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던 <다이빙벨>이 지난 목요일 개봉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영 첫날부터 매진 행렬이었다.
10월 23일 목요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다이빙벨>의 인디토크가 있었다. 개봉 후 첫 관객과의 대화였다. 전석 매진이었고, 영화를 만든 이상호 감독과 유가족 분들이 참석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통곡과 감동이 시간이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는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남긴 채 다음 인디토크를 기약했다.
이상호 감독: 저는 뉴스하다 짤린 기자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됐는데, 팽목항에서 보니 이미 거짓말이 너무 팽배해진 상황이라 이런 인터넷 매체로는 도저히 싸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핸드폰이 MBC가 됐습니다. 하루 종일 트위터 하고 고발뉴스를 만들며 싸워봤지만 이미 엄청난 거짓말들이 세상을 장악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6개월의 시간동안 진실을 가진 분들이 매도당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어요. 유족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분들은 그저 진실만을 원하십니다. 그런데 마치 자식들을 팔아서 한 몫 챙기려하는 패륜집단 이른바 ‘세월당’으로 매도당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평일에 극장이 다 차는 경우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팽목항에 있는 동안 제 핸드폰이 MBC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여기 앉아계시는 여러분이 MBC입니다.
진행: 영화 만들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셨을 것 같아요. 여러 생각들 가운데서도 어떤 하나의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이상호 감독: 보신 것처럼 이 영화는 어떤 이념적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저 생명을 이야기하는 휴머니즘 영화예요. 그리고 거짓말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죠. 팽목항에는 엄청난 거짓말들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이 그 거짓말에 앞장서고 있다는 거예요. 절망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는 없었어요. 팽목에는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언론은 연신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어막을 쳐줬죠. 그 이후로 6개월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월호를 아파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빨갱이 소리를 들어요. 이런 상징이 되어 버렸죠.
저는 20년을 거짓말과 싸워온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영화라는 매체까지 주제넘게 빌려 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을 보니 다시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제가 가장 안타까운 건 정말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왜 이런 장비를 첫 날부터 투입하지 않았을까. 처음 하루 이틀 골든타임에만 투입이 되었어도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JTBC에서 손석희 아나운서가 언딘 이사와 인터뷰 할 때 그들은 ‘사람은 구조하지 않고 선박장비만 인양한다’고 했어요.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면 물러서야 하잖아요. 해경 해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국가는 왜 있는 건지, 정말 안타깝고요. 금이야 옥이야 기른 우리 아이들 구하지 못한 어른들 책임 때문에 광화문에 나오면서도 부끄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호 감독: 다이빙 벨은 만능이 아니죠. 사실 그렇게 좋은 장비도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염원으로 중세 이후부터 발견해낸 기구에 불과해요. 아주 기본적인 장비잖아요. 정부가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의당 갖춰놔야 하는 상식적인 존재인 거예요. 그러나 그런 행동이 없었기 때문에 이건 국가 조직에 의한 타살이라고 저 영화는 지적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했을까요? 이 영화가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보일까봐 나레이션 없이 있는 그대로의 화면을 보여주고, 최소한의 자막을 넣었어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이었지만 조류가 거세고 시야가 좁아 구조를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구할 생각이 없었고 계획조차 없었던 겁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고발하는 영화기 때문에 그들은 두려운 겁니다.
비록 언론에서는 다이빙 벨이 실패했다고 보도가 되지만, 사실 쫓겨난 거 보셨잖습니까? 일부 유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새벽 1시에 강릉의 한국 폴리텍 대학에서 다이빙 벨을 빌린 후 아침 9시에 팽목항을 통해 밀반입을 하려다 걸렸죠. 그 모습이 국민 TV 카메라에 찍혔고 그 사실을 저희가 확인한 뒤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다이빙 벨이 아니었습니다. 다이빙 벨은 엉덩이까지 공기가 있어야 돼요. 그래야 체온 유지가 되고 감압효과가 생기는데, 그 다이빙 벨은 목까지 물이 차 간신히 숨만 쉴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그런 가짜 장비를 뭔지도 모르고 그냥 주문한 거예요.
아무리 세상이 암울하고 거짓이 판을 쳐도 정의가 있고 하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짜 다이빙 벨을 실은 배가 팽목항을 몰래 떠나려 할 때 스크루(배에 장치된 추진용 회전 날개)에 밧줄이 감겨 배가 나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밀반입 하려던 현장을 잡히게 됩니다. 그 밧줄이 억울하게 아직 눈도 채 못 감고 있는 아이들의 원혼이라고 생각해요.
