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기자단 [인디즈]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의 얼굴로 소중한 공간을 널리 알리고
독립영화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관객기자단 입니다 :D
영화: <레디액션! 폭력영화>
-<민호가 착하니 천하무적> (감독 정재웅)
-<메이킹 필름> (감독 최원경)
-<나의 싸움> (감독 김도경)
일시: 2014년 5월 29일
참석: 감독 정재웅, 최원경, 김도경
진행: 조계영 인디스토리 홍보마케팅 팀장
서울 유일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인디플러스,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가 보다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들이 안정적인 상영기회를 갖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시작한 공동 프로모션의 첫걸음 <레디액션! 폭력영화>의 언론시사회가 있었다. <민호가 착하니 천하무적>, <메이킹 필름>, <나의 싸움>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레디액션! 폭력영화>는 폭력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신인 감독 특유의 생생한 활력과 재기가 살아있는 작품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2012) 등에서 소개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상영 전 출연 배우, 감독들의 무대인사에 이어 상영 후 본격적인 언론 시사회가 시작됐다. 배우와 감독뿐만 아니라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 모두 긴장과 기대감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진행 : 영화 재밌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모두 폭력이란 소재이긴 하지만, 영화 장르가 다 다르잖아요. 감독님들, 영화제 이후로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언론시사회 하는데, 어떠세요?
정재웅: 너무 떨려서 말이 잘 안 나오네요.
최원경: 작업하면서 수백번 영화를 봤기 때문에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김도경: 저 역시 떨리지만 안 떨리는 척 하고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먼저 감사한 마음이 크고, 즐겁습니다.
진행 : 세분이 절친 이신데, 영화는 서로 다르잖아요. 각자가 지향하는 장르들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시나리오를 구성해서 쓰게 되셨는지 각자의 영화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정: 장르를 굳이 생각하고 찍은 건 아니고요. 현장에서 느낌대로 찍은 것 같습니다. 장르를 생각한건 아닌데, 찍다보니 사람들이 스릴러라고 말해주셔서 ‘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웃음)
최: 저는 원래 스릴러를 좋아해서 삭막하고 살벌한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를 하다 보니 살벌하다기보다 약간 웃긴 스릴러 영화가 될 것 같더라고요. 막상 결과물을 보니 공포는 아닌 것 같아요. 유머가 있는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김: 저는 초등학교 이후로 싸움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가위에 눌리거나 혼자 방안에 있을 때 ‘덤벼! 덤벼!’ 그렇게 스스로 자신감을 북돋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저의 기질 상, 이 영화는 액션 장르가 맞는 것 같습니다.
진행: 정재웅 감독님께 하나 여쭤볼게요. 영화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애착이 가거나 공을 들인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 시나리오 작업할 때는 윤곽만 있었고, 배우 분들을 만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사람이 최악의 인간이 됐을 때를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본드 부는 소녀, 하나에요. 영화 촬영을 다 마쳤는데, 그 캐릭터가 돌에 찧어서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도저히 하나를 죽일 수가 없어서 한 장면을 더 찍기 위해 다시 촬영을 했을 정도로 가장 애착이 가는 친구에요. 전체 11회차를 찍었는데, 마지막 일회 차는 그 한 컷을 위해 장비를 다 다시 빌렸었죠.(웃음) 영화 안에서 여기저기 맞아 얼굴도 안 예쁘게 나오고 본드 이미지가 부각 되서 그 친구한테 조금 미안하기도 했어요.
진행 : 김도경 감독님께 여쭐게요. 영화에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초등학교 이후 싸움 안하셨다고 하셔서요.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싶습니다.
김: 지금 여기 <나의싸움> 스탭과 배우 분들이 와 계시는데, 사실 제 인생에서 가장 비참하고 힘들었던 시절에 찍은 영화에요.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큰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없고 그래서 영화를 못 찍고 있었어요.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 지금 이 상태와 가장 비슷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생각했을 때,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강한 친구들 앞에서 굉장히 무기력하고 비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도 벗고 동시에 현재의 상황에서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극화하여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 : 최원경 감독님, 원 신 원 테이크로 촬영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았을 것 같아요.
