해야 한다 <다이빙벨> 리뷰

by 도란도란도란 2014. 10. 30.

[인디즈_Review] 이번에는 제대로 구해야 한다 <다이빙벨> 리뷰


영화: 다이빙벨

감독: 이상호 안해룡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윤정희: 이제 막 시작된 작은 움직임

김은혜: 무언가가 이슈가 되었을땐 논란은 가라앉고 진실은 수면위로 드러난다.  하지만 진실을 찾으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윤상: 거짓말의 강물을 건너 기적처럼 우리에게 왔다.

윤진영: 영화인 척 하는 뉴스를 보고 뉴스인 척 하는 영화를 본 것 같은 건 왜일까.



한스러운 200일이 지났다. 여전히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모두가 무책임하고 무능한 언론의 실체를 알게 되었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모두가 거짓말을 믿는데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진실이 얼마나 힘을 잃기 쉬운지에 절망했고, 진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몇 줄의 문장이 얼마나 사람들을 쉽게 속일 수 있는지에 열광했다.

 

영화 <다이빙 벨>은 세상을 속여 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영화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숱한 논란 속에서 겨우 공개되었고, 현재도 몇 개 안되는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지만 몇 단체들은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누군가는 아직도 세월 호를 이야기 하냐고 묻고, 누군가는 세월 호를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수백 명의 사람이 죽었고, 해명되지 않은 의문들이 그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데, 그것을 이야기해 보자는 일이 어째서 정치적인 것이 되었을까?

영화는 모든 억울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오해를 하고 있으니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하지 않는다. ‘다이빙벨에 관련된 기록들을 내레이션도 없이 그저 보여줄 뿐이다.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이 사실처럼 퍼져 있고, 그 안에서 정치인들은 얼마나 무능했는지, 유가족들은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를.

 


얼마나 쉬운지 모르겠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이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더는 기대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이미 이 세계를 향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고백을 해보자. 416일 이후로 많은 날들에 나는 세계가 존나 망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무력해서 온갖 것을 다 혐오했다. 그것 역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여유라는 것을 나는 724일 서울광장에서 알게 되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백 일이 되는 날, 안산에서 서울 광장까지 꼬박 하루를 걸어온 유가족을 대표해 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녀는 말했다. 엄마아빠는 이제 울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싸울 거야.

 

나는 그것을 듣고 비로소 내 절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쉽게 그렇게 했는가. 유가족들의 일상, 매일 습격해오는 고통을 품고 되새겨야 하는 결심, 단식, 행진, 그 비통한 싸움에 비해 세상이 이미 망해버렸다고 말하는 것, 무언가를 믿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다 같이 망하고 있으므로 질문해도 소용없다고 내가 생각해버린 그 세상에 대고, 유가족들은 있는 힘을 다해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 세월이라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말하자면 내가 이미 믿음을 거둬버린 세계의 어느 구석을 믿어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내가 뭘 할까.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와 꼭 같은 정도로 내가 망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의 처음에 신뢰를 잃었다고 나는 썼으나 이제 그 문장 역시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열 두 분의 필자 중 황정은, 2014, <눈먼 자들의 국가>, 96-97pp

 

 




하루도 빠짐없이 광화문에서 싸우고 계신 유가족들을 보며 동정의 시선을 던지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렇게 동정하고 세월을 잊어버리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다이빙 벨>이 연일 매진 행렬이다. 세월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세월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희망을 다 버리기엔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영화는 묻고 있다. 쉽게 접어버렸던 마음이라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일이고, 쉽게 접어지지 않던 마음이라면 제대로 알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할 일이다.

 

물에 빠진 아이들 구해주기 위해 팽목항에 다이빙 벨이 도착했었다. 영화 <다이빙 벨>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오해받고 있는 진실들을 구해주기 위해 우리 곁으로 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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