관객: 그런 허위사실을 뉴스로 전한 기자와 아나운서, 그리고 원고가 있을 텐데, 그 사람들에게 왜 그런 명백한 거짓 방송을 하게 되었는지 얼굴 맞대고 물어보진 않았나요?
이상호 감독: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정부가 통행을 막기 때문에 기자들은 바지선 근처에 갈 수가 없어요. 그저 수 십 킬로 밖에서 대기하다가 보도자료를 주면, 보고 베끼는 거예요. 그러나 저희는 그 보도자료를 받아본 적도, 내려가서 브리핑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게 눈엣가시였겠죠.
기본적으로 이번 세월호 참사가 왜 중요한지 아십니까?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영상 보셨나요? 뉴스를 진행해요. “자,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하늘에선 헬기소리가 납니다. 헬기 두 대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못 구하겠죠.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곧 죽겠죠? 어떡하죠? 우리는 죽기 싫은데?”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유가족 분들은 지금 가슴이 터질 지경입니다. 정상이라면 정부에서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구조할테니 협조해라’ 이런 식이어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래서 하나 둘 그 때부터 전화하고 인터넷 검색하면서 어떻게 구조해야하는지 요구를 하게 되죠. 그리고 정부는 그 때마다 선심 쓰듯 그 요구에 응해 와요. 그게 구조의 실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같은 문제를 언론이 막아야 함에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권력을 보위하는데 앞장섰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행: 오늘 소개시켜 드릴 분이 있어요. 아마 처음 극장 들어오셨을 때 보셨을 거예요. ‘416TV’라고 유가족 분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송이 있는데, 그곳에 팀장님으로 계시는 분입니다. 지성이 아버님과 어머님 모셔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이상호 감독: 저희가 가장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에요. 이제 언론이 없으니 유족 분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저는 영화 <다이빙벨>을 오백 번도 더 봤는데, 아직 힘들어요. 우리 유족 분들은 오죽하실까요. 그런데도 가장 먼저 용기 있게 영화를 봐주시고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는데 큰 힘을 주신 분입니다.
지성이 아버님: <다이빙벨>은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상호 기자님께는 죄송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요.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놀라셨겠지만 여기 비춰진 모습은 티끌밖에 안 되기 때문에 참 개탄스러워요.
제가 지금 여기 서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희한한 일입니다. 똑같은 자식을 키우고, 세금을 내고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야근 좀 더 하는 그런 부모였거든요. 세월호 특별법을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이제 지겹다고 그만하라고 하시죠. 제가 말씀 드릴게요. 저도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을 만큼 지겹습니다. 그래도 혹시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 말만 해주세요. <다이빙벨>보고 세월호 얘기하지 말라 하라고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성이 어머님: 다이빙 벨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 유가족들도 당시엔 속사정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본인 사업을 알리려고 며칠 동안이나 사건 현장에서 일을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나쁜 사람이 다 있을까’ 생각했었죠. 언론에 계속해서 속는 거예요. 제가 본 이종인씨는 신실한 사람이었어요. 정말 초라한 모습으로 오셔서 그저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얘기하셨죠.
저도 언론이 하는 말들을 다 믿어왔지만, 이렇게 큰 일을 당하고 보니 이젠 거짓말이 보여요. 우린 진실을 알고 있잖아요. 어디 하나 제대로 된 방송이 없었어요. 사실 이 문제가 비단 우리 문제만은 아니에요. 크게 보셔야 해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죽었지만 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특별법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했어요.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죠. 영화 <다이빙벨>로 관심들이 사그라지는 이 때에 불을 지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성이 아버님: 저는 지성이 아빠로 남은 생을 삽니다. 제가 적어도 제 새끼 졸업은 시켜서 단원고 졸업장 들고 감사 인사는 다녀야 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특별법은요, 여러 가지 복잡한 게 아닙니다. 유가족들이 눈으로 보았던 것 말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특별법이에요. 이 빙산의 일각이 특별법의 한 조항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제 아이의 죽음에 대한 것만 말씀드려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데, 수백 명 아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냥 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의 자녀가 살아야 할 이 나라를 위해 함께 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진행: 아버님 말씀을 들으니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상호 감독님 이야기 듣고 대화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이상호 감독: 기자가 하는 일은 딱 하나라고 생각해요. 억울한 사람 그 억울함 풀어주는 것이요. 그러다보니 20년 동안 전 항상 억울했어요. 저는 가장 두려운 것이 유가족 분들이 고립되는 것과 폭도로 매도되는 거예요. 그래서 건방지지만 마지막 기회를 갖고자 이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 유족 분들의 주장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접하시죠? 이제 저도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유가족 분들이 고립되는 것 함께 막아주세요. 영화 함께 보자고 하시고, 대화 하셔서,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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