최: 주변에서는 다 만류를 했어요. 굳이 왜 그런 치기어린 생각을 하느냐. 현장에서 한번 찍어보고 컷을 나누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 라는 마음을 가졌어요. 리허설을 한 3개월간 했기 때문에 거의 연극배우처럼 모든 걸 다 맞춰놓은 상태에서 하루 동안 진행을 했어요. 테이크를 4번 했는데, 세 번째는 의자가 부서져 버리는 바람에 못쓰게 되었고, 첫 번째는 피가 이상하게 빨리 나서, 두 번째 때는 복면의 실밥이 터져서 연기가 가장 좋았음에도 결국 쓰지 못했어요. 마지막 테이크는 모든 것이 균형있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관객: <나의 싸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가 많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절권도는 우리나라 무술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영화 <엽문>도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액션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영화를 많이 보셨는지?
김: 주변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나 <싸움의 기술>이 떠오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저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약한 자가 강한 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승자가 되기 위해 수련을 통해 정의를 이룬다는 자체가 이 두 영화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로망을 그린 많은 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플롯인 것 같아요. 사실 이소룡 영화를 참 좋아해서 이소룡 작품에 대해 탐구를 많이 했고,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관객: 다음 영화는 어떤 장르에 도전을 하시고 싶은지?
김: 저희 영화가 <레디액션! 폭력영화>잖아요, 제 작품 <나의 싸움>에서의 폭력은 폭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폭력을 마주한 자가 그 앞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동을 취하는 그런 폭력 영화라고 생각을 했고, 지금 준비하는 작품도 ‘이 시대’라고 얘기하면 거창하지만, 우리에게 어떤 폭력이 존재하는지, 그 폭력의 형태를 찾고 또 그 형태에 맞서 싸우는 인물을 그리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최: 저도 제 나이 세대들은 공감 하실 텐데, 사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폭력이 흔했거든요. 선생님한테 맞아서 이가 부러진 경우도 허다했고요.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그게 통용이 안 되지만, 그런 유년기를 거치면서 저도 제 인생의 주제 중에 하나를 폭력으로 삼게 되었어요. 그것에 대해서 저는 진지하게 접근 하는 것 보다 좀 재밌게 접근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이 부분을 장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 같아요.
정: 저는 사실 어떤 장르를 추구 해본 적이 없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모르게 그냥 영화를 찍다보면 ‘아, 이게 이런 영화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는 게 있어서 의도를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다음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찍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싸움>처럼 재밌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대중이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나의싸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웃음)
관객: 사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제가 제일 재밌어했던 영화 세편이 이렇게 묶여 나와서 기쁘네요. 감독님들께 한가지씩만 질문을 드릴게요. 먼저 정재웅 감독님, 중간 중간에 자막과 함께 화면을 구성하는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셨는데, 굉장히 재밌었어요. 어떤 목적으로 그렇게 하신건가요?
정: 사실 의도했던 점은 아니었고, 영화를 40분 내에 만들려다보니, 정보는 필요하면서, 굳이 극화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라서 빠르게 치고 넘어가려고 사용한 방법입니다.
관객: 최원경 감독님은 직접 출연하셨잖아요. 감독님 특유의 발음 때문에 복면 쓴 사내가 말을 할 때 웃음이 터졌는데, 일부러 더 의도를 하신건지, 평소대로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최: 아무래도 제가 전문 연기자가 아니다보니, 제 실제 성격이 70%정도가 반영됐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제일 많이 생각했어요.
관객: 김도경 감독님의 <나의 싸움>은 이소룡 영화를 오마쥬한 점이 정말 좋았어요. 권력을 휘두르는 안경 쓴 친구가 이소룡 영화에서와 너무 똑같아서 빵 터졌고요. 마지막에 영화 만드는 장면으로 끝나서 깜짝 놀랐는데, 그렇게 하신 의도가 있나요?
김: ‘가진 것 없고 약한 존재가 힘도 세고 많이 가진 그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쩌다 제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동시에 영화 만드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더라고요. 이 일조차 자신 있게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가 너무 무기력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고등학교 때 그들과 싸워보지 못한 경험을 이 영화로써 싸워 보고 싶었어요.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출사표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랐어요.
진행 : 마지막으로, 감독님들 본인 영화 자랑 한마디씩 해주세요.
정: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남의 눈치 안보고 찍은 것 같아요. ‘영화가 왜 이렇게 잔인해?’, ‘기승전결이 없어?’, ‘리듬감이 없어?’ 하는 말들에도 전혀 구애받지 않고 찍었는데, 그것이 제일 장점이 된 것 같습니다.
최: 페이크 다큐 장르를 너무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단편으로 한국에서 몇 없는 장르영화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장점인 것 같습니다.
김: 뻔한 이야기라도 자기 안에서 나온 이야기일 때 가장 교감이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영화가 뻔해도 제 진심이 잘 교감되어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 만족합니다.
사진_ 윤정희 인디즈 관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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