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정희 님의 글입니다 :D
최근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서 개봉한 세 편의 영화 <야간비행>, <하늘의 황금마차>, <60만번의 트라이>(9월 18일 개봉예정)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다양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세 편 모두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열심히 맞서고 있다. 학교폭력과 우정 그리고 동성애의 이야기를 다룬 <야간비행>, 음악과 죽음을 한데 놓으면서 노인의 인권 문제를 다룬 <하늘의 황금마차>, 마지막으로 재일조선인으로 일본에서 차별대우를 받지만 60만 동포의 염원을 담아 럭비대회에 출전한 <60만번의 트라이>까지.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이들은 차별과 편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보자.
1. 야간비행
“친구가 없으면 이 세상은 끝이잖아.”
용주(곽시양)와 기웅(이재준)은 중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기웅은 학교에서 일진이 되고 용주는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우등생이 되었다. 다시 친구가 되고 싶은 용주가 기웅에게 접근하지만, 기웅은 그런 용주가 반갑지 않다.
이송희일 감독은 대구 청소년 자살사건 때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찍힌 엘리베이터 CCTV영상 속의 학생 모습을 보고 <야간비행>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야간비행>은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하는 불안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정한 가정, 학교폭력, 그리고 동성애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에선 많은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노조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혹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차별대우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처받은 이들에게 손을 내민 건 바로 ‘친구’였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곁에서 위로를 해주는 친구가 있어 우울하고 냉정한 세상에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생긴 셈이다. <야간비행>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를 얘기하지만, 이들이 차별과 편견에 맞설 방법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잠시나마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2. 하늘의 황금마차
‘무지개 타고 가는 하늘의 황금마차. 은하수를 건너서 훨훨 날아간다.’
오멸 감독이 해피뮤직로드무비로 돌아왔다. 그의 전작에서 보았던 친숙한 배우들과 함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흥겨운 음악영화인 <하늘의 황금마차>는 치매의 걸린 큰 형과 3형제가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11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작이기도 하다.
간암 말기에 치매기까지 있는 큰 형은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산다. 집안 가득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곳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낸다. 하지만 동생들은 이런 형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빨리 집문서를 찾아 마지막 유산인 집을 차지할 속셈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황금마차>는 유쾌하고 밝게 표현되었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 집을 물려주겠다’는 큰 형의 제안에 목적지도 없는 여행을 떠나며 서로 으르렁대는 4형제의 모습은 그리 밉지 않다. 우리 사회의 노인 인권을 4형제의 모습으로 잘 풀어낸 데다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소 어렵게 다가오던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게다가 특유의 익살스러운 유머와 OST에 참여한 실제 킹스턴 루디스카 밴드가 영화 속에서 황금마차 밴드로 출연함으로써 영화의 재미와 흥을 더했다.
3. 60만번의 트라이
“미안합니다.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재일교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럭비부가 있다. 역대 최정예 멤버로 구성된 럭비부는 우승을 목표로 하루하루 훈련한다. 하지만 우승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일본인들의 편견, 조국의 문제, 조선학교란 이유만으로 학교 지원금 조달 중단 등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려 한다. 학교 지원을 위해 서명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겐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일본에선 조선인으로 천대받고 철저히 차별당하며 심지어 한국에서 온 럭비 선수들에게도 일본으로 취급받는 이 아이들에겐 사랑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세상은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럭비를 통해 차별과 맞서고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한다. 럭비에서 말하는 ‘노사이드 정신’(시합 중에 경쟁 상대였던 양 팀이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서로 편 가름 없이 친구가 된다는 의미)이 지금 이 아이들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누구나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고 있다. 어느새 차별이 당연하고 다름을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세 영화의 모습처럼 당당히 맞선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야간비행>, <하늘의 황금마차>, <60만번의 트라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야간비행>, <하늘의 황금마차>, <60만번의 트라이>(9월 18일 개봉예정)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인디플러스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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